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링과 봉이 주어진다. 봉을 원하는 위치에 놓고 링 던지기를 해보라고 한다. 어떤 이는 지나치게 먼 위치에 봉을 둔다. 당연히 링을 골인시키기가 쉽지 않다. 요행을 바라는 유형이다. 봉을 코앞에 놓는 이도 보인다. 당연히 던지는 족족 골인이다. 안정지향적인 타입이다. 반면 적당히 어려운 위치에 봉을 놓고 링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성공 확률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지 않다. 당신의 선택은? 심리학자들은 마지막 유형을 성취 동기가 가장 높다고 봤다. 위험을 철저히 계산하고 이를 감수해 혁신에 도전하는 리스크 테이커(Risk-Taker) 모델에 가장 근접한다. 위험에 무작정 덤비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할 수 있다!’라든지 ‘하면 된다!’는 식의 불도저식 접근은 리스크 테이커와 거리가 멀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리스크 테이킹을 빈번하게 마주칠 수 있는 곳으로 기억된다. 이에 뿌리를 두고 혁신적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낸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리스크 테이커의 본고장이나 다름없다. 여전히 그곳엔 혁신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전하는 이들로 붐빈다. 국내 상황은 다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적정 위치에 봉을 두지 않는다. 너무 가깝거나 너무 먼 위치에 내려놓는다.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독 안정지향적인 사람들 비중이 높다고 하는데 우리는 안정을 추구하다가도 실패와 마주하기 일쑤다. 더 움츠러든다. 정부는 과거 벤처 붐이 남긴 후유증을 털어내고 혁신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고 싶어 했다. 지금은 비록 누더기가 됐지만 창조경제 로드맵이 이런 취지다.

“시도하라. 도전하라. 할 수 있다.” 멘토들은 주문을 외웠다. 혁신적 리스크 테이커는 나타나지 않았다. 안정지향적 다수와 왜곡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소수만 존재했다. 시대는 급변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해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감지된다. 시대 상황은 더욱 더 현명한 리스크 테이커를 요구하고 있다. 우린 무엇부터 바꿔나갈 수 있을까? 우리 안의 리스크 테이커는 어떻게 불러들일 수 있을까? 무거운 고민을 시작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