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짧은 경험이었다. 불과 한 시간여. 답답한 서울 도심 속에서 차량을 시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다. 여유는 없었지만 차량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테슬라 모델 S라는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장점이 많은 차였다. 친환경 기술력부터 똑똑한 시스템, 진보한 센서 기술, 스타일까지. 여기에 폭발적인 가속력도 갖췄다. 모델 S는 분명 미래를 향해 있었고, 내일을 꿈꾸고 있었다.

신생 자동차 회사의 한계점도 분명히 드러났다.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모순되게도 현재를 제대로 학습하지 못해 나타난 약점들이 많았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미덕이 절실해 보이는 대목이었다.

2500:1 경쟁률, 쏘카의 히든카드

테슬라 모델 S가 한국에 상륙했다. 브랜드의 공식 국내 론칭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카셰어링 업체 쏘카가 해당 차량을 먼저 들여온 덕분이다. 이재용 쏘카 대표는 “고객에게 새 경험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테슬라 차량 도입을 결정했다”며 “이를 시작으로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시대를 준비해 카셰어링 서비스의 혁신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테슬라와 쏘카는 미래를 지향해 탄생한 스타트업 기업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이번에 모델 S를 들여오면서 고객 50여명을 초청해 무료로 차량을 경험해보게 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경쟁률은 무려 2500:1. 테슬라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엄청나다는 방증이다.

성수동에 있는 카우앤독빌딩 앞에서 테슬라 모델 S와 첫 인사를 나눴다. 쏘카가 들여온 차는 70D. 하위 트림에 속하는 모델이다.

새로운 자동차를 시승하기 전에는 이 차의 ‘스펙’을 먼저 살피는 습관이 있다. 가격, 차종, 배기량, 차체 크기 등이다. 경쟁 모델을 머리에 떠올리고, 비교를 하며 운전석에 앉기 위해서다. 아무리 기능이 많고 안전한 차라고 해도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면 ‘좋은 차’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된다. 같은 성능을 지녔다고 해도 세단이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냐에 따라 성적은 달라진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모델 S는 달랐다. 스타트업 회사가 만든 미래지향적 자동차인지라 기존의 틀에 이 차를 가둬둘 수 없었다. 테슬라 측은 미국에서 이 차를 럭셔리 세단 시장 모델로 분류하고 있다. 모델 S가 해당 세그먼트에서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 실제 2016년 3분기 모델 S는 미국에서 9156대가 신규 등록, 7시리즈(3634대)와 S-클래스(3138대)를 눌렀다.

막상 차량을 만나보니 이에 동의하기 힘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과 비교할 상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경쟁이 치열한 E 세그먼트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내기 힘들다 보니 선택한 테슬라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모델 S의 크기는 전장 4979㎜, 전폭 1964㎜, 축거 2960㎜다. 길이는 현대차 아슬란과 비슷한 정도다. 그랜저보다 전폭과 축거가 100㎜가량씩 넓다는 점이 눈에 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실질적인 크기와 실내 거주 공간은 그랜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엔진이 없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배터리와 구동계가 들어가다 보니 공간 활용에 제약이 많은 듯했다. 스포츠카를 닮은 쿠페형 디자인을 표방한 탓에 전고가 낮은 편이다. 뒷좌석은 거의 포기 수준이다. 목이 아플 정도로 머리 위 공간이 부족하고 무릎 아래쪽도 여유가 없다.

물론 모델 S가 패밀리카를 지향하지는 않으니 이를 단점이라고 할 순 없겠다. 스포츠카를 사면서 짐을 많이 싣고 사람을 많이 태우길 원하는 고객은 없을 테니까. 다만 S-클래스와 7시리즈를 붙여주지는 말아야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얼핏 보면 쏘나타보다도 좁고 불편하다.

실내 수납공간 활용에서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도어 안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글러브 박스도 조악했다. 콘솔박스 아래쪽에는 공간이 아예 없었다. 같은 공간을 가지고 더 넓은 공간을 뽑아내는 능력은 한참 키워야겠다는 평가다. 특히 앞으로 출시될 보급형 전기차 모델 3의 경우 더욱 그렇다. 미래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한다. 참고로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지닌 브랜드는 현대차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달리고 싶은 차, 존재감으로 말한다

차 키부터 독특하다. 이 차의 스마트키는 실제 차량의 축소판으로 제작됐다. 앞부분을 두 번 클릭하면 약 150ℓ 수준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트렁크가 열린다. 뒷부분을 클릭하면 후면 트렁크 문이 저절로 올라간다. 이곳은 약 740ℓ의 크기를 지녔다.

스마트키가 차에 가까이 가면 잠금장치가 저절로 해제된다. 국내에 들어올 때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주차장 안전사고 문제 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어 손잡이는 보이지 않다가 운전자가 다가오면 저절로 튀어나온다. 별다른 기능을 지닌 것은 아니고,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적으로 쿠페형 세단의 인상을 지녔다. 매력적이다. 차에 오르기 전부터 질주본능을 자극한다. 운전석에 앉으면 1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화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조장치 버튼은 찾아보기 힘들다. 센터페시아 위에 아날로그식 버튼은 단 두 개뿐. 비상등 점등과 글로브 박스를 여는 기능을 하는 것들이다.

거의 모든 기능을 디스플레이 화면 내에서 터치 모드로 조작할 수 있다. 선루프 역시 0~100% 내에서 원하는 만큼 열 수 있게 했다. 에어컨, 실내 공기순환, 연비 확인 등 각종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이곳에서 조작한다. 문을 여닫는 기능도 담겼다. ‘달리는 IT 기기’답다. 화면을 통해 인터넷 검색 등도 가능하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IT 기업의 혁신을 한 몸에 품은 셈이다. 각종 신기술이 적용돼 가격이 올라가다 보니 실내 소재는 저렴한 느낌이 강했다. 디스플레이 화면을 제외한 디자인 포인트가 전혀 없었는데, 그나마 대부분 좋은 재질을 사용하지 않아 아쉬웠다. 또 한 번 S-클래스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별도의 시동 버튼이 없다. 차 키를 지닌 채 브레이크를 밟으면 저절로 전원이 들어온다. 기어봉이 없는 대신 와이퍼 자리에 기어 셀렉터를 적용했다. 벤츠 차량들과 같은 방식이다. 시트 포지션 조절이나 사이드미러 각도 조정 등은 기존 양산차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할 수 있다.

폭발적 가속력, 전기차의 미래를 제시하다

가속력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조수석에 앉은 동승자가 제로백 테스트 이후 “비행기가 이륙할 때 느낌과 비슷하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전기모터는 가속 시 언제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는 장점이 있다. 70D 모델은 정지 상태에서 100㎞/h에 도달하는 데 약 5초가량이 소요된다.

작은 차가 튕겨져나가는 느낌과는 확실히 다른 감각을 뽐낸다. 안정감 있게 속도가 붙으며 페달을 더 밟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언덕길 등판능력이 상당히 우수하다. 상위 트림에서는 더욱 화끈한 달리기 성능을 기대할 수 있겠다. 70kWh 급 배터리를 장착한 이 차는 완충(완속 충전기 기준)을 위해 약 10시간이 소요된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주행 중 후방카메라를 켜고 달릴 수 있어 유용했다. 디스플레이 화면의 절반가량에 표시되는데, 큼직하게 뒤쪽 상황이 나타나 안전운전에 도움을 준다. 화면의 해상도는 수준급이다. 주차 중에 나타나는 화질도 상당히 우수하다.

특정 상황, 가령 방향지시등을 켤 때마다 후방 화면이 나타나는 기능 등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주행 중 터치스크린 화면을 만지는 것은 분명 위험하다. 아무리 차량에 익숙해졌다 해도 버튼이 눌렸는지 한 번 더 확인해야 되기 때문이다.

센서의 정확도가 굉장히 높아 놀라웠다. 앞서 수많은 완성차 업체 차량에서 접해본 부분 자율주행기술이 보다 진보한 느낌이다. 주행 상황에서 앞 차와의 거리를 실시간으로 계기판에 표시해준다. 같은 차선은 물론 옆 차선의 전방 도로 상황이 그래픽 형식으로 나타난다. 앞 차의 모양을 승용차·화물차로 구분해 표현할 정도로 정밀도가 높다. 장애물을 식별하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로 위에서는 앞차와 거리가 가까워질 때 경고문구가 뜨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방추돌경보시스템과 같은 개념이다. 정확도가 높은 편이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전기차인 만큼 소음·진동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다. 배터리 등 무거운 부품이 차량 아래쪽에 많이 자리 잡은 탓에 무게중심이 낮다. 무리하게 커브 길에 진입했을 때 생각보다 훨씬 훌륭한 수준의 탈출능력을 보여줬다. 서스펜션은 무작정 단단한 편에 속한다. 운전석에서는 별다른 불편이 없지만 뒷좌석에는 얘기가 다를 듯하다. 최저 지상고는 134㎜로 표시되는데, 일상 도로에서 범퍼가 긁힐까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전기차 특유의 이질적인 주행감각이 몇 가지 있었다. 회생제동 탓에 주행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답답한 느낌이 든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 브레이크의 안정감도 많이 떨어진다. 배터리를 무작정 많이 넣는 것이 답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빠르고 무거운 모델 S 상위 트림 차량의 제동능력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컴포트, 스탠다드, 스포츠 등 주행모드를 제공하는데, 실효성이 의문이었다. 엔진 차량이 아니어서 출력 내는 방식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서스펜션 설정에서도 큰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그 유명한 루디크러스모드는 70D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짧은 시승인지라 실연비를 파악해 보기는 힘들었다. 시스템 내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이전 운전자들이 288.5㎞를 주행하는 동안 265Wh/㎞의 평균 연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승 차량은 19인치 타이어를 장착했다. 최대 관심사인 오토파일럿 기능도 국내 인증 문제 탓에 체험해볼 수 없었다.

모델 S는 미래를 향한 차였다. 스타일·지향점이 다른, 전혀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한 신모델이다. 다만 테슬라가 진입장벽이 높은 자동차 업종에 뒤늦게 뛰어든 스타트업 회사인 만큼 현재와 타협할 줄 아는 법을 배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작은 단점들이 많이 눈에 보였다. 진정한 혁신가가 되기 위한 길이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테슬라 모델 S의 미국 판매 가격은 약 7만2000~11만달러(약 8700만~1억3288만원)다. 국내 시장에는 2017년 내 공식 수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