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안평 중고차 시장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분위기가 달랐다. 많은 이들이 북적대던 ‘과거의 영광’을 찾기 힘들어 보였다. 찬바람 부는 1월. 비수기가 아님에도 장안평 시장은 한산했다. 한국 중고차 시장의 ‘허브’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지려던 참이었다.

 

한국 중고차 시장의 과거와 현재

“차 보러 오셨어요?” 단지를 둘러보는 내내 많은 판매원들이 말을 건넸다. 무심한 듯 질문을 던졌지만 눈빛은 살아있었다. 집요하게 따라붙는 사람도 있었고, 귀찮은 듯 행인들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이 적어지긴 했죠.” 분위기가 썰렁하다는 질문에 한 영업사원이 건넨 말이다. “시대가 바뀐 탓이에요. 예전에는 무작정 발품을 팔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시세를 확인한 뒤 차를 보러 오거든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차량에 가격이 붙어 있었다. 별 생각 없이 현장에 와도 ‘눈요기’를 충분히 할 수 있을 듯했다. 연식, 차종,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인기 차종의 경우 대부분 비슷한 가격대가 형성돼 있으니 돈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차종도 다양했다. 10년 넘은 자동차부터 최근 출시된 신차까지. 선택의 폭이 넓었고, 대부분 매물이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장안평 중고차 매매단지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1979년 시장이 문을 연 이후 수십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한때 부침을 겪기도 했다. 허위매물과 중고차 사기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던 것이다. 모든 차량들에 가격표가 붙어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재도약을 위한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시설은 현대화되고 상인들은 친절해졌다. 단지 한쪽에 대형 쇼핑몰 형태의 매장이 들어섰고, 수입차 인증중고차를 판매하는 전시장도 많이 생겼다. 한 수입차 브랜드 매장은 전국에서 장사 잘하기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지도 받고 있다. 시는 이곳을 새롭게 개발, 튜닝산업의 거점이자 중고차 시장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세워뒀다. 수출 활성화 등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시장 한쪽에는 고객들에게 차량 정보 등을 제공하는 문화 공간을 만들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했던가. 중고차 구매를 저울질하는 이들에게 장안평 시장은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 ‘중고차 시장의 허브’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