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금융은 아직 멀었다’는 말이 있다. 중국은 인구수 세계 1위, 빠른 산업발전 등으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움직임을 과시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미 산업발전을 거치고 자본시장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통해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중국이 세계 경제의 패권을 쥐기 위해서는 위안화의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 수 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외환시장 정책을 그들이 처한 현실과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3가지를 배웠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지난 5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일대비 0.31% 내린 6.9307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기준환율을 내렸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위안화를 1달러로 교환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만큼 위안화의 가치가 높아졌다(위안화 절상)는 뜻이다.

그렇다면 중국 금융당국은 왜 위안화를 절상한 것일까. 이에 대해 중국의 위안화 방어와 자본유출 저지를 위한 행동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중국의 결정에 어떤 요인이 작용했는지 여부다.

수출 하려다 ‘핫머니’ 경험한 중국

지난 2015년 6월 중순, 중국 증시는 ‘악몽’에 맞닥뜨렸다. 상해종합지수가 5000포인트를 넘는 상황에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증시는 폭락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시장의 공포는 8월 말이 돼서야 진정됐다. 당시 상해종합지수는 6월 중순 대비 무려 40% 하락한 3000포인트로 주저앉았다.

▲ 중국 상해종합지수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흥미로운 점은 6월 중순부터 8월초까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증시의 급변동에도 불구하고 6.2위안 대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6.4위안까지 급등(위안화 가치 하락)하며 변동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중국은 1년물 예금금리가 1%대로 떨어지고 경기부양 기대감에 추가 금리인하 전망이 주를 이뤘다. 반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었다. 일명 ‘핫머니’라 불리는 투기적 성격의 자금은 국가 간 금리에 민감하다.

결국 중국 정부는 핫머니 유출에 따른 외환보유고 감소를 버티지 못하고 위안화 평가절하를 용인했다. 바로 이점이 위안화 변동성을 높인 이유다.

중국증시는 지난 2016년 1월 또 다시 악몽에 휩싸였다. 한 달 간 중국상해종합지수가 3500포인트에서 22.9% 급락한 2700포인트를 기록한 것이다. 물론 2015년 6월 중순에서 8월말까지의 하락한 것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지만 ‘중국발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당시 위안/달러 환율은 6.6위안까지 상승해 이를 방증한다.

▲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당시 흔들리는 중국 증시와 환율 변동성을 막은 주체는 다름 아닌 중국 정부다. 조지소로스와 함께 위안화 약세를 노리는 헤지펀드들이 위안화 가치 하락에 배팅했다고 발표함과 동시에 중국 정부는 위안화 방어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렇게 위안화 가치는 안정이 되기 시작했고 헤지펀드와 중국의 위안화를 둘러싼 통화전쟁은 중국의 승리로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2016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기점으로 재차 위안화 가치는 하락하기 시작해 위안/달러 환율은 2016년 1월 고점이었던 6.6위안을 뛰어넘기 시작한다. 아울러 미국의 2차 금리인상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달러화는 강세를 이어가고 이에 위안화 약세는 지속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다.

하지만 2015년 8월과 2016년 1월의 위안화 약세와 브렉시트 이후 위안화 약세에 다른 점이 있다. 전자의 경우 핫머니 유출에 따른 위안화 가치 하락이지만 후자는 핫머니 유출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시기부터 중국은 위안화 약세를 용인했다. 왜 중국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일까.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공급발 디플레이션의 주범으로 꼽힌다. 증시의 고평가 문제도 있었지만 2015년 6~8월, 2016년 1월의 중국 증시 급락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증시를 무너뜨린 촉매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이러한 디플레이션 우려를 해소할 곳이 필요했고 그 결과,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 것이다. 투기자본으로부터 위안화 가치가 흔들리고,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말 그대로 ‘수출 장려’를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 서부텍사스유(WTI) 가격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사실 큰 맥락에서 보면 위안화 평가절하는 지난 2014년 말부터 시작됐다. 중국의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당해 10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50달러로 급락하자 디플레이션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기존의 위안화 ‘절상’에서 ‘절하’로 기조를 선회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중국은 경기부진의 해결책으로 위안화 약세, 즉 수출을 ‘기준선’에 두고 정책을 펼쳐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조는 최근까지 지속됐다.

외환시장 통해 ‘위기’를 배운 중국

중국의 2015년 6~8월, 2016년 1월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금융불안’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상해종합지수 하락률로만 보면 2015년이 상대적으로 더 불안한 시기라 할 수 있지만 소로스 등 헷지펀드의 위안화 공격이 강행된 2016년이 사실상 중국의 ‘위기설’이 더 극대화된 시기다.

당시 헷지펀드들이 어떤 근거로 위안화를 공격했는지 세부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이러한 근거를 마련한 것은 사실상 중국이었다. 위안화가 지난 2015년 11월 30일 특별인출권(SDR) 구성통화에 편입되면서 이후에는 중국 외환당국이 명시적인 개입을 자제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당시 역외 위안화(CNH)를 중심으로 절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는데 2016년 초에는 역내 위안화(CNY)로 전염되기 시작했다. CNH의 절하 속도가 빨라지자 여기서 조달한 위안화를 역내 시장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완만한 위안화 절하 속도를 예상했지만 급격하게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헷지펀드 등의 공격으로 중국의 외환위기 우려가 더욱 증폭된 것이다. 그 결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는 유가 하락을 야기했고, 이는 다시 전 세계 주식시장에 충격을 가하게 됐다.

종합해보면 중국은 2014년 말 경기둔화 우려의 돌파구인 수출을 위해 위안화 약세 기조로 선회했다. 수출을 위한 위안화 절하는 오히려 금융시장에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수단인 반면, 이 과정에서 핫머니 유출 등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이 발생해 예상과는 다른 경험을 했다. 하지만 2016년 초 이후 위안화에 대한 투기적 요인이 점차 사라졌고 브렉시트 이후에는 오로지 ‘수출을 위한 위안화 약세’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게 됐다.

금융시장 불안 차단을 배운 중국

그렇다면 위안화의 추가적 약세가 왜 우려로 작용하는 것일까. 이는 달러 강세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과거 투기 자본에 의한 위험을 경험한 중국이 이를 간과할리 만무하다. 즉, ‘어느 정도’의 위안화 약세는 용인하지만 그 ‘어느’의 임계점은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난 5일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절상한 것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금융시장 불안이 역으로 중국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여지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의 월간 자본유출 규모는 지난해 9월 672억 달러, 10월 687억 달러, 11월 735억 달러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도 어려워진다.

▲ 위안화 통화바스켓 비중 조정 [출처:한국투자증권]

이에 앞서 중국은 지난해 12월 29일 위안화 통화바스켓의 구성 및 통화 비중을 조절했다. 세부 내용으로는 기존 13개 통화에서 24개 통화로 확대하고, 기존 13개 통화의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나머지 새로운 11개 통화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위안화 통화바스켓은 중국 위안화와 통화바스켓을 구성하는 통화간의 재정환율에 가중치를 곱해 계산된다. 달러화 강세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더라도 달러 대비 여타 통화들의 하락이 더 크다면 상대적으로 위안화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 위안화 통화바스켓 지수와 달러대비 위안화 가치 [출처:메리츠종금증권]

따라서 이번 위안화 통화바스켓 비중 변경은 분산효과로 달러화 강세 시 위안화를 이전보다 더 안정적으로 유지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화바스켓에 포함돼 있는 홍콩 달러, 아랍에미리트 다르함, 사우디 리얄 등은 달러 페그제를 유지하고 있어 이번 통화바스켓 변경을 통해 위안화에 대한 달러의 영향력이 크게 낮아졌다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한편, 통화바스켓에 더 많은 통화가 포함될 가능성도 높다. 이에 궁극적으로 중국은 달러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