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새해가 돼서 여쭤보는데요. 위기관리를 위해 딱 하나만 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평소 어떤 걸 하는 게 좋을까요? 특별히 예상되는 위기나 이슈는 없는데, 일단 위기관리를 시작은 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평시 기업이 혹시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이슈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해야 할 딱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위기관리 위원회의 운영’을 제안하겠습니다. 매뉴얼에 이미 나와 있어도 좋고, 매뉴얼 자체가 없어도 CEO를 포함한 주요 임원들이 모이는 경영회의를 통해서도 좋고, 위기관리 위원회라는 그룹을 일단 만들어보기를 권장합니다.

그룹의 이름이 무엇이라도 괜찮습니다. 위기나 이슈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실제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의사결정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모인 실질적인 그룹이면 됩니다. 그분들을 하나의 목적으로 일단 그루핑해놓고, 정기적으로 미팅하기를 바랍니다. 기존 최고 경영회의처럼 말입니다. 정기 경영회의 아젠다를 월에 한 번 정도 ‘이슈 트래킹’으로 잡아도 좋습니다.

정기 미팅에서는 발생 가능한 이슈나 위기요소를 정리해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각 부서에서 올라온 민감한 이슈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외부 환경에서 감지된 민감한 이슈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매월 그런 주요 이슈들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의사결정그룹이 들여다보는 정기 미팅을 가져보기를 바랍니다. 전문 용어로는 ‘이슈 트래킹 미팅’이라고도 합니다.

그달의 이슈들을 쭉 설명 받고 나서,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하나하나에 대한 대비, 관리, 방지, 완화 대책을 토론해보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그 대응의 역할과 책임(R&R)을 주관 및 유관 부서별로 나누어 공유하는 것까지 필요합니다. 이 과정이 다분히 정치적이기는 하겠지만, 이런 미팅이 반복되면 점차 최초의 분위기에서 바뀌어 갈 수 있습니다.

그 다음 달에는 이전 달 점검 및 조치했던 상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다시 들여다봐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트래킹(Tracking)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전달에 위기관리 위원회가 논의 했던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인지, 그 효과는 적절했는지 등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초기 감지를 통해 지난달 공유했던 대응 방식이 효과가 있었다면, 다음 달 토론 주제에서 해당 주제는 빼버리면 됩니다. 다시 새로운 이슈나 위기 가능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씩 해결해 밀어내는 방식으로 위기관리 위원회 미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런 정기 미팅을 장기적으로 진행한 회사에는 몇 가지 역량적 성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 이슈나 위기가 발생해도 놀라지 않습니다. 그 상황을 이미 감지하고 논의해왔던 것일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둘째, 평시 반복적으로 대응안을 강구하고 실행하다 보니, 별도로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공유된 노하우가 생깁니다. 실제로 보면 대부분의 위기관리나 이슈관리는 유사한 대응과 R&R(Role & Responsibility)에 기반합니다.

셋째, 정확한 대응 주체가 신속 결정됩니다. 미리 정해 놓은 역할과 책임이 현장에서 바로 작동되는 것이죠. 넷째, 협업이 가능해집니다.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가적인 부서들로부터 협업을 이끌어내는 것이 용이합니다. 그리고 비교적 신속해집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실제 발생한 이슈나 위기에 대한 대응 이후 성패에 대한 기준이 생깁니다. 이미 수면 하에서 대응 관리해왔던 것들이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에 대한 잣대가 어느 정도 합의가 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실패 시에도 ‘저 부서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의 잘못’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발생한 이슈나 위기에 대해 ‘깜짝’ 놀랐다고 하고, ‘상상하지도 못했다’는 기업들의 이야기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평소에 부정 이슈나 위기에 대해 관심은커녕 회사 내에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창피함의 고백입니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허둥지둥 역할과 책임을 따지고, 하소연만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이런 평시 이슈 트래킹 노력을 하지 못한 곳입니다. 당연히 대응은 부실하고 느리게 진행됩니다. 그리고 나서 결국 실패한 이슈와 위기관리 결과를 두고 상호 간에 핑거 포인팅을 합니다. ‘어떤 부서가 제대로 대응 못 했다’ ‘아니다, 저 부서가 문제의 진원지다’ 이런 소모적인 논란을 시작합니다.

만약 이슈 및 위기관리를 위해 딱 하나만 먼저 해야 한다면? 하루 빨리 위기관리 위원회를 지정하고 트래킹 미팅을 진행하기 바랍니다. 이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제대로 운영된다면 효과에 있어 다른 어떤 준비보다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