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위키미디어

통신업계에 망중립성 이슈가 뜨겁다. 지속된 공방 끝에 망중립성 후퇴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망중립성 원칙을 반대하는 트럼프 정권 등장이 그 이유다. 망중립성 후퇴로 통신사업자들의 패권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망중립성 규칙(Net Neutrality Rules)은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ISP)가 인터넷망을 통해 사업하는 모든 기업이나 이용자를 동등하게 대우하고 어떤 차별도 하면 안 된다는 개념이다. 망중립성에 따르면 한 달 100기가 바이트(GB)의 데이터 트래픽을 일으키는 기업 소비자와 1GB의 데이터만 사용하는 개인이 동일한 금액을 부담하게 된다. 

초기 인터넷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개방성을 통해 발전하면서 망중립성의 개념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 사업자들의 성장 등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이용하는 인터넷 환경이 일반화됐다. 이 같은 환경에서 망중립성에 대해 ISP와 전자·콘텐츠 기업(CP) 간 이견이 발생하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망중립성에 대한 이견차 공공재 vs 재산권 침해

콘텐츠 기업들과 소비자단체는 망중립성을 찬성하고 있다. 구글, 넷플릭스 등 콘텐츠 사업자들은 인터넷의 기본정신인 개방성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망중립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특정 컨텐츠는 부당한 이유로 소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컨텐츠의 가치로만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인터넷 통신망 서비스를 공공재로 규정하고 있다.

ISP의 입장은 다르다. ISP는 AT&T, 버라이즌, 컴캐스트 등이 있다. 국내로 치면 이통3사가 망제공사업자에 해당한다. ISP는 망 설비에 투자하는 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있다. 대용량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넷플릭스 등의 서비스 업체도 망을 이용하려면 추가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인터넷 통신망을 단순히 공공재로 여기는 것에 대해 재산권 침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열린 ICT 정책 해우소에서 진행한 토론에서는 ‘네트워크 무임승차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표현이 ISP사업자 측에서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정권교체로 망중립성 위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전인 2007년 경부터 망중립성을 지지의사를 밝히며 통신사업자들과 찬반갈등을 거듭했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15년 2월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사업자와 이용자는 인터넷 통신망에서 동등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망중립성 강화 규정을 확정했다. 이 결정은 인터넷 서비스를 공공재로 보고 ISP가 비차별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톰 휠러. 출처=위키미디어

톰 휠러(Tom Wheeler) FCC 위원장은 2015년 망중립성 규칙을 제정했다. 그러나 최근 외신에 따르면 톰 휠러 FCC 위원장은 트럼프가 대통령 공식 취임하는 1월 20일에 사임한다. 트럼프는 인수위에서 망중립성 반대론자들을 정책자문으로 임명했다. 5명의 상임위원 중 3명이 공화당 출신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미국 공화당은 통신사의 고속회선(fast lane) 신설 및 컨텐츠 차단·속도 제어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안건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망중립성 후퇴가 통신사에게 미치는 영향

고속회선 허용은 통신사가 모든 트래픽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는 뜻이다. 고속회선 허용으로 통신사는 별도의 대가를 받고 특정 콘텐츠의 전송 속도를 빠르게 해 주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또한 합법적으로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속도를 느리게 할 수 있다. 통신사 사전 협의 없이 유사 통신서비스를 제공해 통신사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트래픽을 유발하는 행위가 불가능해지고 철저히 통신사의 설비투자를 보장하는 과금 정책이 수립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사업자가 데이터 요금을 대신 내주는 제로레이팅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데이터 통화료 부담이 줄어들지만 제로레이팅에 참여하지 못한 중소 콘텐츠 기업에 대한 차별 가능성이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증권 애널리스트를 비롯한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망중립성 정책 역시 미국 정책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CC의 오픈인터넷규칙(Open Internet Order)이 가이드라인이 돼 왔다는 설명이다.

이 의견에 대해서는 미래부 관계자는 반대 의견을 내놨다. “한국이 따라가는 게 아니라 미국이 따라오는 양상”이라며 “국내는 망중립성의 원칙이 이미 구축돼 있고 망중립성 원칙을 수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마련된 트래픽관리 기준과 망중립성가이드라인에 따르고 있다”며 “시장 자율에 맞기 돼 다만 공정경쟁 및 이용자 행위에 저해하거나 이용자 이익 저해행위가 발생하면 제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