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통신3사의 시무식 풍경도 화제다. 천천히 살펴보면 각자의 방향성이 선명하게 엿보이는 가운데, 공통된 화두도 눈에 들어온다. 바로 조직문화 개선이다.

▲ 출처=SKT

SKT, "판을 짜겠다"
박정호 SK텔레콤 신임 사장은 2일 시무식에서 산업의 새로운 ‘판’을 만들고 글로벌 Top으로 거듭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대표 ICT기업이 되자는 목표를 밝혔다. 박 사장은 “모든 것이 연결되고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국경과 영역이 없는 전면적인 글로벌 경쟁 시대”라며, “기존 경쟁 패러다임을 넘어 새로운 사업 모델을 혁신해내고, 글로벌 성장을 이뤄낼 수 있도록 새로운 ‘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사 그 이상의 가치에 매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사물인터넷 등 신성장 동력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를 말하는 한편, 박 사장 특유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철학'이 묻어난다는 후문이다.

세부적으로는 이동통신 영역(MNO)에서 철저하게 고객 관점으로 차별적인 서비스 및 상품을 제공하는 등 경쟁의 관점을 재정의하고, IoT 영역에서 SK C&C, SK하이닉스 등 그룹 내 모든 ICT역량을 총결집해 커넥티트카, 에너지 관리 솔루션, 스마트홈 등에서 혁신적인 서비스와 상품을 발굴하는 방법론이 제기됐다. 나아가 B2C를 넘어 B2B 성장을 강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미디어 및 스마트홈 사업에서는 과감한 투자 및 다양한 사업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콘텐츠를 확보하고, ‘Total Home 솔루션’ 등 신규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한편 플랫폼 사업에서는 T맵, T전화, 누구 등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을 중심으로, 회사-자회사의 역량을 모아 글로벌 시장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회사로 발전하는 SK텔레콤의 청사진이다.

유독 판을 바꾸는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강조해 눈길을 끈다. 박 사장은 "국내 업계 및 벤처 및 스타트업, 글로벌 기업들과 건설적인 협력을 통해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새판 짜기를 주도하겠다”며, “글로벌 경쟁을 위한 다양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각계각층과 장벽 없는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 출처=KT

KT, "혁신으로 1등을"
연임의 기로에 선 황창규 KT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혁신으로 1등기업이 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차원이 다른 목표에 매진하자는 논리다. 이를 위해 통신시장 1등이나 IPTV 1위 기업이라는 지엽적인 목표가 아닌 지능형 네트워크 기반의 플랫폼 회사, 미디어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미디어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4가지 경영방법이 화두다.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목표를 정해야 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말 그대로 지엽적인 부분이 아닌, 대단위 전략의 거시적 관점에서 새로운 목표를 제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를 위해 회사뿐 아니라 각 부서의 목표도 수준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성공전략 또한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난 3년간 KT가 주도했던 5G와 기가 인터넷에 대한 경쟁사의 도전이 시작된 상황에서 한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황창규 회장은 “통신이라고 하면 이동통신부터 연상하는 현재의 틀에서 벗어나 ‘통신은 곧 혁신기술’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KT는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사람을 이롭게 하는 ‘혁신기술 1등 기업’으로 새롭게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KT의 미래를 확고히 하기 위해 사업 성과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시장점유율 확대가 한계에 봉착한 유선 서비스, 외부 환경에 의해 정체나 마이너스 성장의 위험에 처한 무선 서비스 등에서 당면한 한계를 확인하고, 이를 돌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계돌파 경영이다. 스마트에너지, 보안, 인증∙결제 솔루션 등 미래 사업도 본격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흔들리지 않는 KT만의 기업문화 조성에 힘쓰자고 당부했다. 황창규 회장은 “3년 전 KT는 하나만 더 잘못돼도 미래가 없을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가 주목하는 선도 기업으로 변화했다”고 자평하며 “변화의 기틀이 충분히 마련된 만큼 새로운 도전을 통해 ‘혁신기술 1등 기업’과 같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2017년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 출처=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자승자강(自勝者强)'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자승자강(自勝者强)’의 정신으로 세계 일등을 함께 꿈꾸자고 강조했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 강하다는 의미의 자승자강은 곧 스스로의 한계를 돌파하는 의지로 풀이된다.

권 후회장은 “LG유플러스는 LTE를 중심으로 통신시장의 변화를 주도함으로써 모바일과 홈, 기업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거듭해 왔다”면서 “최근 치열한 경쟁과 강한 규제로 성장세는 감소하고 있고, 정치·사회 환경이 급변하면서 경제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듯이, 우리가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어 그 누구보다 강해진다면 경쟁사는 감히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며 “여러분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일등의 자신감이 곧 LG유플러스 전체로 확산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3가지 원칙이 눈길을 끈다. 먼저 기존 사업의 효율화. 고객가치와 무관한 것들은 모두 버리고 고객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것은 더 잘 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신규 사업의 일등목표도 있다. 외부 역량을 적극 활용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IPTV 등의 분야에서 일등의 꿈을 이루자는 각오다. 마지막으로 조직문화를 혁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권 부회장은 1954년 영국 옥스퍼드대 의대생이자 아마추어 육상선수 로저 베니스터를 예로 들며 “62년전만 해도 ‘인간은 1마일(약 1,609미터)을 4분 안에 뛸 수 없다’는 정설이 있었는데 로저 베니스터가 결국 인간의 한계를 극복했다”면서 “그러자 오랜 시간 아무도 정복하지 못했던 4분의 장벽을 넘은 사람들이 무수히 나오기 시작했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공통분모는 조직문화 개선
통신3사의 시무식 풍경은 대동소이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서 신성장 사업을 키우자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 외 눈길을 끄는 대목은 조직문화 개선이다. 통신3사 모두 시무식에서 조직문화 개선이 중요한 화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하는 초연결 시대를 맞아, 통신사의 체질개선이 외적인 부분은 물론 내적인 측면에서도 빠르게 전개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위기감이 읽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