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이 밝자 국내외 시장예측기관들은 2017년 기술 트렌드에 대한 각종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중에서 주목되는 변화는 소매업 시장에 대화형 구매 서비스가 도입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형 챗봇(Chatbot)이 일반 소매시장에서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전망이다.

카카오톡과 같은 일반적인 메신저의 상대는 가족, 친구, 동호인 등 사람이다. 그러나 챗봇의 대화 상대는 컴퓨터이다. 예상되는 질문 내용들의 모범 답안들을 준비한 상태에서 질문 내용에 가장 합당한 답변을 찾아내서 응답해주는 알고리즘을 갖춘 프로그램이 대화 상대이다. 통상 PC에서 사용하는 메신저와는 달리 최근 보편화된 모바일 메신저는 항상 접속된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챗봇을 비즈니스 마케팅 창구나 구매창구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에서는 ‘플러스 친구’나 ‘예로아이디’, 라인에서는 ‘공식계정’이나 ‘라인@’라는 명칭으로 기업계정을 등록할 수 있다. 기업이 가상계정을 만들고 메신저 플랫폼이 제공하는 자동응답 API를 이용하면 사용자가 기업이 등록한 가상계정을 메신저 친구로 등록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대화형 서비스가 O2O비즈니스로 확장된다

메신저 플랫폼이 제공하는 자동응답 API는 미디어, 금융, 유통, 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에서 비즈니스 계정을 만들면 친구를 맺은 고객이 기업과 직접 채팅하는 기능이다. 기업의 자동응답 서버는 고객이 보낸 메시지를 보고 저장된 응답들 중에서 적절한 내용을 찾아서 자동 응답할 수 있다. 이때 고객에게 발송하는 메시지는 단순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나 영상 또는 링크 URL도 가능하다. 이는 대화를 통한 양방향 서비스라는 점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채널로 활용된다. 대화형 서비스를 이용해 이벤트 참여, 상담, 콘텐츠 제공, 상품 안내 및 주문 서비스가 가능하다. 또한 라디오 프로그램 실시간 참여, 리조트 및 호텔 예약, 레스토랑 예약, 보험 상품 가입, 항공권 예약 등 다양한 O2O(Online-to-Offline) 서비스로 확장이 가능하다. 위치제공 API를 이용하면 콜택시와 같은 서비스도 가능하다. 다만 미리 준비한 답변 외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엉뚱한 질문을 받으면 ‘죄송합니다’라고 답변이 뜬다. 웹에서 검색하는 것보다 답변 내용이 시원치 않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메신저 플랫폼이 제공하는 기능만을 이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이 자동응답과 함께 다양한 부가기능을 확장시켜주면 응용범위는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카카오톡은 채팅창에서 TV를 볼 수 있는 카카오 TV를 제공하므로 TV 홈쇼핑을 채팅창에서 시청할 수 있다. 이는 TV를 창구로 한 홈쇼핑이 모바일 쇼핑으로 진화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특히 모바일 채팅 방식을 이용한 홈쇼핑은 모든 상품구매를 방송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주문이 가능한 환경으로 바꿔 놓았다. 채팅 방식으로 주문할 수 있다 해서 이를 대화형 커머스라고도 부른다. 대화형 커머스는 서버와 채팅하는 방식이므로 사용자는 문장으로 말을 걸게 된다. 사용자가 문장을 입력하면 이를 인식하고 상품을 추천하거나 서비스를 처리해준다. 답변은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처리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항목을 나열해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왓슨이 한국어로 대화해준다

그런데 챗봇이 인공지능형으로 진화하면서 자연스러운 대화형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 최근 기술 전망이다. 자연스러운 대화형 서비스가 되려면 고도의 학습기능을 갖춘 인공지능 플랫폼이 필요하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이비엠,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IT기술 강자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대화형 인공지능 플랫폼에 관한 기술을 축적해왔다. 이를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으려면 인공지능이 한국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통상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터키어 등은 자동번역이나 동시통역 기술이 상당 수준에 이르렀지만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등 동양권 언어를 자동 통역하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는 충분히 구축되지 못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아이비엠 같은 경우는 이미 중국어, 일본어에 이어서 여덟 번째로 한국어를 학습시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비엠은 재작년에 일본 소프트뱅크와 협력해 페퍼 로봇에게 자연스러운 대화형 서비스를 구현시키기 위해서 인공지능 왓슨에게 일본어 학습을 시킨 사실이 있다. 왓슨이 일본어를 부드럽게 말하는 수준까지 학습하는 데 소요된 기간이 6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추정하면 왓슨이 한국말을 학습하기 시작한 시점이 대략 2016년 4월경이므로 현재는 이미 한국말로 대화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추정된다. 즉, 왓슨 플랫폼이 제공하는 한국어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이용하면 제3자가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앱을 개발해 인공지능 대화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알려진 바에 의하면 아이비엠 왓슨 플랫폼을 라이선스한 SK C&C는 무인 콜센터, 스마트 홈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앱 ‘에이브릴’을 개발해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우선 SM엔터테인먼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음악 서비스는 물론이고 전자기기를 작동시키는 서비스 플랫폼 영역까지 인공지능 서비스를 확장시키는 구상을 발표하고 나섰다. 이는 같은 SK계열사인 SK텔레콤이 개발한 인공지능 스피커인 ‘누구(Nugu)’ 서비스와 일부 충돌할 수 있는 비즈니스 영역이기도 하다. 한편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회사와 보험사 콜센터에 인공지능 상담원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초기에는 상담사가 검색해야 할 자료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면서 상담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하게 된다고 본다. 상담원과 협업하면서 어느 정도 비즈니스에 대한 실무 상담내용을 학습하게 되면 독자적인 상담도 가능해 질 것으로 판단된다. 인공지능의 도입단계는 우선은 챗봇 형태로 온라인 상담 또는 모바일 상담을 하다가 어느 시점이 지나면 직접 대화상담 서비스 단계로 격상된다고 본다. 이런 인공지능의 비즈니스 학습과정은 적어도 2~3년 정도 소요될 것이다. 이런 인공지능 대화형 서비스는 일단은 챗봇 형태로 온라인 또는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인공지능이 비즈니스 내용을 완벽하게 학습한 이후엔 해박한 처리 능력이 갖추어져 바로 대화형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안드로이드나 iOS가 음성인식 기능을 제공하면서 쇼핑몰의 상품 검색창에서 바로 말로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는 음성검색이 가능해졌다. 검색창에서 말로 질문하면 문장이 입력되고 검색 버튼을 누르면 해당 페이지로 이동시켜 준다. 최근 롯데 그룹은 인공지능 쇼핑 도우미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아이비엠 왓슨과 협약을 체결했다. 롯데의 고객데이터를 분석해서 인공지능형 쇼핑도우미와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롯데 그룹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소매업 중심 그룹이란 점에서 앞으로 소매부문 경쟁사들의 인공지능 도우미 기술도입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소매업 계열사뿐 아니라 제과 식품 계열사, 호텔 등 서비스 부문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챗봇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므로 2020년 이전에 인공지능형 대화형 도우미 체제가 구축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롯데 그룹뿐만 아니고 신세계, CJ, 현대 등 경쟁업체들의 인공지능 도우미 도입을 촉발시켜 국내 전 산업에 걸쳐 인공지능 도우미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 사례로 가천 길병원이 도입한 암 진단 업무지원 서비스가 있다. 인공지능 왓슨을 암환자 치료에 도입해 활용하기 시작했고 같은 인공지능 플랫폼을 부산대학병원에서도 도입을 검토한다는 소문이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고장 및 수리패턴 분석에 왓슨을 활용하기로 했다. 왓슨 플랫폼이 지금은 챗봇 형태이지만 앞으로 대화형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며 의료부문뿐만 아니라 건설, 물류,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침투해갈 전망이다.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대세로 변한다

페이스북은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메신저를 이용한 챗봇으로 쇼핑하는 비즈니스를 이미 도입했다. 채팅으로 상품 검색이나 추천이 가능해진다. 아직 국내에는 쇼핑도우미가 지원되고 있지 않지만 상품을 진열하고 직접 판매가 가능한 숍 기능이 도입되어 있다. 즉, 페이지 운영자가 숍 섹션을 추가하면 탭이 생성되고 바로 상품을 진열할 수가 있다. 이미 화장품 업계는 페이스북에 경쟁적으로 제품별 숍을 운영 중이다. 한국어 번역 기술이 완성되면 바로 대화형 인공지능 상품추천기능이 도입될 것으로 판단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조(Zo)를 미국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인종차별로 논란을 일으켰던 테이(Tay) 후속제품이다. 메신저 킥(Kik)에 탑재해서 미국에서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중국에서 선보인 챗봇인 ‘샤오이스(Xiaoice)’와 일본에 공개한 ‘린나(Rinna)’에서 축적한 기술을 활용해서 고도로 감성적이고 지능적인 답변을 제시하는 학습능력을 보유했다고 전한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의 인공지능 대화시스템 ‘아미카’는 스마트 스피커나 웨어러블, 챗봇 등 다양한 기업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다. 카카오는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루빅스’를 선보이고 있다.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CES2017에서도 음성인식을 통한 대화형 인공지능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이젠 음성으로 사물과 대화하고 제어하기 시작했다.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소매업 시장에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