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스타트업 투자유치 소식이 늘고 있다. 지난 3년간 스타트업 투자유치는 얼마나 활성화 됐을까? 지난해 말까지 투자유치 건수와 규모 면에서 폭발적인 성장은 없었지만 질적인 성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투자 방식도 정부 주도형의 한계를 넘어 민간 주도형으로 변하며 긍정적인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분위기다. 

스타트업, 벤처, 1인기업 차이는?

스타트업의 정의에 대해 아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 스타트업의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으로,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은 창업 기업’이다. 

지난해 3월 출범한 코리아스타트업생태계포럼(KSEF)에서는 ‘신생기업, 혁신적 비즈니스모델, 빠른 성장과 스케일 가능성, 2인 이상의 조직’으로 정의하고 있다. 중요한 건 스타트업은 스스로를 벤처 및 일반 창업과 다르게 보는 시각이 있다는 점이다. KSEF는 지난해 한국의 주요스타트업 관련 기업이 모여 출범한 단체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결성됐다. K-ICT 본투글로벌센터, 구글 캠퍼스 서울,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스타트업얼라이언스,벤처스퀘어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KSEF 관계자는 “스타트업을 벤처와 일반 기업, 1인 기업과 구분하기 위해 ▲빠른 성장과 스케일업 가능성 ▲투자자와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짧은 업력(신생 기업) ▲2인 이상의 조직으로 개념화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투자자와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은 결국 투자 가능성을 의미하며 2인 이상의 조직은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팀 단위로 비즈니스가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에게 투자 유치란?

스타트업과 함께 따라 나오는 3가지 키워드로는 고위험·고수익·고성장을 들 수 있다.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성공할 수 없다는 말도 여기서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에 가장 필수 요소로 투자유치를 꼽기도 한다.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공을 일컫는 ‘퀀텀점프’를 위해서는 스타트업에게 재정적 뒷받침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투자유치 소식 자체가 스타트업에게 홍보 수단이 되기도 한다. 

▲ 출처=더브이씨

스타트업 투자정보 서비스 업체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연간 투자자 수는 2014년 149개사에서 2015년 201개사, 2016년 266개사로 늘었다. 연간 투자집행 건수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차례로 378건, 621건, 674건으로 늘었다. 

연간투자집행금액의 성장세는 살짝 주춤했다. 2014년 1조 1791억원에서 2015년에 2조4590억원으로 늘었지만 2016년에 1조 328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더브이씨는 투자정보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be success, 플래텀, 벤처스퀘어, 더벨을 포함한 미디어에 공개된 투자정보와 DART에 공개된 기업들의 계열사 정보를 근거로 스타트업 투자 동향을 파악해 발표하고 있다. 

투명한 ‘정보공개’로 정부 주도형의 한계 넘어야

▲ 출처=이지은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정부주도형 스타트업 육성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지은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정부주도의 스타트업 정책이 스타트업 싹을 자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으려면 지금이 바로 정보 공개의 ‘골든타임’이다”라고 말했다. 이지은 교수는 코리아스타트업생태계포럼(KSEF)에서 발간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포럼 스타트업 백서’에 필진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과거 벤처 버블 당시 국민의 혈세가 비도덕적이고 능력 없는 기업에게 투자되어선 안 된다”며 동시에 “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가 자리 잡기도 전에 기존의 지원정책을 예고 없이 중단하는 일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지원 펀드의 집행 내역과 성과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민간 영역에서 이뤄지는 프리 단계의 투자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프리시드와 시드의 경우 아직까지 정부의 역할이 큰 영역인 만큼 스타트업 생태계 측면에서 아직까지 정부의 역할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엔젤투자와 벤처캐피탈의 투자 비중이 비슷하나 국내는 벤처캐피탈의 투자 규모가 훨씬 크다. 이는 초기단계의 투자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이처럼 척박한 투자 환경은 신생 스타트업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향후 정부 지원이 축소된다면 초기 지원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트업 투자, 실제 실적으로 이어졌나?

▲ 출처=KSEF

지난해까지 스타트업 투자유치는 특정 분야에 대한 편중현상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포럼 스타트업 백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스타트업의 50% 이상이 모바일 인터넷 분야였으며, 지식업무 자동화는 21%, 사물인터넷은 14%였다. 그 외 클라우드 기술, 첨단로봇, 3D 프린팅이 뒤를 이었다. 모바일 인터넷 중에서는 O2O 분야의 스타트업이 늘고 있고 이들에 대한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투자 대비 실적 부분에서 큰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지은 교수는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영역과 투자 분야가 지나치게 유행을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프리단계의 투자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의 성과가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고 엔젤투자에 대한 각종 혜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자가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투자금 회수나 엑싯을 염두해두고 투자를 해야하는데 최근 스타트업의 시장상황을 보면 과거보다 좋아진 부분이 없고 심지어 관점이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킬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든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국내 스타트업 중 유니콘 기업이 많이 탄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래부 “2017년도 스타트업 생태계 공고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부의 창업 생태계 조성 정책에 회의론이 나오는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는 2017년에도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등 기존의 명맥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2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포함한 4대 추진 전략을 밝혔다. '과학기술·ICT혁신으로 지능정보사회 선도'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하여 경제 재도약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최 장관이 가장 먼저 강조한 건 스타트업 생태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IT 스타트업의 성장, 해외 진출에 관심을 갖고 중점 지원할 계획이다. 

최 장관은 "창업 저변 확대와 유망 스타트업 성장 지원 등 창의형 인재들이 맘껏 일할 수 있는 혁신형 일자리를 확대할 것"이라면서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의 성장과 교류를 활성화해 벤처나 창업 붐을 글로벌로 확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