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포스트 스마트폰을 찾으려는 시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다만 명확한 후보군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한 때 웨어러블이 유력한 후보로 올랐으나 현 상황에서는 요원하다.

그런데 '포스트'를 찾아야 하는 것은 모든 온라인 및 오프라인 플랫폼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특히 오프라인 하드웨어 플랫폼의 경우 무리한 마케팅적 수사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도 '반드시 포스트 플랫폼'을 잡아야 할 당위성을 가진다. 삼성전자가 CES 2017을 통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QLED TV를 런칭한 배경이다.

가전업계의 분위기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된 하드웨어 플랫폼의 가능성을 기존 제품에 덧대는 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크게 초연결과 생활밀착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통해 지금까지 독립적으로 움직이던 가전제품을 하나로 묶어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생활밀착형 패러다임으로 그 간극을 더욱 좁히는 방식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O2O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도 관심을 가지는 분야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가전업계의 화두로도 볼 수 있다.

▲ 출처=LG전자

일단 생활밀착형은 상대적으로 풀어내기 쉬운 과제다. 기술의 발전으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업계가 충분히 체화했기 때문이다. 더 편리한 기능과 기술은 나름의 방법론이 분명히 있다.

화두는 초연결이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시작되며 초연결의 가치가 두각을 보인 가운데, 가전제품의 연동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집중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물론 현 상황에서 연결은 기본으로 가져가지만, 소위 '넥스트 커넥트'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와 연결의 모델을 실제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창출하는 문제는 완전한 별개다. 그러나 서비스 고도화의 방식적 측면에서 현재는 일차적 초연결 모델을 매끄럽게 끌어내는 것만 성공해도 나름의 성과다.

여기서 LG전자의 방식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초연결 방법론의 흥미로운 화두가 여럿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기본적인 초연결 패러다임은 동일하다. 가전제품을 하나로 묶어내는 방식은 다른 경쟁자와 대동소이하며, 현 상황에는 그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현재 LG전자는 지난해 스마트씽큐 센서(SmartThinQ™ Sensor), 스마트씽큐 허브(SmartThinQ™ Hub) 등 스마트홈 액세서리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에는 딥 러닝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 가전을 선보이며 스마트홈 기반을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홈 서비스 ‘스마트씽큐(SmartThinQTM)’에 딥 러닝(Deep Learning)을 더해, 가전제품이 스스로 고객을 이해하고 작동하는 진정한 스마트홈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 출처=LG전자

두각을 보이는 지점은 넥스트 커넥트로 빠르게 나가는 부분이다. 초연결을 기반으로 가전제품의 사용자 경험을 딥러닝에 덧대는 방식이다. LG전자의 딥 러닝 기반 스마트 가전은 각종 센서와 와이파이(WiFi)를 통해 클라우드에 축적되는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의 생활패턴과 주변 환경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스스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이 역시 다른 경쟁자도 추진하는 부분이지만, LG전자의 '천명'은 한 발 앞서 있는 뉘앙스가 강하다. 아직 선언전 의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가전제품에 딥러닝을 공격적으로 탑재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마케팅적 측면에서 고무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CES 2017을 통해 패밀리 허브 2.0 등의 방법론을 펼치고 있으나 그 중심은 초연결 상태의 '프리미엄 가전'에 매몰된 것과 비교하면 흥미로운 방법론이다.

자연스럽게 인공지능 담론이 나온다. LG전자 안승권 사장은 4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Mandalay Bay) 호텔에서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고 올해 전략제품을 공개하며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Internet of Things) 등 AI(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을 앞세워 LG만의 차별화된 혁신 기술로 고객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딥러닝, 인공지능 등을 바탕으로 초연결 가전 이후를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방식은 또 다른 한축인 생활밀착형 서비스 고도화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출처=LG전자

LG전자는 초연결 이후의 도구로 인공지능 등의 자연스러운 방법론을 차용했고, 이 역시 경쟁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속도' 자체가 빠르다.

로봇 라인업의 대거 등장도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가전 라인업에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불어넣는 한편, 로봇을 활용한 기술력도 B2B와 B2C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가정용 허브 로봇이다. 무선인터넷(Wi-Fi)를 통해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 및 조명, 보안시스템 등을 제어하며 가정 내 집사 역할을 한다. 공항 안내 로봇도 있다. 고객 질문에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로 답변할 수 있으며 여행객의 항공원 바코드를 스캔해 탑승 시각, 게이트 정보, 도착지의 날씨 등 상세한 정보를 알려준다. 기본적인 안내 기능도 탑재했다.

공항 청소 로봇도 있다. 다수의 모터 및 브러시, 큰 용량의 먼지통을 탑재해 타일, 카펫 등 바닥 소재의 종류와 상관 없이 깔끔하게 청소해준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잔디깎는 로봇도 있다. 정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정교하면서도 안전하게 잔디를 깎아준다는 설명이다.

로봇의 비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가전제품에 초연결을 덧대어 생활밀착형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로봇은 또 하나의 가전제품 시장을 창출할 여지도 있다. 모든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키며 다양한 선택지가 가능해진다. LG전자가 CES 2017에서 로봇 경쟁력을 발휘하는 것을 단순히 기술과시형의 전형으로 비하하면 곤란한 이유다.

▲ 출처=LG전자

이 과정에서 적극적인 외부 생태계와의 만남도 눈길을 끈다. LG전자가 2017년형 LG 시그니처 OLED TV W를 발표하는 등 올해 CES 2017에서 OLED TV의 비전을 강하게 어필하는 가운데, 돌비 래버러토리스(Dolby Laboratories)와의 인연도 새삼 부각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LG전자가 돌비 비전(Dolby Vision) 및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기술을 적극적으로 차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LG전자가 돌비와의 협력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HDR 영상 구현에서 알 수 있다. 돌비 비전과 더불어 HDR 10, HLG(Hybrid Log-Gamma) 등을 모두 지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존 알렉사와의 협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LG전자는 '협력으로 판을 짜는' 방식에 능수능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안승권 사장은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IoT 표준화 연합체 OCF(Open Connectivity Foundation) 이사회에 합류하는 등 기술 표준 관련한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전략 자체가 순전히 마케팅 전용이라는 비판도 있다. 일견 타당한 논리지만 그 이면에 숨은 LG전자의 선명한 방법론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LG전자는 분명 넥스트 커넥트 정국에서 한 발 앞서가고 있다. '연결에 성공한다면, 무엇을 보여줄 셈이야?'라는 질문의 답에 다른 경쟁자보다 더 가깝게 위치해 있다는 뜻이다. 이는 포스트 가전의 단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