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영동1교와 영동2교 사이 700m 거리의 양재천 둔치는 ‘연인의 거리’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을 갖고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봄철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 잎들이 비처럼 날리는데 짝지어 걷는 연인들의 미소가 더욱 싱그럽다. 데이트의 분위기를 돋우는 술로 와인만 한 것이 있을까. 하천변을 바라보고는 카페, 레스토랑, 갤러리, 수입가구점들이 늘어섰지만 이 거리의 주인은 정통 와인바들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양재천 와인거리는 서울에서 가장 캐릭터가 강한 상권 중 하나”라고 꼽는다. 실제로 하천 뿐인 수변 거리에 중소형 사무실 건물들만 있는 지역에 2001년 와인바 크로스비가 처음 문을 연 이후 에떼, 씨엘, 테라스 등의 와인바들이 줄지어 생겨나면서 와인거리가 서울의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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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당시 서울에서는 와인 수입과 소비가 급증하는 등 ‘와인 붐’이 일어났다. 와인바 ‘에떼(ette)’ 관계자는 2006년 문을 연 이후 2008년까지 크게 전성기를 누렸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 위치한 대부분의 와인바들이 건물 지하에 위치하거나 빌딩숲 한가운데 있지만 이 곳은 다르다”면서 “비오는 날 테라스형 까페에 앉아 어닝(천막)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와인 한 잔을 즐기는 단골들이 주류인 상권”이라고 말했다. 

2년 반 전 이 거리에 들어온 와인바 '테라스'는 강남역 부근에서 온 양재천 와인거리의 새 이웃이다. 테라스 관계자는 "강남역은 유동인구가 많지만 소위 '뜨내기' 손님 위주라면 양재천 와인거리는 단골을 상대로 한다. 객단가(손님당 매출)도 강남역에 비해 훨씬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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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곳에서는 강남 다른 지역 와인바와는 달리 가까이 자연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또한 신사동이나 청담동 와인바와는 달리 와인의 종류도 다양하고, 식사와 안주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놓고 있다.

와인거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임대료도 꾸준히 상승했다. 임대료 부담이 늘어나고, 와인의 대중화로 와인바가 아닌 곳에서도 가볍게 와인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양재천 와인바들은 더 늘지 않게 됐다. 멀리서 찾는 명소라기보다 서초구 주민들이 산책과 자전거 타다 와인 한 잔을 하기 위해 들리는 곳으로 '알음알음' 알려졌다.

독특한 색깔의 양재천 와인거리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4년 서초구는 '연인의 거리'를 대상으로 약 60억원 규모의 종합정비사업을 실시했다. 산책로를 정비하고 문화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었다. SNS 등을 통해 데이트 장소를 찾던 서울의 연인들이 양재천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과 와인거리를 찾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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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불경기의 공포가 이 곳에서도 감지된다. 다른 상인 A씨는 "3호선·신분당선 양재역과 신분당선 양재시민의 숲역이 있지만 접근성이 높지 않다. 단골 위주 상권이라 경기를 늦게 타는 편이나 지난해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과 국정 혼란 등으로 지난 10년 사이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권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양재천 와인거리 점포의 시세는 지난해부터 보합세다. 1층 66㎡(20평) 기준으로 평균 보증금 5000만∼7000만원, 월세 300만∼400만원 수준으로 형성됐다. 권리금 7000만∼9000만원선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