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아침, 이코노믹리뷰 편집국창을 흔드는 데스크의 지시. '500볼트를 주시해라'는 말. 지시를 확인한 순간 기분이 묘했습니다. 처음에는 물음표(?)입니다. 500볼트를 주시하는 상황에서 관련 기사도 다 쓰고 있는데 뭘 주시하고 따라가라는 것인지 헷갈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본격적인 취재를 하지는 않았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부터 들었습니다. 동시에 500볼트와 저의 오래된 인연이 뇌리를 스칩니다.

500볼트는 스타트업 및 벤처 얼라이언스를 표방하는 기업입니다. 지난달 13일 한국거래소에 코넥스 상장신청서를 제출해 눈길을 끌었어요.

 

첫 만남의 추억
500볼트와 저의 첫 만남은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스타트업 업계 취재를 막 시작한 상태에서 난데없이 500볼트 명의의 보도자료가 마구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모바일 기업 중심의 스타트업 연합체인 옐로모바일과 달리 500볼트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방대한 영역의 초기 기업 동맹군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영혼없는 500볼트 소식이 언론에서 소나기처럼 쏟아질 당시, 제 첫 인상은 솔직히 '수상하다'였습니다. 관련 기사가 막 쏟아지는 것 자체가 수상했습니다. 물론 홍보 대행사의 저력이겠지만, 아직 실체가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막무가내로 찬양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 터지면 의심부터 하는 직업인지라, '더 알아보자'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물론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인 옐로모바일의 행보도 영향을 미쳤어요. 당시 옐로모바일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를 표방하며 나름의 동력을 보여주고 있었으나 '비전'보다는 '위기'에 무게가 실리던 시기니까요.

만남을 요청했습니다. 500볼트 사옥에서 미팅을 잡았어요. 사전 조율 당시 "빨아주는(?) 기사를 쓰려는 것이 아니라, 진짜 궁금해서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김충범 대표 인터뷰는 우리쪽에서 거절했어요. 500볼트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김충범 대표겠지만, 그보다 실제 현장에서 움직이는 실무급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거든요. 나름 준비도 했습니다. 서비스적 차원의 비전은 제가 살피고, 증권 및 금융 전문기자를 대동시켜 실제적인 생존력도 꼼꼼하게 실피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날, 500볼트 사옥을 찾았습니다. 평범한 강남 주택가 한 복판에 우뚝 선 500볼트 사옥은 멋진 카페의 분위기를 닮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터뷰의 발단 자체가 화기애애하지 않았던 만큼 시작은 껄끄러웠어요. 당시 부사장이던 송원규 씨가 나섰고, 동석한 홍보 대행사 임원은 질문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묘하게 불편해 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사가 [500볼트, 비전이냐 허상이냐]입니다. 당시 송원규 부사장은 500볼트의 강점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모바일 서비스 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제조기업까지도 인수 합병 대상에 포함한다는 점과 자회사 여부를 사전 검증을 마친 전략적 운영 시스템을 보유한 상태에서 출발한다는 것, 그리고 벤처 생태계에 최적화된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으로 꼽았습니다.

굵직굵직한 내용을 몇 가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일단 "닷컴버블 당시 ‘벤처 연방제’라는 쓰라린 아픔을 겪은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500볼트의 비즈니스 모델 생존 가능성이 화두로 부상한다"는 전제에 500볼트는 "우리가 전통적인 모델은 아니며, 리스크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시장의 인정을 받기 위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어요.

그렇다면 '왜?'라는 질문이 가능합니다. "왜 500볼트여야 하는가?" 500볼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바일과 온·오프라인, 서비스업과 제조업, B2C와 B2B 등 경계를 넘어선 O2O 연합을 표방하며 트랙별 빠른 엑시트를 지향해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일까요? 현재 국내 경제 상황에서 스타트업 및 벤처의 자생력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및 오프라인의 경쟁력을 모두 고려하는 총체적 대단위 플랫폼을 조직해 몸집을 불려 빠르게 엑시트하는 것이 유일한 활로라는 논리에요. 여기서 '트랙'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500볼트는 트랙1, 트랙2 등으로 엑시트를 노린다는 설명입니다. 트랙1은 O2O며, 최근 코넥스 상장을 시도하는 부분이 바로 트랙1인 겁니다.

▲ 출처=500볼트

500볼트의 거침없는 하이킥?
당시 인터뷰에서 흥미로웠던 기억은, "500볼트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디테일한 방법론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다"며 끝없는 낙관론을 펴던 자세였습니다. 실제로 500볼트의 경영진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묻자 500볼트는 “경영진이 나이가 많지 않아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김충범 대표는 다년간의 경영활동을 통해 이미 업계에서 입지가 탄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거론되지 않았어요. '그냥 자신이 있다' 수준이었습니다.

두 가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세워둔 로드맵을 사업상의 이유로 공개할 수 없거나, 아무 생각이 없거나.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며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세우기는 했으나, 무게 중심은 전자에 실어도 제 속내는 '후자'였습니다. 낙관적인 마인드는 그 자체로 필요하지만, 낙관적인 마인드가 모든 것을 채우지는 못하는 법이니까요. 간간히 500볼트 관련 내용을 기사로 쓰며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었던 것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 일로 500볼트 임원진과 문자로 뜨거운(?)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요.

이런 생각은 500볼트가 난데없이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합류하며 더욱 짙어졌습니다. 그건 누가 봐도 '인지도 세우기'로 보였으니까요. 총 4개의 컨소시엄이 나온 가운데 500볼트가 속한 컨소시엄은 제일 빨리 레이스에서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이랬던 제 마음도 조금씩 변합니다. 이것도 옐로모바일이 2.0 시대를 선언하며 "비전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뭔가 있기는 있다"는 공감대가 업계에 퍼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스타트업이 사라질 경우 도저히 이 나라의 경제 활력도를 찾을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일까요. 500볼트는 이후로도 자신의 길을 우직하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500볼트는 지난해 설립 첫 해부터 흑자경영에 성공했으며, 영업이익 7억3천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O2O 빙하기를 앞두고 쿠팡 및 배달의민족, 옐로모바일 등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영업이익을 발표하는 상황이 묘하지만 일단 믿어보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넥스 상장을 추진하는 한편, 내년에는 코스닥 상장도 노린다고 합니다. 500볼트 이호진 팀장은 "트랙1을 중심으로 코넥스 상장을 타진하는 상황에서 모든 계획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코스닥 상장을 천명한 상태에서 코넥스 및 코스닥 동시 상장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말합니다. 트랙2의 아이템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조속한 시일에 정한다는 뜻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500볼트요? 성공일까요? 실패일까요? 일개 기자가 예단할 수 없지만 최근 보여주는 사업적 행보가 시간이 갈수록 선명해지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500볼트의 핵심으로 작동하는 유류정보 제공 서비스 에너지세븐의 존재감만 봐도 고무적입니다. 물론 뒷 구멍은 만들어 둡니다. '그래도 모른다'

업계에서 500볼트에 대한 평판은 엇갈립니다. 초기 '사기꾼'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지금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다만 '군대문화가 살아있다'라던가 '자회사에 대한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은 들립니다. 하지만 '온라인 및 오프라인의 모든 경쟁력을 잡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고무적'이라는 주장과 '모든 로드맵이 시장의 전망을 상회하는 속도로 채워지는 분위기'라는 주장도 눈길을 끕니다.

그래서 결론은? 500볼트의 거침없는 하이킥을 기대해봅니다. 이제는 김충범 대표를 만나야겠습니다. 그러니 500볼트는 빨리 김충범 대표의 이노코믹리뷰 인터뷰 확정을 결정하라! 결정하라!

[IT여담은 취재과정에서 알게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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