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대기업의 시무식 풍경이 극단적으로 갈려 눈길을 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정유년 시무식에 불참한 반면 최태원 SK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은 직접 시무식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일파만파로 번진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일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작년까지 계열사별로 열리는 시무식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을 고려하면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대신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참석했다.

권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주력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보호무역주의와 환율 등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으며, 경쟁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와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등 미래 핵심기술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전하며 “위기를 만든 것도, 극복하는 것도 우리다. 엄중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위기를 돌파하자”고 역설했다.

▲ 출처=삼성전자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위기일발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특검이 조만간 삼성 고위 임원들을 줄줄이 소환할 예정인 가운데 그룹 내부에서 결정적인 진술이 나오는 등, 조직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의 승마협회 지원이 늦어지는 것을 이유로 크게 화를 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시무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순실 게이트를 의식했다는 말도 나오지만, 80대 고령인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에 설득력이 실린다.

반면 구본무 LG 회장은 시무식에 참석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길 개척한다는 각오로 사업 구조와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며 “시대의 변화 속에서 성장의 기회를 잡고 위기를 넘어 영속할 수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구조 고도화를 추진하며 속도를 높이고 경영 시스템을 혁신하는 한편,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일성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 출처=LG

선 굵은 경영으로 유명한 최태원 SK 회장도 시무식에 참석했다. SK는 삼성 등과 비교해 최순실 게이트와의 접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면세점 특혜 관련 논란은 종종 불거지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해 '몸을 사릴 것'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일단 최태원 SK 회장은 시무식을 통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의도를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 출처=SK

최태원 SK 회장은 올해 경영방침을 'SKMS 실천 : Deep Change'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로 정한 뒤, 내부로부터 근본적으로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성원 모두 패기로 무장하고 경영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주장했다. 최태원 회장은“보통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덕담을 나누는데 이제는 ‘새해 복 많이 만드십시다’로 바꿔야 한다”며 그룹의 변혁을 반드시 이뤄내자며 임직원들과 ‘우리의 변혁’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