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사회문제 해결에 투자하는 사회성과연계채권(SIB; social impact bond) 씨앗이 국내 시장에 뿌려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공 들여온 SIB 사업들이 최근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아시아 최초로 시행되는 사업 모델인 만큼 학계나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 이어 국내 실험대에 오른 셈이다. 경기도와 서울시는 SIB를 통해 각각 수급자 자립, 아동복지 등을 풀어나갈 방침이다. 

경기도 '해봄프로젝트' 순항 중

경기도 SIB 사업 해봄프로젝트는 순항 중이다. SIB는 민간기업이 공공분야에 사업비를 투자하고 성과를 내면 투자금과 성과금을 제공한다. 성과를 거둘 때만 예산을 투입하기 때문에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행정비용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경기도는 지난 5월 중간운영기관으로 한국사회혁신금융을 선정했다. 12월 현재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 탈수급에 목적을 두고 있다.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성과달성 정도에 따라 도는 민간 투자자에게 최대 17억7400만원이 지급된다.

한국사회혁신금융 관계자는 "오는 2월10일이 투자금 모금 기간이다. 총 사업비 15억5000만원 중 13억9000만원 정도를 모은 상태"라면서도 "아직 국내에서는 임팩트투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모금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의 경우 기업이나 대형재단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반면 국내 대기업은 투자결정에 이상회 승인이 필요한데 6개월 가량 걸린다고 한다. 반면 총 투자 유치기간은 8개월이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공동생활가정 아동교육 사회성과보상사업'에 돌입했다. 시는 1호 사회성과보상사업으로 '공동생활가정 아동교육 사회성과보상'을 선택했다. 시내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경계선지능 및 경증지적장애아동 100여명에게 교육을 실시한다. 경계선지능아동은 IQ 71~84 아동을 지칭한다. 이른바 '느린학습자'로 불린다. 장애로 인정받지 못해 특수한 교육이나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못하는 정책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사단법인 PPL, UBS증권 서울지점, 엠와이소셜컴퍼니 등이 총 11억1000만원을 투자했다. 사업수행은 '대교문화재단' 컨소시엄에서 수행하고 있다. 오는 2018년까지 자립능력 향상을 위한 정서치유, 사회성·지적능력개선프로그램 제공할 방침이다.

해외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미 SIB를 활용한 투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 출처=서울시

SIB는 지난 2010년 영국 피터버러시에서 시작됐다. 재소자 출소 후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사회정착 프로그램으로 도입됐다. 소셜 파이낸스가 중간 운영을 맡았다. 사업은 피터버러 교소도 12개월 형 미만 남성 재소자 3000명을 대상으로 8년간 이뤄진다. 지난 2013년 중간평가 결과 85%에 육박했던 재범률은 11% 하락했다.

"사회비용 감소시킬 혁신적 사업"

미국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매사추세츠주는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이포석세스(Pay For Success)라는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해당 지역의 노숙자는 약 2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그 중 3000명은 장기 노숙자로 분류됐다. 해당 주는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돌파구로 SIB를 선택한 것.

매사추세츠 하우징앤쉘터 얼라이언스(Massachusetts Housing and Shelter Alliance)의 운영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앞으로 6년간 800명의 노숙자에게 500채의 주택을 제공한다. 지자체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면 민간 투자자들은 최고 5.33%의 수익률을 보장받는다. 사업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리스크는 민간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국내 지자체도 SIB 사업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사회성과보상사업에 대해 "사회변화를 위한 공공과 민간의 협업을 촉진하고 사회문제 예방으로 사회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사업"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