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구가 그리 커보이진 않는다. 에어컨 리모컨 크기 정도다. 연분홍빛 복숭아색 피부에 외눈박이다. 심지어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다. 앞뒤로 눈이 달렸으니 외눈박이는 아닌 모양이다. 버튼도 몇 개 안 달렸다. 궁금하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좀처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자기를 리코의 360도 카메라 세타SC라고 소개했다. 그가 지난 30일 이코노믹리뷰를 찾아왔다. 마주 앉았는데 이상했다. 앞모습인지 뒷모습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조재성 기자(조): 안녕하세요. 앞뒤로 눈이 달렸네요. 지금 저 보고 있는 거 맞나요? 360도 카메라라고 들었는데 정확히 그게 뭐죠? 들어보긴 했는데 아직은 생소하네요. 쓰임새가 궁금합니다.

리코 세타SC(세): 직접 봐야 이해가 쉬울 겁니다. 아래 영상을 보세요. 일반 영상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고요? 화면을 꾸욱 눌러 아무 방향으로나 잡아 끌어보세요. 사각지대 없이 모든 방면을 볼 수 있습니다. 360도 카메라로 찍은 영상입니다. 일반 카메라는 사각 프레임이 있죠. 무얼 찍고 버릴지 선택해야 합니다. 360도 카메라는 그럴 필요가 없죠. 오롯이 그 공간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영상은 물론 사진도 찍는 게 가능하죠. 예를 들어 해돋이 때 저를 사용한다면 떠오르는 태양은 물론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 표정까지 한꺼번에 담아낼 수 있겠죠. 앞뒤에 눈이 달려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결과물을 매번 돌려가며 보는 게 귀찮다고요?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면 다양하게 편집이 가능합니다. 파노라마 혹은 어안렌즈 카메라처럼 왜곡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죠. 얼마든지 창의적인 활용이 가능합니다. 가상현실(VR)과의 연결고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촬영물을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사방을 둘러볼 수 있죠. 마치 그 현장에 가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저를 VR 카메라라고도 부르는 이유죠.

조: 당신을 다루는 법이 궁금합니다. 일반 카메라처럼 다루기 쉽나요? 어떤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지도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없나요.

세: 사용법이요? 설명서를 볼 필요도 없습니다. 간단하다는 거죠. 제 옆구리에 있는 전원을 누르고 렌즈 아래 둥근 버튼을 꾹 누르세요. 그럼 끝입니다. 전원을 켜고 약 1.5초 안에 촬영이 가능합니다. 영상이나 사진은 내장 메모리에 저장됩니다. 디스플레이가 없어서 어떻게 찍히고 있는지 모르니 답답하다고요? 방법이 있죠. 앱마켓에서 세타 전용 앱을 다운로드받으세요. 안내에 따라 폰과 저를 연결시켜 라이브 뷰를 볼 수가 있습니다. iOS든 안드로이드든 대부분 기기와 연결이 가능합니다. 촬영물을 바로 확인하는 건 물론 폰으로 이미지 데이터를 전송해줄 수도 있죠. SNS에 공유도 해보세요. 앱에 있는 편집 기능으로 다양한 연출도 가능합니다. 필터를 입히는 건 물론이고, 촬영물을 이리저리 비틀어서 재미있는 이미지를 얻어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좋겠죠? 아래 사진을 보세요. 제 눈으로 본 당신의 모습입니다.

조: 신기하네요. 그런데 당신 형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름도 비슷하네요. 세타S라고. 형과 차이점이 뭔가요? 아, 그리고 기어360이라든지 키미션이라든지 다른 360도 카메라도 존재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이런 제품들과 비교해도 당신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나요?

세: 세타S요? 일단 제가 더 저렴합니다. 가격은 10만원 정도 내려갔어요. 그런데 기능엔 큰 차이가 없죠. 센서와 렌즈가 동일합니다. 1400만 화소 이미지 센서와 F2.0 조리개로 구성된 이미지 유니트 2개를 앞뒤로 배치했다는 건 다르지 않아요. 영상 해상도는 풀 HD급이고요. 몇몇 기능이 빠지긴 했습니다. 일단 HDMI 케이블 단자가 빠졌고요.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동영상 촬영 시간은 5분으로 단축됐죠. 뭐 이걸로도 충분하다면 10만원을 더 줄 필요는 없겠죠. 요즘에 360도 카메라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긴 하네요. S사의 공처럼 생진 제품이요? 갤럭시S7이나 갤럭시노트5 같은 폰이랑만 연결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네요. L사 제품은 저랑 닮았다는 얘기가 많더군요. 세타 시리즈가 먼저 나왔다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색상도 제가 훨씬 화사합니다. 4가지 파스텔 톤 색상이 예쁘지 않나요? N사 제품이요? 훌륭한 제품이죠. 다만 저보다 가격이 몇십만원은 더 비싸네요.

▲ 출처=리코
▲ 출처=리코

조: 앞으로 더 많은 360도 카메라가 등장할 텐데 정신 바짝 차려야 될 겁니다.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서 제품을 내지 않고 있는 회사들도 있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말입니다. 리코라는 회사가 의외로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어떤 회사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해요. 그리고 당신이 한국에 어떤 경로로 들어오고 있는지도 알고 싶네요.

세: 일단 일본 회사고요. 1936년에 문을 연 유서 깊은 회사입니다. 사무기기나 광학기기를 주로 만들죠. 복사기, 프린터, 카메라 등을 만들어 판매합니다. 연간 매출액이 2조2290억엔(FY2016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제법 규모가 큽니다. 전체 직원 수도 10만명이 넘고요.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 특허 상위 10개사 중 유일한 아시아 기업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죠. 나머지 9개사는 미국 회사입니다. 리코코리아도 있는데 주로 사무기기 분야 유통을 담당하죠. 카메라 라인업은 세기P&C가 국내 유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도 거기에 있다가 이코노믹리뷰 사무실로 넘어온 겁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조: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뭔가 이전까지 없던 물건이 새로 나오면 일단은 사지 말자고요. 조금만 기다리면 더 좋은 모델이 나올 거라는 생각들이죠. 360도 카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은 모델이 많지가 않아요. 지금 사는 건 시기상조 아닐까요? 더 저렴하고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 나올 게 분명하니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세: 인정합니다. 저를 많이들 생소하게 보더라고요.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죠. 뭐, 얼리어답터 인생을 지향한다면 이런 시점에 저를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세상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습니다. 이제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360도 영상을 올릴 수가 있죠. 최근에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직접 360도 영상을 올리기도 했어요. 양팔을 벌리고 있는 그의 모습이 나옵니다. 화면을 반대로 돌려보면 아기가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죠. 올해 VR 헤드셋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보급형부터 하이엔드급까지 다 나왔죠. 2017년엔 2세대 VR 헤드셋들이 줄줄이 나올 예정이고요. 이 시점에 VR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창작까지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저와 함께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추억을 기록해보세요. 절대 이르지 않습니다. 지금이 타이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