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흥미로운 통계를 발표했다. 국민관심질병통계 확대를 위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자신에게 발생할까봐 걱정하는 질환(국민걱정질환)’ 1위가 암, 2위가 관절염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한 질문으로 ‘과거 또는 현재 앓고 있는 질환’에서 비만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사망률 원인 1위가 암이라는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국민걱정질환으로 암을 가장 먼저 대답한 결과(13.6%)는 당연해보일 수 있지만, 그 바로 다음 순위에(10.2%) 관절염이 있다는 사실은 조금 놀라울 수 있다. 실제 2015년 진료비 청구 자료에 나타난 질환별 환자 수를 확인해본 결과 관절염이 3위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고 특히, 전체 관절염 환자의 절반가량이 50대에서 6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절염은 퇴행성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통계 결과처럼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최근 젊은 층에서도 관절염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전체 진료인원 대비 50~60대 연령층의 발병률이 가장 높은 것은 변함이 없지만 인구 10만명당 진료인원 현황으로 살펴보면 오로지 10~30대에서만 0.8~1.6% 증가했고, 20대의 관절염 진료환자는 2011년 약 9만7000명에서 2015년 약 10만2000명으로 5.3% 증가했다. 젊은 층의 꾸준한 관절염 증가 원인은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비만을 꼽을 수 있다.

앞서 나온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한 설문조사의 결과에서 높은 순위에 있던 비만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국민암센터에서 발표된 보고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과체중 인구는 지난 15년간 꾸준히 증가해 남자의 경우 BMI(신체질량지수, 20~25가 정상범위) 25 이상인 인구가 2020년까지 46.3%로 약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성인 3명당 1명은 비만이라는 결과인 것이다. 특히 남자의 경우 연령별 비만율을 살펴보면 30대가 47.1%로 절반가량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고 여성의 경우 60대에서 42.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몸무게의 증가는 다양한 질환을 가져오지만 체중을 견디는 무릎관절에는 특히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릎은 평생 수십 ㎏의 체중을 감당하면서 자세에 따라 걸을 때는 3.5배, 계단을 내려갈 때는 7배, 쭈그려 앉을 때는 무려 9배의 하중을 견디는 신체 부위이다. 정상체중일 때에도 많은 부담을 받는 부위인데 체중이 증가하면 더 많은 부담이 가해진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실제로 정상체중의 1㎏만 증가해도 무릎이 받는 하중은 4배로 늘어나고, 걷거나 뛰는 등의 움직임이 최대 7배까지 증가한다.

이렇게 무릎에 부담이 가중되면 연골 손상 속도가 정상체중을 가진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관절염 환자의 59%가 과체중에 해당할 정도로 두 질환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다. 노년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관절염이 젊은 층에서도 발생률이 높아지고, 전체적인 관절염 환자수가 꾸준히 증가되는 원인으로써 비만을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체중이거나 갑자기 몸무게가 늘어나 사람 중 무릎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특별한 치료 없이 몸무게를 3~5㎏만 줄여도 통증이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정상체중 유지가 관절염 예방과 통증 완화에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는 현상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 사이의 연골의 손상이나 노화로 인해 관절을 이루는 뼈와 인대 등에 염증과 통증 등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지속적이고 무리하게 관절을 사용하다 보면 관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던 연골이 퇴행되어 닳아 없어지고 연골 밑의 뼈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관절 통증, 관절 운동장애 등이 나타나게 된다.

연골에는 통증을 느끼는 세포가 없어 연골이 거의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증상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릎을 굻고 일어날 때, 무릎을 굽혔다 펼 때 딱딱 소리가 나거나 통증이 있다면 관절염이 왔다는 신호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초기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면 연골이 지속적으로 마모되어 밤에도 무릎이 욱신거릴 정도로 아프고 관절이 붓거나 다리가 O자로 휘어지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증상이 더 악화되기 전, 무릎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퇴행성 관절염은 아직까지 완벽한 예방 방법과 진행을 막는 방법이 없는 질환으로 건강할 때 더욱 열심히 지켜야 할 신체부위 중 하나이다. 무릎을 자주 굽히거나 쪼그려 앉는 습관에 주의하고 운동을 통해 관절 주의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신이 과체중에 해당한다면 잠시 포기했던 정상체중 목표를 다시금 꺼내봐야 할 것이다. 새해 소망은 작심 3일로 끝난다고들 하지만 작심 3일이 10번이면 한 달을 채운다. 그동안 내 체중을 감당하며 애쓴 무릎관절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도전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