▲ BMW 인증중고차 전시장 / 출처 = BMW코리아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00년대 이전에는 연간 판매량이 수천대 수준에 그쳤지만 2003년 판매 1만9481대를 넘기며 본격적인 성장기에 돌입했다. 2005년 3만대, 2008년 6만대 고지를 넘더니 2012년에는 13만대 넘게 팔려나갔다. 2015년에는 24만3900대의 수입차가 국내 시장에서 등록됐다.

고객들은 품질에 대한 믿음 때문에 수입차를 선택했다고 입을 모은다. 좋은 차를 사기 위해서는 불편한 사후 서비스나 비싼 가격 문제 등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이에 주목해 저마다 프리미엄 마케팅을 펼쳤고, 이는 주효했다.

중고차 시장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인증 중고차’라는 제도를 운영해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자사 중고차 제품에 대한 품질을 보증해줘 고객 신뢰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수입차 업체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 포르쉐 인증중고차 전시장 / 출처 = 포르쉐 SSCL

‘뉴 트렌드’ 인증 중고차

수입차 인증 중고차 사업이 뜨고 있다. 고객들의 마음을 절묘하게 읽어낸 것이 성공적이었다. 그간 많은 사람들은 ‘못 믿겠다’며 중고차 시장을 불신해 왔다. 수많은 사기 사건, 수준 이하의 차량 상태 등을 접해온 이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치였다. 불투명한 가격 정보, 고객과 판매업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 등이 이 같은 분위기에 불을 붙였다.

수입차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브랜드 보증 기간이 끝난 수입차는 작은 정비에도 부담스러운 수리비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며 신차 교체 주기가 도래했고, 해당 매물들이 중고차 시장에 쏟아져 나왔지만 고객들은 이를 불신했다.

상황이 이렇자 각 브랜드들은 칼을 뽑아들었다. 자사 차량을 직접 매입한 뒤 정비를 거쳐 품질을 ‘인증’한 뒤 중고차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충성 고객 확보 등 이점을 기대할 수 있어 아쉬울 것 없는 장사였다. 결과적으로 수입차 재구매를 유도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소비자도 품질이 보증된 차량을 안정된 유통망에서 만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다. 차량을 처분해야 하는 수고도 덜어주고 있다.

시장의 ‘뉴 트렌드’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많은 고객들이 인증 중고차를 찾기 시작했고 해당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2005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BMW의 경우 2006년 487대였던 판매가 2008년 866대, 2010년 1129대, 2013년 2400대, 2014년 3820대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6년의 경우 1~10월에만 5306대의 인증 중고차가 팔려나갔다.

 

벤츠 역시 2016년 누적 4281대의 중고차를 ‘스타클래스’를 통해 팔았다. 전년 대비 300% 이상 급증한 수치다. 2014년 한 해 팔았던 인증중고차 실적이 55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2015년 서비스를 론칭한 아우디 역시 2016년 한 해 1300대의 차량을 팔며 선전했다. 렉서스 역시 2016년 1~11월 212대의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 인증 중고차 시장은 이미 연간 판매량 1만대를 돌파할 정도로 성장했다”며 “누적 등록된 수입차가 많아지고 교체주기가 다가올수록 시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추세에 발맞춰 많은 수입차 브랜드들은 해당 사업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수입차 새 격전지 ‘급부상’

인증 중고차는 저마다 프리미엄 가치를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 입장에서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시장이 됐다. 차량 품질을 직접 ‘인증’한다는 점이 이들의 사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중고차도 신차와 동일한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보여준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이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다. BMW코리아는 브랜드 최초로 BMW 프리미엄 셀렉션(BPS)을 시행하고 있다. 무사고 5년, 주행거리 10만㎞ 이하의 차량을 판매 중이다. 고객에게 12개월, 2만㎞ 무상보증과 투명한 정비이력 제공, 리스·할부 금융서비스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은 이곳에서 차를 사는 것은 물론 자신의 차량의 매매 가격까지 확인할 수 있다. BMW는 2017년 현재 14개의 BPS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큰 규모를 지닌 곳에서는 최대 70대의 차량을 만나볼 수 있다.

▲ 벤츠 인증중고차 전시장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는 4년, 10만㎞ 이내의 무사고 차량을 178가지 정밀 점검을 거쳐 인증해주고 있다. 2011년 9월 처음 ‘스타클래스’ 전시장을 연 이후 2014년부터는 타 브랜드 차량을 소유한 고객을 대상으로도 매입 서비스를 확대 실시하고 있다. 벤츠는 현재 11개의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BMW-벤츠 외에도 아우디, 렉서스, 재규어, 포르쉐, 인피니티 등이 사업에 발을 들였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아우디는 현재 4개의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아우디 테크니션들이 직접 101가지 성능을 점검한 뒤 1년/2만㎞의 보증을 제공해준다.

비슷한 시기 사업을 시작한 렉서스도 신차 구매 시 제공되는 보증(4년/10만㎞)을 그대로 승계하면서 추가로 1년/2만㎞의 보증을 실시해주고 있다. 렉서스 브랜드가 미국 JD파워 선정 ‘내구품질’에서 5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만큼 새로운 가치 전달에 주력하겠다는 게 업체 측의 목표다.

▲ 재규어랜드로버 인증중고차 전시아 / 출처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재규어는 2017년 현재 7개의 전시장을 지니고 있다. 향후 9개까지 확대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세워둔 상태다. 인피니티는 2016년 11월 자사 인증 중고차 프로그램 ‘인피니티 어프루브드(Infiniti Approved)’의 공식 홈페이지를 공개했다. 최초 등록일로부터 5년/10만㎞ 이내의 차량을 두고 총 156가지 항목에 엄격한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입차 업체들 덕분에 ‘중고차 못 믿는다’는 말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며 “(인증 중고차는) 합리적인 가격에 프리미엄 서비스를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좋은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