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의 얼굴-서울, 92×73㎝ Acrylic on Canvas, 2016

 

크고 작은 조금은 경사진 곳을 다독이며 올라간 건물과 빼곡하게 들어선 도시의 집들 그리고 간간히 드러나는 골목길이다. 그리고 뭔가 분주하고 바쁜 듯 인기척이 순간 지나가고 다시 냉정을 찾은 견고하게 서 있는, 도시(Urban)다.

화면을 찬찬히 음미해보면 플라스틱처럼 딱딱하게 느껴짐도 초콜릿처럼 달콤함도 있다. 낮과 밤의, 치열한 생존의 흔적이 햇빛 속 적나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의미를 확인하는 욕망의 덫이 끈적끈적 군데군데 자국을 남긴 듯 하다.

 

▲ 92×73㎝

 

그곳에 초록의 식물이 유연하게 곡선을 그리며 미덕처럼 여유를 안긴다. 그러한 생명성은 창과 벽을 타고 도시의 일원으로 자리하는 가운데 묘한 대비의 색채감, 잠잠히 투영된 채 아른거리는 어떤 은닉과 또 미묘한 절박감이 팽팽한 어떤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조찬의 창문사이 커피향이 바람결에 흘러나오고 경쾌한 리듬과 세련된 옷들로 단장한 식탁위로 후드득 새 한 마리가 날아든다. 가늘게 인상을 찌푸리지만 습관처럼 호주머니에 손을 넣다가 이전에 기록해둔 잊어버린 메모를 상기한다. 소외와 불안의 발견은 일련의 아노미(anomie) 부른다.

 

▲ 195×130㎝

 

허무주의와 도회적 감각을 저변으로 하는 20세기 초 모더니즘 영향을 받은 작가의 발자취를 굳이 상기시키지 않아도 부조리와 왜곡에 대한 진실의 갈증에 주목해 온 조형어법은 디지털 문명과 미디어발달의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다.

유인수 작가는  “보들레르의 시를 좋아하고 스탕달의 ‘적과 흑’에서 귀족사회의 꿈을 꾸는 목수아들을 ‘나’라고 느끼며 스스로 위로했던 시절이 있었다. 시와 소설을 읽으며 인문학적 생명력으로 청춘의 절실함을 다독였던 때였다. 삶의 동력이 떨어지면 책을 구하여 읽고 다시 엔진이 가동되었었다”라고 모더니스트적인 젊은 날을 회상했다.

 

▲ 천의 얼굴-서울, 195×130㎝ Acrylic on Canvas, 2016

 

한편 서양화가 유인수(YOO IN SOO) 화백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상명대학교 예체능대학장을 역임했다. 이번 초대전은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본관1층, 세브란스 아트 스페이스(Severance Art Space)에서 1월5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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