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제조업의 생산성 고도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스마트 팩토리' 전략을 성장동력으로 선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으로 스마트 팩토리가 대두되는 가운데 실세 스마트 팩토리는 독일의 주도로 미국이 뒤를 따르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11년부터 '인더스트 4.0'의 슬로건 아래 국가 주도의 전략을 실행해왔고, 미국은 2012년 이래 '국가 첨단 제조 전략'등 제조업 부흥 정책을 실시해왔다.

두 나라 모두 스마트 팩토리를 기존 제조업의 대안으로 추구하고 있지만, 조금씩 다른 세부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LG 경제연구원은 독일, 미국의 스마트 팩토리 전략에 대한 보고서에서 독일은 정부 주도 성격이 강하나, 미국은 대기업 주도형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적 목표에도 차이가 있다. 독일은 21세기형 생산 체제의 구축이라는 비전을, 미국은 사물인터넷(IoT)의 연장선상에서 신사업 모델 창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과 미국의 스마트 팩토리 전략과 비전은 어디에 방점을 찍고 있을까?

▲ 출처=픽사베이

제조업 강국 독일, 21세기형 생산 체제 구축

독일이 스마트 팩토리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유는 제조업의 비중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2014년 각국 제조업의 GDP 비중은 독일 23%, 미국 12%, 일본 19%이다. 또한 독일은 본래 기계 설계, 제조 기술이 강점이다. 독일의 제조업은 자동차(18.5%), 기계장비 및 부품 (15.2%), 화학 (9.8%)이다. 독일은 장기 관점에서 공장, 나아가 국토 전역에 초점을 맞춰 차세대 생산 체제 구현을 노리고 있다.

우선 독일은 컨베이어 벨트의 제거를 추진하고 있다. 요즘에는 자동이송장치를 이용한 셀 생산 방식이나, 모듈식 생산 공정을 이용하는 형태도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 아우디의 스마트 팩토리는 2017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셀 생산 방식을 이용해 컨베이어 벨트를 치우고 대신 자동이송장치(AGV) 가 차체를 싣고 RFID 내 작업 명세서에 기록된 다음 처리를 해줄 작업자를 찾아 움직인다.

또한 공장 간, 기업 간 연결의 디지털화도 발전하고 있다. 렉스로스의 모회사인 보쉬도 스마트 팩토리 추진에 적극적이다. 연결을 강조하는 보쉬의 내부 슬로건은 3C이다. 2020년까지 전 세계에 흩어진 250여 개의 자사 공장들을 연결(Connect)해, 새로운 경영 효율화 프랙티스들을 함께 창조(Co-create)하고, 성공 사례들을 서로 학습, 복제한다(Copy)는 것이다. 즉 단순한 공장 내 설비의 연결에서 벗어나 기업 내 공장들을 연결해 기업 전체의 생산성을 늘리자는 계획이다.

독일식 스마트 팩토리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 공장과 가상 공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가상-물리 시스템(CPS : Cyber-Phsical System)이다. 가상 물리 시스템이란 기계설비, 레이아웃, 작동 상태 등 현실의 물리적 사업장의 상황을 거울처럼 대칭적으로 보여주는 디지털 가상 세계를 만들고 두 세계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것이다. 가상 물리 시스템이 구축되면, 공장의 레이아웃 변경이나 신제품 생산시 사이버 세계에서 먼저 시운전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어 현실 세계에서 의 값비싼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CPS 개념의 구성과 보급에 가장 앞장서는 기업은 지멘스다. CPS는 2007년 UGS를 인수해 PLM 분야를 강화하고 자신들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와 제조 현장에 이 기술들을 먼저 적용했다. 또한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를 CPS 관련 핵심 소프트웨어인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제조 실행 시스템)와 TIA(Total Integrated Automation: 통합 자동화 시스템)까지 포괄하는 형태로 확장했다.

▲ 미국 테슬라 공장. 출처=위키미디어

IT 강국 미국, 사물인터넷의 연장선

미국 기업들은 기존 사물인터넷의 연장선 상에서 스마트 팩토리를 실리적으로 추진 중이다. 다양한 물리적 기계들을 센서 네트워크로 연결시키고, 여기에서 얻어진 생산 현장의 빅 데이터들을 첨단 기법으로 분석해, 당장 확보 가능한 사업상 효익을 다양하게 얻자는 전략이다. 각 기업들은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거창한 명칭 대신 산업 인터넷(Industrial Internet, GE), 연결된 기업(Connected Enterprise, Cisco & Rockwell)등 네트워킹을 강조하는 명칭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부르고 있다.

GE는 ‘1%의 힘’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제시한 바 있다. 산업별로 핵심적인 부분에서 1%를 절약할 때 그 효익은 의외로 클 수 있다는 점이다. GE의 추정상 세계 항공 산업에서 제트 연료 소비량을 1% 감소시키면, 이는 총 20억 달러의 비용 절감으로 연결된다. 항공 산업의 2015년 전체 이익은 300억 달러로 이익이 6%나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GE의 전략은 스마트 팩토리 영역에서의 생태계 조성 시도를 잘 보여준다. GE 프레딕스는 내부적으로 개발되었지만, 사실 피보탈(Pivotal)의 오픈 소스 플랫폼인 클라 우드 파운드리(Cloud Foundry)에 기초해 있다. 또한 네트워크 연결은 시스코, AT&T, 소프트뱅크, 버라이존 등 다양한 전문 통신 기업들과 협력해 구현했다.

GE는 자체적으로 자산 성능 관리(APM: Asset Performance Management)라는 상용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전문 산업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협력해 다양 한 프레딕스 기반 앱들을 확보해가고 있다. 2016년 7월 프레딕스 개발자 키트를 배포 한 이래 2016년 말까지 와이프로, 액센츄어 등에서 30여개의 관련 앱이 탑재됐다. 적극적인 외부 연계 전략은 전통적으로 인프라 장비 기업이었던 GE가 2020년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신속한 변신을 공언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전통 자동화 기업들도 외부 기업들과 적극 연계해 약점인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킹 역량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북미 자동화 시장의 강자인 록웰(Rockwell)은 시스코(Cisco)와 제휴해 보안 네트워크 인프라를,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산업용 클라우드 솔루션 을 확보해 기존 제품군과 함께 공급하고 있다. 하니웰(Honeywell)도 40년간의 공정 데이터 관리 경험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반으로 기존 자동화 제품군을 산업 인터넷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