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CES 2017에서 2017년형 TV 신제품을 전격 공개했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TV 브랜드인 SUHD TV가 아닌, QLED TV가 전면에 나선 대목이다. 퀀텀닷을 강조하던 삼성전자가 QLED로 나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서 3DTV의 흥망성쇠와 4G, 5G에 대한 맹목적인 신기루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 나와 눈길을 끈다. 마케팅적 수사와 중장기적 차원에서 판단할 수 있는 업계의 긍정적 작동의 상관관계다.

▲ QLED TV. 출처=삼성전자

QLED의 불편한 전개
삼성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킵 메모리 얼라이브 (Keep Memory Alive) 센터에서 삼성 QLED TV 88형 Q9F, 75형 Q8C 등을 선보였다. 삼성 QLED TV. 정체는 무엇일까? 삼성전자에 따르면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콘텐츠 제작 기준인 DCI-P3 색영역을 정확하게 구현했으며 메탈 퀀텀닷 기술로 기존 2차원 색 좌표에서는 구분하기 힘들었던 차이까지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QLED라는 용어의 선택이다. 엄밀히 말해 삼성전자가 말하는 QLED는 진짜 QLED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따져보려면 잠시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퀀텀닷 SUHD TV를 밀었다. 퀀텀닷은 빛을 정교하게 만들어 낼수 있는 나노 크기 반도체 입자며 에너지 효율이 100%에 가까워 추가로 전력 사용량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획기적인 화질 개선이 가능하다. 방출하는 빛의 색상은 퀀텀닷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퀀텀닷의 크기가 작으면 푸른빛을 방출하고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면 붉은빛을 방출한다. 이 지점에서 퀀텀닷은 색을 나노 단위의 정확도로 조절할 수 있어 일반 TV에 비해 5배 이상 정확하고 순수한 색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리스크도 존재한다. 먼저 환경오염 문제. 2012년부터 2013년경 일본과 중국 업체들이 퀀텀닷 기술을 활용한 TV를 일부 제작하기도 했으나 인체 유해물질인 카드뮴이 퀀텀닷에 들어있다는 이유로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유럽의 로하스 환경규제 등에서 유해물질에 대한 규제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뮴 리스크는 너무 큰 도박이었다.

▲ SUHD TV. 출처=삼성전자

이 문제는 연구개발로 풀어냈다. 삼성전자는 카드뮴을 쓰지 않는 친환경 기술을 위해 5년 이상 연구에 돌입했다고 한다. 지난해 5월 26일 제주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국제퀀텀닷컨퍼런스 기조연설자로 나선 장혁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퀀텀닷 연구를 시작하게 된 건 20여 년 전이지만 소비자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카드뮴을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한때 불가피하게 연구를 중단했었다”며 “하지만 2010년 추가 연구를 통해 ‘카드뮴 프리(Free)’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색 재현력과 명암비가 우수한 퀀텀닷 기술 개발 연구에 착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관련 특허만 150여 건을 획득해 독자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퀀텀닷 자체가 LCD에서 시작된 기술이라는 점도 QLED의 등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쟁자인 LG전자가 OLED라는 완전히 새로운 자체발광 기술을 선보이는 상황에서 자사 프리미엄 TV의 방향성을 새롭게 설정할 필요를 느꼈고, 이런 상황에서 2세대 SUHD TV까지 LCD 기반의 퀀텀닷 기술을 활용했으나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어차피 SUHD TV가 삼성전자의 UHD TV를 의미하는 브랜드명이며, 여기에 3세대를 붙이며 SUHD TV 브랜드를 포기, QLED TV를 새롭게 런칭한 셈이다.

물론 QLED TV의 등장이 '무조건' 경쟁자인 LG전자의 OLED를 의식해 탄생한 것은 아니다. 프리미엄 TV 시장을 노리기 위한 나름의 정책적 로드맵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QLED TV라는 단어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CES 2017에 등장한 삼성전자의 QLED TV는 정말 QLED TV일까? 삼성의 QLED TV는 LCD 패널을 사용하면서 퀀텀닷 재료로 빛을 표현하는 방식이며 자발광이 없다. 하지만 원래 QLED TV는 전기신호로 퀀텀닷 물질을 발광하게 만드는 구조며 자발광이 존재하기에 별도의 백라이트가 필요없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삼성전자는 QLED TV를 보유하지 않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단 삼성전자가 지난해 일각에서 제기하던 OLED TV 출시에 나설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 대목에서 QLED TV를 '밀며' 확장적 개념의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QLED TV의 정의가 일종의 보통명사로 해석된다는 주장을 펼치며 QLED TV의 정의를 더 넓게 확보하려는 분위기가 연출된다. 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삼성전자 입장에서 자사 QLED TV는 '그냥 QLED TV'인 셈이다.

참고로 'LG전자의 OLED TV는 완전한가?'라는 질문도 나올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아니다'가 답이다.WOLED 방식의 LG전자 OLED TV는 컬러필터를 통해 나름의 보완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솔루블 OLED 기술 개발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 OLED TV. 출처=LG전자

마케팅인가? 말장난인가?
SUHD TV를 버리고 QLED TV를 야심차게 런칭했지만, 삼성전자는 한동안 QLED TV의 정당성을 두고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백번 양보해 삼성의 제품이 QLED TV가 맞다고 해도, 엄연히 기능적 측면에서 보면 LED에 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LCD-LED의 일반적인 발전방향에서 갑자기 업그레이드된 OLED의 개념을 따라가기에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초강수'는 결국 마케팅적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LG전자가 OLED TV의 강점을 바탕으로 나름의 판을 짜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도 프리미엄 TV 시장을 두고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이러한 위험한 승부수가 퀀텀닷 시절에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답은 나온다. '뒤쳐질 수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QLED TV 시연을 실시하며 "이는 브랜드 명칭이 아니며, QLED TV를 독점할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꾸준히 세를 불리는 OLED 진영에 맞서 한 판 겨루겠다는 의지다.

앞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은 QLED와 OLED의 후끈한 전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적 본질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 마케팅의 성격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QLED TV에 대한 논란이 결국 마케팅적 측면에서 시작된 상황에서, 이러한 시도가 불러올 악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OLED의 비전이 서서히 두각을 보이는 가운데 무리한 QLED가 기술적 완성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등판한 장면은 그 자체로 마케팅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3DTV의 악몽이 재연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때 3DTV는 차세대 시청환경으로 각광받았으나 현재 사실상 소멸된 상태다. 여러가지 이유가 점쳐지지만 콘텐츠 및 기타 튼튼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력보다 단순히 'TV를 많이 판매하는' 부분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즉 3DTV를 판매하기 위해 완전한 생태계가 구축되기도 전 제조사 중심의 판촉 마케팅이 월드컵 및 올림픽 특수를 타고 넘실거렸고, 이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3DTV의 실패를 불러왔다는 해석이다.

▲ 3DTV. 출처=위키미디어

이러한 해석은 프리미엄 TV 시장에도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QLED의 기술적 완성도가 고도화되려면 최소 5년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보며, 결국 이번 삼성전자의 선택은 '위험했다'로 좁혀진다.

프리미엄 TV 시장의 분위기가 통신 서비스 시장의 헛된 마케팅 충돌을 닮아간다는 말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통신의 발전은 지금까지 5번의 혁신을 거친 것으로 여겨진다. Generation으로 표기된다.

1G와 2G는 큰 의미가 없지만 2007년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등장하며 3G가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이후 2011년 전송 속도를 크게 높인 LTE(Long Term Evolution)가 등장하며 소위 4세대가 시작된다. 문제는 3G와 4G의 차이가 속도 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 사용자 입장에서 3G와 4G의 차이를 명확하게 느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TE로 포장된 4G가 LTA-A, 광대역 LTE-A 등등 세분화까지 시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케팅 전략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주파수 활용에 따른 기술력을 마치 새로운 LTE 기술로 포장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졌고, 이 국면을 활용해 통신사들은 적절히 배를 불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파편화 상품도 문제가 많다는 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지난달 28일 ‘2016년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본 자료에 따르면 전국 LTE 평륜 다운로드 속도는 전년대비 2.2% 올랐으나 일부 LTE 커버리지는 소위 뻥튀기가 여전했다. 3밴드 LTE-A, 광대역 LTE-A, 광대역 LTE 이하 세 부분에 대한 통신 커버리지 조사 결과 과대 표시 비율은 KT가 3밴드 LTE-A에서 4.76%, 광대역 LTE-A에서 23.81%, 광대역 LTE 이하 0%를 기록했다. LG유플러스는 3밴드 LTE-A 23.81%, 광대역 LTE-A 21.43%, 광대역 LTE 이하 0%로 나왔다. 1위 사업자 SK텔레콤은 없었다.

이론적인 속도를 마치 실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속도라고 뻥튀기했다는 논란도 여전하다. 이는 지난해 3월 다운링크 256쾀(QAM) 기술 상용화 후 조사된 데이터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속도 외에는 별 차이도 없는 4G 상품을 세부적으로 나눠 판매하는 상태에서, 서비스의 질적인 상승은 물론 심지어 뻥튀기까지 횡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출처=플리커

이러한 분위기는 거창한 5G 시대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무선통신 하드웨어 기준이 정해지고 IMT-2020을 5G의 공식 명칭으로 채택한 ITU의 결정도 있었지만 5G 자체가 신기루라는 지적도 제시된다.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지만 말 그대로 마케팅 수사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러한 분위기를 지적하며 "콩코드의 비극"을 거론하기도 했다. 음속의 2배로 나는 콩코드 비행기가 개발됐지만 항공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처럼, 5G에 대한 지나친 환상도 결국 신기루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결국 통신기술의 발전을 속도에서 찾으며, 이를 마케팅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욕구가 넘실거리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QLED TV와 OLED TV의 불완전한 기술력과, 이를 마케팅적 차원에서 활용하는 문제가 도의적 차원을 넘어 업계 전반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