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상한선을 예를 들어 15%까지 낮추는 것이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입니다”

변호사 중에서는 찾기 힘들다는 파산(도산) 전문가로 잘 알려진 김관기 변호사(김박 법률사무소)의 결론이다. 가계부채  1300조원 시대를 맞아 금리인상으로 한계상황에 처하는 가계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전문가의 진단을 들어 보았다.

‘가계 빚이 많아 걱정하는 상황에서도 고금리 대출 권유 광고가 판을 치는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이것은 금융산업의 영향력이 정치과정에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전 정권에서 대통령의 친형인 정치인이 저축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형사처벌을 받았던 일이 있다”며 “이에 반하여 가난한 채무자들은 로비를 할 능력도 의지도 없기 때문에, 금융산업에 유리한 정책 편향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채무자들은 투표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금융산업에 유리한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파산법 전문가인 김관기 변호사는 이자율 상한선을 15%로 제한하는 것이 가계부채 증가를 막는 가장 유효적절한 대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감당 능력 넘는 대출은 `착취`..분에 넘치는 소비, 금융산업도 책임" 

파산법 전문가 눈에 13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급증세를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

김 변호사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선 이자제한법상 제한 이율을 15%로 내리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하다”며 “이는 정상적인 채무 상환이 어렵게 된 사람로 하여금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할 뿐만이라, 금융산업이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영리를 추구할 기회를 봉쇄함으로써 악성 부채 발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분에 넘치는 소비는 고금리 신용대출을 줌으로써 금융산업이 조장하는 것 아닌가”라며 다시 한번 금융산업을 겨냥했다..  

급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불법적인 대부업체로 갈 수 밖에 없다는 반대 논리에 대해서도 그는 “감당할 능력을 넘는 대출은 시혜가 아니라 착취일 뿐”라며 “이들을 돕는 방법은 금융이 아니라 사회보장이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중채무자들이 채무를 갚지 않고 쉽게 개인회생, 파산 신청이 늘어날 것`이라며 금융산업이 꾸준히 제기하는 우려가 있는 반면에, 아직도 법원은 개인이 파산절차로 면책을 얻는 것에 대하여 적극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 변호사는 “금융산업의 거센 주장은 국회 국정감사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실제 재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며 “지난 2006년 통합도산법 제정 무렵의 파산법 실무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파산제도는 중산층을 살리는 제도..사법부, 적극 운용해야

우리나라 사법부는 왜 파산 선고와 면책 결정에 소극적일까.

“파산 제도는 모든 계층으로부터 낙오하는 사람들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그런데 사법부는 작은 부르주아(중산층)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까지 미치지 못한 채, 채무자가 모든 재산을 내놓고 노숙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머무르게 되면 파산 제도는 채무자에게 관대하게 운영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면, 파산 제도는 빈민 구제가 아니라, 실패한 기업인과 중산층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아야 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기업인이 실패를 겪더라도 다시 창업해 일자리를 꾸준히 생산해내고, 고소득 중산층이 다시 소비수요를 제공하는 것이 거시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는 게 김 변호사의 강변이다.

나아가 입법 내용도 채무자 보호라는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파산 법정에서 면책을 얻어도 정상적인 경제주체로 돌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1세대1주택 채무자에게는 주거를 보장하고, 청년 학자금 대출을 면책에서 제외한 조항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파산법은 파산신청을 하면 파산관재인이 채무자의 재산 등을 모두 파산재단에 넣어 환가해 채권자에게 나눠준다. 때문에 채무자는 생활의 터전인 집에서 쫓겨나 노숙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한국의 현실이라는 것.

그는 “미국 텍사스 주법은 채무자가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자신의 집을 지킬 수 있게 하고, 다른 재산만 넘겨주도록 하고 있다”며 “과거 인구확대를 위하여 동부의 채무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홈스테드(정부 공여 농지 주택)는 강제집행 대상이 되지 않도록 법을 만들었던 것에 기원한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채무자가 미국 동부지역에서 빚을 지고 텍사스로 이주한 후 파산절차를 밟아도 집에서 쫓겨나지 않았다.

그는 “이같은 방식은 프라임급의 은행들한테도 불리할 게 없다”며 “저당권을 확보하고 있는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보호받는 대신, 고금리 신용채권자들이 주된 손실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청년 학자금대출,  파산 면책제외는 말도 안돼 …가난을 처벌하는 것"

요즘 청년세대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학자금 대출의 상환문제에 대해서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대학 학비가 비싸지고 대학교육이 거의 필수처럼 된 시대에,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대학을 다닐 수 있는 젊은이와 그렇지 않아도 되는 젊은이로 나누어져 있다”면서 “빚을 지고 사회에 나왔는데 막상 취업을 못해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들을 죽을 때까지 책임지라며 피해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나아가 “학자금 대출을 파산의 면책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은 잘난 부모를 만나지 못한 가난을 처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학자금 대출에 대해 면책의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파산법이 개정될 당시, 우리들 파산 쪽의 전문가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개탄했다. 파산법 개정 당시 사회적 논의도 없이 밀실에서 결정됐음을 암시했다.

②번 기사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