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서 국제 원유시장의 관심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이행 여부로 쏠려있다.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유가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과 과거 합의대로 이행하지 않은 전력이 있어 의구심도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2월 13일 OPEC의 1월 산유량 발표가 향후 유가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월 1일부터 OPEC과 비OPEC 감산 실시

작년 11월 30일 OPEC 국가들이 120만배럴 감산한데 이어 12월 10일에는 비OPEC 국가들 또한 55.8만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하면서 원유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11월 30일 감산 합의 직전 배럴당 45.23달러를 기록했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해 18.7% 상승하며 연말에는 배럴당 53.72달러로 마감됐다.

<1년간 WTI국제유가 추이>

▲자료=Bloomberg, 한국투자증권

2017년 1월 1일부터 OPEC 국가들과 비OPEC 국가들이 일제히 감산에 돌입하는 점을 감안하면 2017년은 감산 합의 이행에 대한 검증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감산 합의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기 때문에 감산 합의에 동참한 국가들의 감산 이행 여부가 국제유가의 추이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는 감산 합의 이행하는 분위기

일단 현재까지 산유국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주요 산유국들은 구체적인 감산 이행 방안을 밝히는 등 감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사우디는 아시아권 고객사에 감산 합의로 인해 1월부터 수출량이 축소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사우디는 지난 12월 10일 비OPEC 산유국들과의 회담 당시에도 감산 할당량인 48.6만 배럴 보다 많이 감산해 산유량을 1000만배럴 이하로 낮출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 석유장관 칼리드 알 팔리. 출처=캡쳐

쿠웨이트, UAE 또한 판매처에 공급 축소 계획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와 베네수엘라는 각각 20만 배럴, 9.5만 배럴 감산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라크 석유장관은 감산 이행으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OPEC 회원국 뿐만 아니라 비OPEC 또한 본격적인 감산 행보에 돌입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국영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를 포함한 모든 석유기업이 감산에 동의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국영석유기업인 가스프롬은 내년 원유 증산분을 4.5~5.0% 정도로 하향조정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오만은 고객들에게 3월 원유 공급량을 5% 가량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또한 감산 합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설립한 감시위원회(Ministerial Monitoring Committee)가 1월 13일 첫 회의를 개최될 예정이다. 감시위원회는 알제리,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러시아, 오만 다섯 개 국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감산 이행 방안과 감산 이행 여부를 감시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감산합의 이후 산유량, 상한선 2~6% 상회

이처럼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이행 방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과거 OPEC의 실제 산유량은 대부분 산유량 상한선을 상회했기 때문이다.

<OPEC 실제 산유량 및 생산상한선 추이>

▲음영처리된 시기는 감산이 시행된 시기. 자료: OPEC, Bloomberg, 한국투자증권

과거 감산 합의 사례를 살펴보면 실제 산유량은 산유량 상한선을 2~6% 상회했다. 이번 감산 합의를 제외한다면 1998년 이후 OPEC은 총 5번의 감산을 실시했다.

1)아시아 외환위기에 따른 수요 감소(1998년 4월~2000년 3월), 2)미국 경제 침체 및 비OPEC 의 생산증가(2001년 2월~2002년 12월), 3)이라크 석유 생산 재개에 따른 공급과잉(2003년 6월~2004년 6월), 4)글로벌 원유 재고 증가(2006년 11월~2007년 10월), 5)금융위기에 따른 수요 급감(2008년 10월~2009년 1월)의 이유로 OPEC 회원 국가들은 감산에 돌입했다.

<1998년 이후 총 다섯 번의 감산을 실시한 OPEC>

▲실제 산유량과 산유량 상한선 괴리율은 감산 기간 동안 월간 실제산유량/산유량 상한선의 평균. 자료: OPEC, 한국투자증권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는 OPEC이 총 3번 감산했으며 감산 합의는 약 2년간(1998년 4월~2000년 3월) 유효했다. 이 때 OPEC이 합의한 감산규모는 총 433만 배럴이었지만 실제로 OPEC의 산유량은 249만 배럴 감소했다. 이로 인해 감산합의 기간 동안 OPEC의 산유량은 산유량 상한선을 평균적으로 2.1% 상회했다. 같은 방식으로 2001년 미국 경제 침체 및 비OPEC 증산 당시에는 OPEC의 실제 산유량이 산유량 상한선을 5% 이상 초과했으며 2003년에는 무려 6% 이상 초과했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 OPEC의 감산 시기에 실제 산유량은 적게는 2%에서 많게는 6%까지 산유량 상한선을 상회했다. 지난 11월 30일 OPEC의 감산합의로 정해진 산유량 상한선이 3250만 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실제 OPEC의 생산량은 이보다 65만 배럴~195만 배럴 많을 수 있다. OPEC과 비OPEC의 감산규모가 175만 배럴인 점을 상기해본다면 OPEC의 감산 합의가 충실히 이행되지 않을 경우 감산 합의의 실효성은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유가 우상향 기조 유지될 전망

한편 한국투자증권 서태종 연구원은 “감산 합의의 실효성을 크게 훼손할 정도로 OPEC 회원국들이 감산 합의를 불성실하게 이행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2년 간의 극심한 저유가로 인해 주요 산유국들의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유가 부양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사우디는 감산 할당량인 48.6만배럴보다 더 감산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는 등 감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번 감산 유효 기한을 6개월로 설정한 것 또한 OPEC 회원국들이 감산 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보통 감산 시행 후 6개월까지는 OPEC 회원국들이 감산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지만 이보다 길어지게 될 경우 증산을 하는 산유국들이 많아졌다. 감산 합의로 인해 유가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증산을 할 유인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 연구원은 “이번 감산 합의는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유효하며, 6개월 이후 다시 한번 OPEC 회원국들이 모여 감산 이행 여부 및 연장여부를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OPEC 회원국들의 증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유가는 점진적인 우상향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감산 합의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유가는 감산 합의 이행 여부에 따라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향후 유가에 영향 미칠 이벤트는?

근래에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벤트는 1월 13일에 개최되는 감시위원회 회의, 1월 18일에 있을 OPEC 월간 보고서 발간이 있다. 감시위원회 회의는 향후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 방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OPEC 월간 보고서는 12월 OPEC 산유량을 발표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오펙 월간 원유시장 보고서. 회원국들의 매월 산유량을 비롯한 원유시장 정보와 전망이 담겨있다. 출처=www.opec.org

그리고 2월 13일에 발간될 OPEC 월간 보고서는 유가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를 통해 1월 OPEC의 산유량이 발표되기 때문이다. 감산 합의 시행 후 처음으로 산유량이 발표되기 때문에 OPEC 회원국들의 감산 합의 이행 여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