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 대한 찬사와, 아마존의 알렉사에 쏟아지는 찬사는 결을 함께한다. 이들을 천천히 살피면 세상은 당장이라도 아마존 월드가 될 것처럼 보이며, 알렉사라는 충격적인 인공지능 스피커는 메시아의 대상으로 숭배받는 분위기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상황에서 보면 틀린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결이 있을까?

▲ 출처=위키디피아

아마존의 오래된 전략
1995년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이후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한 후 계산대가 없는 아마존 고까지 런칭하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아마존 프라임 오디오를 통해 콘텐츠 유통에 나서기도 하며 드론과 항공기, 물류 사업도 빠르게 나서고 있다. AWS는 초기 모두의 비야냥을 샀으나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인 클라우드 경쟁력을 장악했으며 인공지능 알렉사의 존재감은 가히 압도적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지점은, 아마존의 '방법론'이다. 동화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를 연상하면 편하다. 아마존은 길들여짐을 원하는 사막여우처럼, 고객을 자사의 생태계에 연결해 '길들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예시가 있지만 대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존에 따르면 이용자는 작은 대시 버튼을 자유롭게 부착시킨후, 만약 제품이 떨어지면 버튼만 눌러 제품을 배송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기 기저귀가 떨어져 가면 기저귀 가방에 부착된 대시 버튼을 눌러 상품을 주문한다는 뜻이다. 버튼은 집안의 와이파이를 통해 아마존 앱이 깔린 스마트폰과 연동되며, 이용자는 앱을 이용해 대시 버튼으로 품목과 수량을 미리 정할 수 있다. 오작동을 막기위한 기본적인 장치도 있으며, 취소도 가능하다.

▲ 출처=아마존

아마존이 대시로 원하는 미래는 무엇일까? 언제 어디서나 연결된 초연결의 기조를 자사 중심의 생태계로 빨아들이는 방법론이다. 이 대목에서 스키너의 상자가 연상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행동주의심리학자 스키너는 결과에 의해 행동이 결정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다. 그의 유명한 실험 중 하나가 바로 스키너의 상자인데, 우선 상자 안쪽에 지렛대를 설치한다. 그리고 상자에 들어간 쥐는 지렛대를 누르면 밑에 있는 먹이통에서 먹이가 나온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를 반복하면 보수를 얻는 것이 강화(强化)되어 쥐는 지렛대 누르기를 학습하게 된다는 실험이다.

대시와 스키너의 상자는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고객들은 생필품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대시 버튼을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누를 것이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대시에 의존하게 되며, 이러한 의존은 결국 무감각으로 번지게 될 것이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르고 고민하는 과정은 생략된다. 우리는 아마존이 팔기를 원하는 물품에 익숙해지고, 기계적으로 쇼핑에 길들여질 것이다.

사실 당당히 망작의 대열에 이름을 올린 파이어폰을 비롯해 드론, 항만 등 다양한 아마존 O2O 정책의 중심은 바로 '생활밀착형 서비스'에 있다. 해당 서비스는 일종의 솔루션으로 밀착되며, 그 끝은 아마존 월드다.

상용화 시기를 예단할 수 없지만 증강현실 인프라에 집중할 필요도 있다. 2015년 말, 아마존이 저렴한 비용으로 거실에서 증강현실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특허 2종을 출시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방식은 결국 거실에 고객을 잡아두고, 이를 바탕으로 아마존 생태계와 만나게 하려는 기본적 수단으로 이해된다.

▲ 출처=아마존

결국 이런 시도들은 아마존 생태계를 구축하는 매우 결정적인 기술이 된다. 전자상거래를 현존하는 모든 사업영역의 중심으로 두고 빠르게 외연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을 정하라’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의 발언은 결국 만고불변의 만물상이 되겠다는 의지와 연결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아마존의 전략이 인공지능이라는 키워드를 타고 기업 간 생태계에 밀착하는 분위기다. 올해 CES 2017을 보면 인공지능 생태계 추이에서 흥미로운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약방의 감초 알렉사다. 가전제품 기업들의 초연결 스마트홈이 대세로 부상한 가운데 알렉사가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를 두고 마켓워치가 "이번 CES 2017의 진정한 승자는 아마존"이라는 말을 남긴 이유다.

안드로이드도 마찬가지지만, 알렉사는 고유의 운영체제와 인공지능 기술력을 타사의 경쟁력과 연결하는데 있어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기존 하드웨어 제조기업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초연결의 기조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운영체제 및 인공지능 기술력과 만나고 싶지만, 고유의 DNA 및 사용자 경험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존의 알렉사는 이미 완성된 하드웨어 기업의 사용자 경험에 '영혼'을 불어넣는 선에서 그친다. 각각의 생태계를 존중하면서 자연스럽게 간격을 좁히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은 O2O 기업들을 알렉사에 품어내는 것에도 통용되어 상당한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음성인식 기반의 알렉사 에코의 강점도 살필 필요가 있다. 이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른 디바이스를 거치지 않고 음성을 매개로 인공지능과의 피드백을 보장하며, 자연스럽게 거추장스러운 장치를 거부한다. 결정적으로 3000개 이상의 알렉사 스킬로 오픈소스 기조까지 잡아간다. 알렉사는 모두의 생태계에 거부감없이 스며들 수 있으며 음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피드백 진입장벽도 낮다. 여기에 오픈소스의 기조는 다수의 집중을 유도하기 마련이다.

즉,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기반의 플랫폼을 타고 브랜드 락인 효과를 강하게 추구하는 한편, 기업 간 생태계 전략에 있어서도 유연한 대응방식을 잡아가는 셈이다. 다양한 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이커머스의 특성상 빅데이터 및 큐레이션의 강점을 잡고, 익숙함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구하는 대목은 감탄의 경지에 이르렀다.

▲ 출처=아마존

아마존의 성공은 계속될까
물론 알렉사에도 약점은 있다. 인공지능의 대명사로 여겨지지만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해 소위 '확장의 타이밍'에 이견이 있다. 나아가 아마존 전체로 문제를 확장하면 경쟁사들의 존재가 부담이다. 특히 구글의 경우 광범위한 생태계를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인공지능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아마존과의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 마인드에 입각한 아마존의 방법론과 수직계열화를 벗어난 수평적 생태계 구축, 여기에 영리한 오픈소스와 유연한 상황대처능력은 아마존의 강점이 분명하다. 특히 인공지능 운용방식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은 4년째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으며, 10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며 “인공지능은 큰 사건이며, 향후 20년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나아가 아마존의 음성비서 알렉사를 리테일, AWS, 아마존 프라임과 더불어 4번째 기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존은 대시와 같은 자사 생태계 확장 및 유인 서비스를 충실히 구현 드론을 통한 배송 및 워싱턴포스트 콘텐츠 등을 적절하게 묶어 자사의 클라우드에 담아 총체적인 경쟁력을 구성하려 한다. 그 중심에 인공지능이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알렉사도 살인사건 증인 논란 등을 거치며 소위 백도어 문제 등 분명한 리스크가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인한 정치적 문제도 있다.

하지만 대승적으로 보면 아마존은 현 상황에서 대단위 플랫폼 전략에 가장 가깝고, 또 성공의 지속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금은' 뚜렷한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