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같은 기계에게는 의식이 있을까?’ 사실 이에 대한 바른 질문은 ‘로봇과 같은 기계가 의식을 가지게 해야 하나?’ 그리고 ‘로봇과 같은 기계가 의식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일 것이다. 로봇만이 아니고 로봇과 같은 기계라고 하는 이유는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자율 자동차나 세탁기나 냉장고, 공장의 산업기계들조차도 생김새는 로봇과 같지 않더라도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 의식과 같은 기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항상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의 의식도 인간의 의식에 비추어 생각해야만 한다. 의식은 외부 개체나 자신 안의 무엇인가를 자각하는 상태, 즉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데카르트와 로크 시대 이후로 서구 철학자들이 의식의 성질을 이해하고 그 핵심적인 속성을 확인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의식 철학에 관련된 주제들에는 의식이 기계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 인간이 아닌 의식이 존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렇다면 그것이 어떻게 인지될 수 있는지, 의식은 언어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의식은 정신과 물리적인 상태나 속성 사이에 이중적인 구별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방법으로 이해될 수 있는지, 그리고 최근에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연구되는 주제인 컴퓨터나 로봇과 같은 계산 기계에서도 가능한지 등도 포함되었다.

그리고 최근 기술 발전에 힘입어 의식은 과거 10년 내에 심리학, 신경심리학, 신경과학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되었다. 중요한 초점은 의식에 존재하는 정보가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심리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즉, 의식의 신경과 심리 상관체를 결정하는 것이다.

사실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의식이 자각, 기억, 학습, 기대, 주관적 경험(감각질) 등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실용적인 목적이든 실험적인 목적이든 인간 마음의 구조와 의식을 포함한 기능들을 이해할 수 있는 컴퓨터 모델로 요약하는 인지 구조(Cognitive Architecture)를 만들어왔다.

필자는 인지과학을 기반으로, 선호하는 모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개략적으로 의식은 내적이든 외적이든 무엇인가를 대상으로 가지는 것이고 이러한 기능을 현상학의 어려운 용어로는 ‘의식의 지향성’이라고 한다. 인간 인지 기능의 많은 부분이 무의식적인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사실 ‘의식은 의식할 수 있는 의식’인 것이고, ‘무의식은 의식할 수 없는 의식’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머릿속에 무엇이 떠오르는지 알 수 있는 것만을 의식이라고 부를 수 있고 그 대상이 있는 것으로 알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서 일어나는 일들 중에 그 일부만을 의식하게 되는 것을 진화론적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은 해당 인간 개체의 전체적인 집중이 필요해서가 아닐까?

이러한 일들은 ‘의식하는 나’가 아니라 ‘의식하지 못하는 나의 몸’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나의 몸은 내가 의식할 것들을 결정한다. 사회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소통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체계이듯이 의식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니클라스 루만). 사회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인간의 사회적 욕구 때문이고 그러한 소통은 의미라는 매체를 통해 이루어진다.

의식에 떠오르는 생각은 다른 의미를 매체로 다른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간은 떠오르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이것은 가만히 생각을 멈추려고 해보면 그러기가 어렵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자유의지에 관한 논쟁들도 이해될 수 있다(자유의지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이 모든 이야기의 배후에는 신경세포(뉴론)들에 의해 이루어져 있는, 뇌를 포함한 생물학적 신경체계가 있다. 그곳은 여러 신경세포들로 이루어져 특정한 자기 임무를 수행하는 여러 모듈들이 있고 이러한 모듈들은 특별한 중앙통제 없이 스스로의 자기 임무 수행들만으로 전체적인 인지기능을 이룬다. 이것을 군 지능(Group Intelligence, Collective Intelligence, Swarm Intelligence)이라고 한다.

군 지능은 개개의 요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 집단 전체의 목적을 위해, 집단 전체의 활동을 통제하고 지휘하는 요소가 따로 없더라도 개개의 요소들이 하는 활동에 의해 집단 전체의 활동이 목적에 맞도록 최적화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신경체계뿐만 아니라 개미와 같은 곤충류, 철새와 같은 조류 등에서 보이는 먹이 찾기, 서식지 이동 등에서도 관찰된다. 개개의 요소에는 관찰되지 않으나 개개의 요소들이 모인 집단에서 관찰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창발적(Emergent)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인지 현상은 신경체계에서 일어나는 창발적인 현상이고, 의식은 필요에 의해 의식하게 된 인지 현상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알파고가 자신이 어떻게 바둑을 두고 있는지 설명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아도 이러한 의식이 인간 인지현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러한 의식이 갖는 기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 의해 만들어지는 인공의식이 인간에게 일어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할 필요는 없지만 로봇과 같은 지능적인 기계는 의식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와 같은 기능 또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 칼럼은 자기를 의식하는 의식인 자의식을 의식에 이어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