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도로명 주소 '우사단로 10길'

우리나라 최초의 이슬람 사원 정문이 이태원 우사단로의 시작이다. 히잡과 터번을 쓴 이슬람 교도들이 사원에서 나오는 길 초입에는 엄격한 율법에 따라 조리된 할랄 음식을 내는 전문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낯설은 문자와 한글이 어지럽게 쓰여진 가게에서는 이들을 상대로 항공권과 비자 관련 대행, 휴대폰 개통, 의류 판매까지 동시에 서비스한다. 사원 정문에서 시작되는 우사단길은 곧장 도깨비 시장까지 이어진다.

최초의 할랄 레스토랑인 ‘쌀람’부터 ‘마칸’, ‘이드’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할랄식 한식당 ‘이드’는 한국인 무슬림(이슬람교도)이 운영하는 가게다. 이 곳은 시간대와 관계없이 줄을 서지 않으면 안되는 명소다.

그 뿐만이 아니다. 60년대 간판을 단 미용실과 낡은 밥집 일색인 동네지만 구석구석 재미있는 풍경이 숨어있다. 좁은 차로를 사이에 두고 5평 남짓한 작은 점포에 현수막 간판을 친 젊은이들이 작업에 열중이다. 우사단로의 또 다른 주인공 의상 디자이너, 금속 공예가, 타투이스트들이다. 이 길에서는 세련된 차림의 젊은이들과 이국적인 외모의 외국인들, 평범한 70대 마을 노인들이 이물감 없이 섞여 지낸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근 2~3년 사이 20대 젊은 장인과 젊은 예술가들이 우사단로로 왔다. 그들은 권리금 없는 낡은 다세대 주택 1층에 세를 얻어 작업실 겸 쇼룸으로 쓰고 있다. 가죽공방인 ‘솔리드 브라스앤코’ 계리사 대표는 2년 전에 우사단로에 왔다. 잠실에 첫번째 작업장을 두고 2호점을 내기 위해 이태원 지역을 찾다 인근인 우사단로로 들어왔다.

유동인구는 적었지만 임대료가 합리적이었다. 그는 “희소성이 있는 수제 제품의 특성상 지나가는 사람을 '타겟'으로 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인터넷으로 물건을 보고 실물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들르는 손님이다”라고 말했다.

금속공예가인 ‘마인드 마인’ 김석영 대표도 우사단로 매장의 절반 이상을 작업실로 쓰고 있다. 김 대표도 온라인 스토어와 SNS를 주된 판매 통로로 활용한다. 그는 “전부터 작업 공방 위주로의 점포들이 많았고 일부러 이 길을 찾는 사람이 생긴 건 우사단로에서 열리던 벼룩시장 ‘계단장’이 생긴 이후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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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매달 마지막 토요일 열렸던 ‘계단장’은 지역 소상공인 공동체 ‘우사단단’이 주체가 된 상인들과 지역주민들의 벼룩시장이었다. ‘계단장’이 독특한 먹거리와 볼거리로 입소문을 타면서 카메라를 든 젊은이들이 이 길에 나타났다. 그러면서 더 많은 젊은 상인들이 모여들어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지난해 이후 ‘계단장’ 행사는 교통 혼잡 등의 이유로 중단된 상태다. 길이 유명해지면 경리단길이나 상수동처럼 임대료가 치솟으면 가게를 떠나야 할 것이라는 상인들의 우려도 '한 몫'했다.

최근 우사단길에서 인기를 끄는 곳은 루프탑을 이용한 펍이나 게스트 하우스다. 우사단로의 높은 지대에 있는 저층 건물 옥상을 젊은이들이 까페나 술집으로 개조해서 운영하고 있다. 서울 시내와 한강이 한 눈에 보여 어디서도 보기 힘든 전망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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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사단로는 현재 한남뉴타운 3구역으로 재개발 예정지역에 해당한다. A공인중개업체는 “내년 봄 건축 심의 발표를 앞두고 있어 현재 단칸방도 2~3억원원짜리 매물이 없다. 대부분의 노후 불량 주택을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어 재개발 사업 진행이 빠르다”고 말했다.

우사단로의 과일 디저트 까페 ‘프루티즘’ 관계자는 “몇 군데에서 편집숍 등을 함께 운영 중인데 사실 한남뉴타운 재개발 진행 속도를 지켜보면서 우사단로에서의 사업을 확장할지를 타진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