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쇠고기를 담보로 발생한 6000억원대 대출사기로 금융권 전체가 들썩이는 가운데 가장 많은 비용을 대출해준 동양생명으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방카슈랑스를 통한 저축성보험 확대로 시장지배력을 빠르게 확장시켰지만 역마진이 커지면서 무리한 고금리대출을 단행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IFRS17 도입 등으로 자본금 확충이 필요한 시점에서 위험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 증가율 1년새 1437%

금융권에 따르면 육류담보대출을 시행한 보험사는 전체 43개사 중 동양생명 단 한 곳 뿐이었다.

육류담보대출은 냉동보관 중인 수입 육류를 담보로 이뤄지는 대출이다.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만기가 3개월로 짧은 축에 속하지만 금리는 연 6~8%로 높게 책정된다.

해당 대출은 동산담보대출 중에서도 ‘양도담보대출’에 해당해 담보물 등기를 할 필요가 없다. 때문에 등기부를 통해 담보가 온전한지, 담보물이 얼마나 저당 잡혀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어 ‘하이리스크’ 대출로 분류된다. 이런 상황에서 생명보험업계 5위 규모인 중대형 생보사가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대출을 단행했다는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동양생명의 무리한 동산담보대출 확장은 저축성보험 확대에 따른 역마진 우려 해소를 위해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동양생명은 지난 2012년 안방보험에 인수된 이후 방카슈랑스(은행판매 보험)를 통한 저축성보험 확장 정책을 펼쳤다.

저축성보험은 목돈마련이나 노후자금을 대비해 저축을 목적으로 개설되는 보험이다. 일반 장기보험이나 보장성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율을 적립해 준다.

때문에 저금리 시장에서는 오히려 역마진 우려가 커지는 상품이다. 예를들어, 10년 전 확정금리 5%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저축성보험을 출시했는데 기준금리가 1%로 떨어졌을 경우, 남은 4%의 금리를 보험사는 보장해줘야 한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저축성보험 수익은 지난해에만 4조원에 육박한다.

▲ 단위 : 억원, 출처=CEO스코어

저축성보험의 덩치가 커지자 동양생명은 고금리 대출 기조를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동양생명은 지난 2007년부터 육류 위주의 동산담보대출을 시작했다. 이후 2013년 수산물 담보대출, 2014년 5월부터는 금융권 최초로 목재담보대출을 시행했다.

특히 육류담보대출의 경우 지난 2013년 말에는 511억원 규모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38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결국 ‘저축성보험 확대→역마진 심화→고금리 대출’이라는 순환이 이뤄진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은 국제회계표준(IFRS17) 도입을 대비해 자본 확충을 단행하는 추세”라며 “동양생명 역시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했지만 아무래도 저축성보험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역마진 리스크를 감소시키기 위해 고금리 대출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출처=금융감독원

2016년 4분기 예상이익 -972억원

동산담보대출을 차치하고라도 동양생명의 대출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축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해 9월 기준 4573억 가량의 도소매 대출을 진행했다. 도소매업 대출은 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규모 대출은 위험성이 큰 축에 속한다.

삼성·한화·교보 등 생보사 ‘빅3’의 도소매 대출 금액은 각각 842억, 103억, 799억원으로 3사 모두 합쳐도 동양생명의 도소매 대출금보다 적다.

일각에서는 안방보험이 소유한 LA호텔에 대출을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동양생명은 안방보험 계열사인 미국의 뉴산타모니카비치호텔에 3334억원 규모의 자금을 대출한다고 밝혔다. 이자율은 4.3%로 책정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으로 유상증자를 받은 6000억원의 절반인 3000억원대 대여금을 내 준 셈”이라며 “안방그룹이 인수한 지 1년도 채 안된 물건에 수천억을 선뜻 내줬다는 점에서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동양생명의 고금리 대출 전략이 리스크 관리에 실패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동양생명은 당장 육류담보대출 사기 피해로 대출금 손실에 상응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이는 고스란히 2016년 4분기 적자로 누적된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육류담보대출 손실의 50%를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할 경우 동양생명 2016년 4분기 예상이익은 46% 하향 조정된 –962억원이 된다고 분석했다.

생보사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은 단기간 내 수익성은 확실히 보장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저축성보험의 역마진을 상쇄하기 위해 고금리 대출을 단행하는 것은 아래돌을 빼 윗돌을 메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