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이후 금융권과 기업들이 대거 희망퇴직과 구조조정에 시작하자 중역급 고급 인력들이 채용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일자리로 복귀할 수 있을까. 국내 업체들이 채용여력이 없다면, 외국계 기업들은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을까.

“채용 전망이 매우 어둡습니다. 해외로부터 신규 투자가 거의 안 이뤄지고 있고, 이미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사업 확대를 피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보는 탓에 경력직 고급  인력 채용 수요가 극히 줄었습니다.”

세계적인 채용알선 및 커리어 상담 업체, 즉 헤드헌터 회사인 스탠튼 체이스의 한국 지사 스탠튼 체이스 코리아 강태영 사장(56). 지난 2011년부터 한국지사장을 맡아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올해처럼 인력 채용 수요가 약한 때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 강태영 스탠튼 체이스 코리아 사장은 올해 국내외 기업의 경력직 고급인재 수요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치가 불안하고, 정부의 정책이 너무 급변하다 보니 국내 대기업이 현금만 유보하며 신사업 발굴에 뒤쳐진 것이 원인중 하나이고,  한국의 노동 유연성 부족에 따라 외국계 기업들이 자체 사업 확장에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글로벌 헤드헌터 업체인 스탠튼 체이스는 전세계에 73개 지사를 두고, 이를 인트라넷으로 연결해 모든 산업 부문에 임원급 글로벌 인재를 알선하는 회사다. 한국 지사인 스탠튼 체이스 코리아는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이 필요한 국내 경력직 인력, 해외 공장이 현지에 채용할 한국 경력직 인력을 송출하는 사업을 주로 한다.

특히 세계 10위권의 글로벌 헤드헌터 업체인 본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들의 인재 채용을 알선해왔다. 

강태영 사장은 “최근 한국 인력을 찾으려는 해외 기업들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은, 그만큼  내년, 특히 내후년 한국 경제의 앞날이 어둡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예년에는 신년에 신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앞서 4분기에 인력 채용 의뢰를 많이 하는데, 지난해 말에는 의뢰 건수가 뚝 떨어졌다”며 “국내업체는 몸사리고, 외국업체는 한국 진출 포기쪽을 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판단으로는 ▲국내 대기업이 드론, 3D프린트, 로봇 등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사업이 뒤쳐져 있어 한국 기술자가 부족한데다 ▲국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부족하고 임금 수준이 높아 매력이 떨어졌다는 것.

강 사장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반응은, 사업이 잘못돼 나가려고 해도 노조 때문에 빠져 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라며 “노조가 합리적인 활동을 하는 노조로 바뀌어야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주한 외국인 기업인들의 모임인 다국적 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 한국외국기업협회(FORCA),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 주한영국상공회의소(BCCK), 주한독일상공회의소(KGCCI)에서 만나는 외국인 기업인들의 반응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들 외국 기업 지사장들은 본사에 한국 투자확대를 요청하지만, 부정적인 의견만 돌아온다는 반응”이라며 “그나마 결정해도 투자규모를 줄이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해외 부품회사들이 현대차,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부품을 팔기 위해 국내 영업을 위한 인력을 찾는데, 이런 수요가 많이 끊어졌다는 것. 반면 이들 외국 기업들은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 우리나라를 제외한 아시아국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는 “스탠튼 체이스 본사에서 개최하는 글로벌 매니저 회의에는, IBM이 수억 달러를, 구글이 수억 달러를 투자하려 하고 이를 위해 고급인력을 의뢰받았다는 보고가 이뤄지는데, 싱가포르. 일본, 중국 지역이 대부분”이라며 “중국은 큰 시장을 갖고 있는 장점도 있지만, 임금이 상대적으로 싸고, 노조 활동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 우울한 소식은, 지난 3~4년동안 한국의 엔지니어를 대거 영입했던 인도, 중국 IT기업들이 더이상 한국 경력엔지니어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도 간단치 않다.

강 사장은 “최근 중국내 3위권의 전자업체가 한국내 엔지니어 6명을 뽑아달라는 요청이 와 대상자를 선발해 자료를 보냈는데, 그 업체에서 `이런 수준의 인력은 우리도 있다. 최고 기술자가 아니면 필요 없다`는 말을 듣고 허탈했다”며 “이제 인도, 중국 업체들은 한국 기업의 기술자들에게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인도, 중국기업들은 한국 기술자 대신 더 뛰어난 기술의 독일이나 미국 인재를 직접 뽑으려한다는 것. 한국의 반도체 기술자들 수배의 월급을 보장받고 중국으로 넘어가던 시절도 완전히 끝났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한편, IT 기술자의 상황과는 달리 헬스케어, 사모펀드 분야에서는 그나마 국내 경력직 출신에 대한 선호도는 이어지고 있다. 

강 사장은 "헬스케어 산업쪽 수요는 과거엔 영업 인력 유치가 활발했는데, 김영란 법 영향으로 영업사원 보다는 연구개발(R&D), 품질보증(QA), 품질관리(QC) 등 생산쪽 인력이 선호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사모펀드 업계는 정반대다. 운용 인력 수요는 별로 없고, 영업직인 마케터를 찾는 수요가 다소 활발하다. 최근 대거 퇴직자가 나온 금융권 출신들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이 늘다 보니, 국내외 사모펀드 업계가 이 자금을 끌어모으려 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찾는 인재는 운용쪽 전문가가 아니라, 기업들의 현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마케팅 인력들이 선호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인력수요가 약한 업종은 어디일까.

강 사장은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들이 M&A(합병 및 인수)를 통해 업체 수가 줄다보니, 인재개발(HR), 파이낸스, 법률 등 지원부서 인력이 중복되는 현상이 생겨 수요가 줄었다”며 “자동차 업계도 한국이 자율주행자 등의 개발 능력이 떨어져 인력 수요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최근 조선업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늘어난 실업자들이 중국에 진출할 가능성도 별로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그는 “이들은 조선업에 특화된 사람들인데 글로벌 조선산업이 좋지 않아 수요가 거의 없다”며 “아직 인력 수요가 있는 중국의 경우는 현지 근로자들 임금이 우리나라 기존 근로자들의 임금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한 만큼 이를 감수하고 중국으로 건너갈 인력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고급인력시장에서는 이공계 출신으로 엔지니어들은 여전히 강한 선호도가 있어,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진행할 경우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탠튼 체이스 한국지사는 지난 1997년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500여개 회사에 1600여명의 중역급 인재를 알선, 소개해준 실적을 자랑한다. 이중 200여명은 회장, 사장, 지사장급이었다. 지난 18년동안 다국적 기업이 한국내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인재를 소개하는 한편, 국내 기업에도 해외 전문인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