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올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지난 2일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를 853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773억 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10.3%의 증가폭이다. 나아가 향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2021년 1099억 달러의 시장 규모가 예상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 장기호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확신이 가능한 대목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당히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메모리 반도체도 도래할 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에 나름 긍정적인 요소로 여겨진다. 치킨게임도, 약탈적 제로섬 게임도 없이 향후 5년간 장기 호황이 예상되기 때문에 장래성도 밝다.

▲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콧노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 사이클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의 분위기 자체가 좋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까지 국내 수출액은 270억 5400만 달러로 재작년 동기보다 11.6% 증가한 상태며, 반도체 수출 증가액은 19.5%로 수출 성장을 사실상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 코리아의 자존심이다. 특히 국내 기업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빅데이터, 실시간 처리 데이터 증가, IT기기 고성능화, IoT 환경 고도화 등 ICT 산업의 발달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대목이 중요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뜨거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장기호황이 예상되는 부분도 고무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박리다매 전략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플레이어가 없으며, 이들은 적절한 수요와 공급을 조정하며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테크놀로지에 따르면 2015년부터 823억 기가바이트(GB)이던 낸드플래시 시장은 2020년 5084억 GB까지 확대되는 등 연평균 성장율이 44%에 달하며 2015년 약 570억 기가비트(Gb) 였던 D램 시장 역시 2020년 1750억 Gb로 연평균 25.2%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모바일 D램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당장 낸드플래시와 더불어 모바일 D램에 대한 수요가 4차 산업혁명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파괴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10나노 D램 기술과 48단 양산까지 진격한 낸드플래시를 필두로 기술우위도 단단히 점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전체 D램 시장에서 점유율 50.2%를 기록하는 중이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올해 3분기와 4분기 모바일 D램에서 매출 10억4700만 달러를 올리며 점유율 22.8%를 기록했다. D램을 발판으로 삼아 사상최대의 수익도 예상되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사업 흑자전환, D램 수요 증가를 발판으로 삼아 두 자릿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낸드플래시는 최근 D램을 압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정도로 시장의 크기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기억하는 메모리 반도체다. 초연결을 지향하는 사업자들이 낸드플래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임베디드멀티미디어카드(eMMC)와 HDD를 넘어선 차세대 저장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기업용 서버 등에서 폭넓은 니즈를 자랑한다.

다만 낸드플래시 시장은 D램과 판이 다르다. 삼성전자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D램 정도의 압도적인 점유율은 보유하지 못했고, SK하이닉스에게 낸드플래시는 일종의 ‘아킬레스 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SK하이닉스는 최근 충청북도 청주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15년 8월 M14 준공식에서 선언했던 중장기 투자계획의 연장선이다. 당시 SK하이닉스는 무려 46조원을 투입해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에 M14를 포함한 총 3개의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신규 공장은 청주 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 내 23만 4천m2부지에 들어서며 2017년 8월부터 2019년 6월까지 2조 2천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건물과 클린룸을 건설한다는 복안이다.

결론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꽃놀이 패다. 시장도 호황이고 당분간 이러한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모바일 D램에 비해 다소 존재감이 흐릿하던 PC 메모리 반도체와 차량용 반도체 등이 조금씩 살아나는 지점도 고무적이다. 다양한 존재감이 살아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은 공급 부족에 따른 재고 소진의 영향을 받아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 프리미엄 PC 게임이 각광을 받으며 나름의 수요가 발생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와의 접점이 크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오는 2021년 관련 시장이 4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커넥티트카 및 차세대 플릿폼 전략의 새로운 바람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통해 전장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보안, OTA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차량용 반도체의 역할론이 강조되며, 삼성전자의 선택지도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 출처=인텔

리스크는 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도 리스크는 있다. 장기호황이 유력하지만 판세의 변화는 여전히 신경써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참전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메모리 시장 경쟁력은 단기적으로 무시할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협"이라며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 중국은 국가 주도의 반도체 육성 전략을 메모리 시장까지 끌어오고 있다. 불발로 끝났지만 칭화유니그룹의 샌디스크 우회인수 시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방법론 자체가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부터 중국 정부는 막강한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기반 인프라를 착실하게 구축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존재감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반도체 굴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 내수시장 수요를 무기로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칭화유니는 XMC 지분을 인수해 3D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도시바은 웨스틴디지털과 손을 잡았다. 마이크론도 공장 확충을 통해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존 경쟁자의 '절치부심'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D램의 경우 나름 삼성전자 천하가 장기화될 조짐이지만, 낸드플래시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현재 도시바는 일본 시가(滋賀)현 요카이치(八日)에 3D 낸드플래시 설비를 대대적으로 증설한다는 방침이다. 낸드플래시에서 3D의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를 확실하게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물론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큰 2위지만 일발역전의 불씨는 남아있는 셈이다. 아직 걱정할만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가능성은 열려있다.

반도체 거인 인텔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과의 협력을 통해 파운드리로의 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3D 크로스포인트로 메모리 시장의 진격까지 시작했기 때문이다. 3D 크로스포인트는 기존의 낸드플래시보다 1000배 빠르면서도 D램처럼 전원을 끈다고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다. 영역확장을 공격적으로 꾀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선택할 수 있는 인텔의 무서움이다.

새로운 반도체 칩인 ‘레이크 크레스트(Lake Crest)’도 눈길을 끈다. 내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라고 IT 전문매체 벤처비트가 보도했다. 메모리와 시스템을 아우르는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상태에서, 그 보폭을 넓히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ARM과 협력해 차세대 메모리 개발 컨소시엄인 'Gen-Z'를 공식 출범시키는 한편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을 점점으로 삼는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

자연스럽게 뉴메모리 시대의 경쟁도 눈길을 끈다. P램과 M램, Re램이 그 주인공이다. D램은 전원을 끄면 기억이 사라지지만 낸드플래시는 보존된다. 하지만 낸드플래시는 집적도가 아주 높으나 속도는 느리다. 이런 상황에서 P램과 M램은 집적도가 중간이며, 속도는 빠르다. Re램은 집적도가 높고 속도가 중간이다. 이 대목은 아직 장기적 관점에서 살펴야 하지만, 분명히 치열한 전투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