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인 P 군은 친구들과 영화관을 즐겨 찾는다. 극장에서 내놓은 청소년 전용 클럽에 가입한 뒤 특별한 혜택들도 누린다. 가격 할인은 물론 청소년만을 위한 시사회도 늘어 즐겁다. 반면 50대인 P 군의 아버지도 휴일을 이용해 영화관을 찾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역시 한 영화관에서 운영 중인 노블레스 클럽에 가입한 후 할인과 이벤트, 시사회 등 맞춤형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컬처플렉스(Cultureplex)’ 마케팅 활동의 근간에는 고객층에 대한 세분화와 이에 따른 맞춤형 이벤트가 있다. 예전에는 영화 관객을 그저 회원, 비회원으로만 나눴다면 이제 영화관들은 연령대별로, 영화 포맷이나 장르에 대한 선호도를 따져 세분화하고 이에 따른 특화 서비스를 개발한다.

CGV의 사례를 보면 청소년을 위한 ‘1318 클럽’이 대표적이다. 가입 회원에게는 영화와 팝콘, 포토티켓 할인 쿠폰 등이 기본 제공된다. 청소년만을 위한 맞춤 시사회도 열린다. 특히 4DX나 스크린X 등 특별관 영화 무료시사회가 열릴 때면 경쟁 아닌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에 더해 매년 두세 차례 청소년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브랜드들과 제휴를 통해 대규모 할인 이벤트가 펼쳐진다.

그런가 하면 중장년층을 위한 ‘노블레스 클럽’도 있다. 45세 이상 장년층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이 클럽 역시 1318 클럽과 같이 맞춤형 서비스들이 준비돼 있다. 무료시사회 서비스 역시 건강이나 재테크 등을 결합한 톡 프로그램들이 큰 인기다.

이처럼 연령에 맞춘 서비스 외에도 예술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트하우스 클럽’, 4DX, 스크린X 등 특별관을 선호하는 고객들 위한 ‘특별관 클럽’ 등도 있다. 고객들은 영화를 보는 패턴에 맞춰 회원에 가입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모든 맞춤형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앞서 설명한 CGV의 극장별, 연령대별, 선호도별 모든 ‘컬처플렉스’ 마케팅 활동은 ‘PLAY’, ‘LEARN’, ‘COMPORT’의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할로윈이나 만우절을 맞아 분장이나 의상으로 변화를 주는 코스튬, 거리 공연을 극장 안으로 끌어들인 버스킹 서비스, 영화관 내에서 스크린을 통해 야구나 축구를 즐기는 등 활동은 모두 ‘PLAY’의 유형이다. 극장 내에 영화가 아닌 또 다른 놀 거리를 만들어준다는 의미다.

영화와 연계한 톡(Talk) 프로그램, 극장 로비를 활용한 아트워크 전시회, 각종 강좌나 강연 프로그램은 ‘LEARN’의 범주에 속한다. 영화를 중심으로 또 다른 예술 분야나 인문학 등을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활동이다.

‘COMPORT’ 유형으로는 극장에서 열리는 결혼식이나 생일파티, 로비 아트 편의시설, 시네마 특별활동 등을 들 수 있다. 이미 많은 고객들이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이 비슷한 유형의 극장 프로그램을 한 번쯤은 접했을 것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컬처플렉스 활동의 이면에는 어쩌면 영화관의 생존에 대한 고민이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모바일이나 IPTV 등 영화를 대체할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영화 관객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릴 것인가?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활동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영화관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관객들의 만족도를 극대화함으로써 영화관으로 더 많은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것, 이제는 영화관의 숙명과도 같은 일이 되었다.

중국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루쉰(魯迅)은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CGV는 ‘컬처플렉스’란 용어를 처음으로 정립하고 먼저 걸어나가고 있다. 이후 전 세계 많은 극장 체인들이 이 용어에 대해 공감하고 CGV와 보조를 맞춰가고 있다. 결국 컬처플렉스는 글로벌 영화관 사업자들이 반드시 걸어가야 할 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전 세계 더 많은 영화관들이 컬처플렉스의 모델에 대해 고민하고 고객 중심적 공간과 마케팅을 연구하면서 관객들의 즐거움은 커져 갈 것이다. 그렇게 영화관은, 또 컬처플렉스는 진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