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전성시대가 열리며 올해에도 많은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위세를 떨쳤으며 사라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모바일 기반의 O2O 스타트업들이 강렬한 존재감을 보이는 한편, 기존 오프라인 업체와의 충돌로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충돌이 해당 스타트업에 독이 아닌, 약이 되었다는 점이다.

온라인 중고차 경매어플을 서비스하는 헤이딜러가 대표적이다. 간편하게 중고차 거래를 할 수 있게 지원하는 헤이딜러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기존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업체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들은 헤이딜러의 모델이 불법적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공개석상에서 박진우 대표를 범법자로 몰기도 했다.

논란은 여러차례 변곡점을 타고 돌았다. 지난 2015년 11월 김성태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한 자동차 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단초다. 당시 김성태 의원은 자동차 경매업의 경우 주차장 3300m², 경매장 200m² 등 일정정도의 오프라인 시설물을 의무적으로 구축하는 한편, 이를 통해 다수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경매장 개설자와 온라인 사업자의 형평성을 맞추고 제도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당장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창조경제에 역행한다는 반발이 터져나왔고, 더불어 양쪽의 갈등도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국토교통부까지 나서 헤이딜러 합법화를 약속하며 나섰고 2016년 6월 20일 자동차 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입법예고되며 헤이딜러는 가까스로 기사회생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장려하고, 스타트업 미래성장동력을 견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올해 초 간담회에서 일부 중고차 딜러들이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며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박진우 대표는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말없이 사라져야 하는 굴욕아닌 굴욕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협상은 계속됐다. 이후 7월에는 민병두, 이원욱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온라인 자동차 경매 제도도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고 해당 자리를 기점으로 헤이딜러는 나름의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헤이딜러는 지난 5일 오프라인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 중인 월드자동차경매장과 O2O 중고차 경매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프라인 인프라 시설을 월드자동차 경매장이 제공하면 헤이딜러가 응찰단 및 온라인 비교 견적 시스템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아직 논란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일단 헤이딜러는 달리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헤이딜러는 논란이 있기 전, 대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는 한편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에 성공했다. 스스로의 노력과 더불어, 불거진 논란이 오히려 인지도에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콜버스도 있다. 콜버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부르면 승객에게서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버스가 오고 최종 목적지에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 내려주는 수요응답형 O2O 교통 서비스를 표방한다. 온디맨드 업체다. 쉽게 말하자면 시민들이 전세버스를 공동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개 서비스인 셈이다.

논란은 기존 교통 플레이어들이다. 심야시간 버스를 통해 운영되는 콜버스 서비스가 불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며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국토교통부가 나서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아 보겠다"는 양측의 의견조율을 시도했으나 분위기는 암울했다. 이 과정에서 박병종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연히 갈 길을 가지만, 솔직히 상황이 이렇게 되니 너무 괴롭다"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설상가상.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을 비롯한 4개 단체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토부의 '온건모드'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전세버스를 운송수단으로 하는 콜버스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영업하는 것이며, 위법행위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객운송질서의 확립을 위해 콜버스의 운영을 즉각 금지하고, 관련 법령의 보완을 통해 유사 불법여객운송행위를 사전에 방지할 것을 국토부에 촉구했다. 더 나아가 1일 조선일보 1면에 콜버스 반대 광고까지 실었다.

콜버스도 사태진화에 나섰다. 입장자료를 통해 조선일보 광고는 '악의적'이라며 "콜버스가 불법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콜버스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테크앤로 두곳으로부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업이며,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도 콜버스가 합법이라는 것을 연합뉴스TV 인터뷰를 통해 인정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결보다는 타협을 타진했다. 콜버스는 "콜버스는 택시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다"며 "야간시간대 서울시는 택시 수요 대비 공급이 1만대 이상 부족해 승차거부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며 콜버스는 부족한 택시 공급을 메워주는 보완재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콜버스와 택시업계가 힘을 합친다면 적은 차량으로도 많은 승객을 운송해 야간시간대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후 사태는 몇 차례 변곡점을 돌았고, 콜버스는 약간의 타협을 통해 서비스 정상화에 성공했다. 올해 서울시민이 뽑은 10가지 서울시 정책에서 당당히 1위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콜버스는 기술적 알고리즘의 정교화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노력에 매진하는 한편, 닥쳐오는 논란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스타트업이다. 오프라인과의 충돌은 콜버스에게 이를 부각시킬 수 있는 의도치 않았던 기회인 셈이다.

▲ 출처=콜버스

풀러스도 의미심장하다. 카풀 온디맨드 서비스 업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온 상태에서, 해당 논란을 딛고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풀러스에 대해 여객자동차 운송사업법 상 위법으로 유권해석을 했다는 취지의 언론보도가 나온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풀러스를 비롯한 카풀앱에 대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위법으로 유권해석을 한 바 없다고 밝혔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는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으로 제공 및 임대, 알선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으나 '출퇴근 때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풀러스는 불법이 아니다.

이에 풀러스는 "사람들의 출퇴근 시간은 제각각 다르지만 최대한 법률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 풀러스의 이용 가능 시간은 공휴일과 주말을 제외한 평일 출근 시간대인 오전 6시부터 오전 11시까지, 퇴근 시간대인 오후 5시부터 익일 새벽 2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며 "함께 만드는 풀러스 캠페인 등을 통해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이딜러와 콜버스, 풀러스의 공통점은 다양한 논란을 자신들의 브랜딩 기회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업계의 스타가 되었고 나름의 동력을 품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실력이다. 실력이 없다면 논란이 불거지는 순간 '신기루'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역시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