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효정 기자

최근 2~3년 사이 피부 기초에 투자하던 화장품 트렌드가 색조로 넘어가면서 업계에서는 ‘색’에 집중하는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립스틱과 아이섀도우 등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고공성장을 이루던 화장품 업계가 포화상태라는 지적이 계속되어왔지만, 새로운 돌파구로 ‘색조’에 힘을 준 것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색조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0년 10억6750만달러(약 1조2727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8억8640만달러(약 2조2490억원)로 크게 증가했다.

백화점에서도 약 10여년 가까이 키엘, 비오템, 크리니크 등 유명 브랜드의 수분크림 등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주요 제품들이었지만, 이후 샤넬, 디올, 입생로랑, 조르지오 아르마니, 맥과 같이 색조가 강한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면서 정체기를 겪던 백화점 화장품 매장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화장품 최대 수혜 국가인 중국에서도 국내 트렌드와 맞물려 다양한 색감의 K-뷰티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중국 재정부가 자국 색조화장품 중심의 고급제품에 대한 소비세를 30%에서 15%로 전격 인하함에 따라, 중국 현지에서 국내 색조 제품에 대한 업계의 기대 역시 컸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우리나라 주요 색조 화장품의 가격이 이르면 이달 내에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요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을 최대 20%까지 가격 조정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기초 화장품은 브랜드 충성 고객이 대부분이며 온라인으로 장기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색조는 이와는 정반대로 구매율이 잦고 트렌드에 민감하다”면서 “화장품 최대 시장인 중국이 색조제품에 대한 소비세를 폐지함에 따라 색조 화장품의 성장에 더 큰 기대를 뒷받침해준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 관광객 화장품 구매가 기초제품과 마스크팩 위주에서 BB크림, CC크림, 립스틱, 마스카라 등 색조제품을 찾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처럼 호재가 예상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가 업계 전반에서 감지되고 있어 악재의 그늘도 공존하는 형태다.  

아직까지는 화장품 업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통관심사와 품질관리 요건을 까다롭게 적용하는 등 한국 소비재기업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초부터 중국 교통운수부 민영항공총국은 국내 항공사들이 1월 중국인 관광객 수송을 위해 신청한 8편의 부정기 항공편(전세기)에 대해 모두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이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등을 대비해 편성한 노선이어서 중국 특수를 노린 업체들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인 감소와 더불어 국내 면세점에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해 관광매출이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현지에서 색조 등 주요 화장품 가격이 낮아짐에 따라 중국 현지 가격과 국내 면세점의 가격차이가 좁혀지면, 관광객들 사이에서 구매지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면세점 관계자는 “현지보다 더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서비스로 차별화를 둘 것”이라며 “아울러 중국인들의 경우 제품의 신뢰도를 위해 한국에서 직접 체험하고 구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미리 걱정하는 것 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