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새해를 앞두고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다. 계란부터 배추, 무, 라면, 빵 등 식료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더니 연말연시에는 공공요금도 인상을 앞두고 있다.

당장 30일인 오늘 금요일, 1100원인 대구의 시내버스 요금은 1250원이 된다. 2월에는 1200원이던 부산 경전철 요금이 1400원으로 오른다.

경기도 과천에서는 1월 1일부터 상수도는 18%, 하수도는 67%가 인상되는데 4인 가구라면 월평균 3600원을 더 내야 한다.

도시가스는 지난달에 이어 다음 달 또 올리는 걸 검토 중이고, 6800원인 세종시의 20리터 쓰레기봉투 한 묶음은 7월부터 1만800원으로 비싸질 전망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앞으로 추가 인상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올라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공공요금 인상을 통해서 물가지표 개선에 대한 효과를 생각했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구매력을 감소시켜서 오히려 경기 전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체감 물가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요금 인상은 몇 달 전부터 예고된 것들이었지만 정부는 소비자물가지수가 0%대에 머물며 제자리를 걷자 경기 활성화를 위해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상승이 원인

이처럼 2017년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2016년 대비 다소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KB투자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2017년 CPI 상승률은 2016년 1.1%에서 2017년 1.9%로 0.8%p 상승할 전망”이러며 “CPI를 끌어내리던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2017년에는 상승세로 돌아선 것 등이 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여전히 CPI 상승률의 절대적인 수준이 낮아 정부는 공공요금 인하에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PI 상승률 추이>

자료: CEIC, KB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국제유가 상승이 CPI 상승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시점은 유가 상승 시점의 4개월 뒤이며, 40개월 이상 그 효과가 지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공공요금 인하에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상승률 낮은 상황...요금 인하 가능성 낮아

CPI 상승률이 3.0%를 하회할 때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이 인하된 것은 1987년 5월이 마지막이다.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황에서 공공요금을 크게 인하하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CPI와 전기요금 인상률 추이>

자료: CEIC, 한국전력, KB투자증권

한전도 주택용 누진제 완화 발표도 아직 며칠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요금 인상‧인하를 논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누진제 개편으로 요금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2017년 전기요금 인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CPI 상승률이 낮기 때문에 초과이익을 줄이기 위해서 요금인하보다는 다른 방법들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한전은 최근 환경비용의 추가 인식, 정산조정계수의 인상 등으로 요금인하 요인을 상쇄해왔다.

한국가스공사의 LNG 판매 요금은 전년대비 7.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낮은 CPI상승률과 완만한 LNG 원료비 단가 상승을 고려할 때, 정부가 원료비 연동제를 중단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간 LNG 요금 인하가 계속된 만큼 인상에 대한 저항도 약할 것으로 보인다. LNG 판매가격은 2014년 20.0원/MJ(메가줄)에서 2016년 예상 평균 15.7원/MJ로 작년보다 4.4원/MJ(24.2%) 낮아졌다. 이는 주로 원료비 연동제가 가동돼 원료비 단가가 4.6원 /MJ 하락한 것이 배경이다.

<한국가스공사 LNG 원료비 (도시가스용), 한국가스공사 LNG 원료비 (발전용)>

자료: 한국가스공사, KB투자증권

치솟는 물가에 추운 날씨만큼이나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의 요금 인상은 경기에 좋은 영향은 없고 소비심리만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주 뒤늦게 민생 물가를 잡겠다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