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 마르테 셰르 갈퉁·스티그 스텐슬리 지음, 오수원 옮김, 부키 펴냄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의 기자회견을 듣다가 이 책을 떠올렸다. 우리는 중국이 북한을 좌지우지할 힘이 있다고 믿는다. 전 세계가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북한이 말썽을 부릴 때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의존하려 한다. 트럼프가 중국이 북한 핵 개발을 충분히 막을 수 있음에도 이를 방치한다고 불만을 표출한 것도 그 때문이다.

태영호 전 공사는 이런 통념을 가차 없이 깬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에 대해 자주적이다. 북한이라는 ‘동생’이 배짱을 부려도 중국은 어떻게 하지 못한다. 북한은 중국의 약점, 즉 지정학적 아킬레스건을 꿰뚫고 있다. 중국은 ‘버퍼 존’(Buffer Zone, 완충지대)을 유지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 정권이 끝장날 경우 국경인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자유민주주의와 미국이 다가올 수 있기에 어쩔 수 없이 김정은 정권을 비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도 중국에 대한 편견들을 부순다. 과도한 중국혐오와 애호(愛好), 과장과 공포, 학자들이 덧씌운 과대포장을 걷어내고 실체를 드러낸다. 노르웨이 국방부 소속 중국연구자인 저자들은 경제, 정치, 외교, 역사, 미래, 국민 등 부문에 걸쳐 중국의 49가지 진실을 제시한다. 읽다 보면, 수십년간 전문가들의 중국 예측이 왜 번번이 어긋났는지 이해하게 된다.

책에 의하면, 중국에 대한 세계 각국의 인식과 대응은 시소를 탄다. 작년 초 중국 하이얼이 GE의 가전사업 부문을 인수했을 때도 130년 역사의 ‘미국의 자존심’이 중국에 팔렸다며 ‘차이나 머니의 공습’을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의 미국 기업 인수를 원천봉쇄하자는 보고서가 의회에 제출됐을 정도다. 반면 저명한 군사정치전문가 조지 프리드먼은 중국이 2020년에 붕괴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중국 붕괴론은 십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이런 중국 예측들은 모두 빗나갔다.

저자들은 중국에 대한 편견의 근원을 서구에서 찾는다. 서구는 예로부터 중국을 ‘서구와 대립되는 세계’로 여겨, 자신들의 입장변화에 따라 중국을 가난하거나 부유한 나라, 미신에 빠져 있거나 합리적인 나라, 야만적이거나 문명화된 나라, 수동적이거나 호전적인 나라로 설정해왔다. 최근에는 중국에 대한 혐오가 미국과 유럽을 지배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 경제대국이 될 거라는 경제적 위협,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한 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패권을 확대할 것이라는 군사적 위협, 중국식 발전 모델이 성공을 거두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등 서구의 소프트파워는 종언을 고할 거라는 문화적 위협 등 온갖 위협론이 우리의 눈귀를 가리고 있다.

먼저 저자들은 중국의 해외투자를 ‘탐욕스러운 기업 사냥’으로 보는 시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중국은 무역수지에서 흑자를 내고 있고 그 일부를 외국의 실물자산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행보다. 다른 나라들도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서구 기업들은 쉽게 되팔 수 있는 유동증권을 사고, 중국 기업들은 유동성이 낮은 공장과 실물자산을 산다는 게 다를 뿐이다. 중국의 국유기업이 정부의 지령에 따라 움직인다는 통념도 오해에 가깝다. 중국의 국유기업들도 서구 기업들처럼 이윤을 추구한다. 대부분 증시에 상장돼 있고, 국내외 기업들과 극심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가장 큰 편견은 중국 경제가 수출의존형 구조라는 인식이다. 중국 경제는 1970년대 이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다. 특히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2000년의 인터넷 버블, 2008년의 금융위기를 무난히 돌파했다. 2009년의 경우 수출은 20% 감소했지만 경제는 오히려 8%나 성장했다. 이는 중국 경제의 동력이 수출보다는 실물투자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실물투자는 중국 GDP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당국은 기반시설과 중공업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불평등과 빈부격차가 결국 중국의 사회불안을 야기할 거라는 예측도 사실과 다르다. 중국인들은 시장경제에 수반되는 불평등을 받아들이며, 자신들도 능력과 근면을 통해 사회계층의 사다리 위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믿는다. 미국인의 철학과 다름없다.

저자들은 중국이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한다고 해서 소련처럼 붕괴하는 것은 아니며, 인터넷이 공산당을 무너뜨릴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전망한다. 중국과 미국의 전쟁 가능성도 극히 낮고, 중국어가 영어를 제치고 공용어가 될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

위안화 주도의 세상이 될 거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위안화가 달러화를 위협할 정도가 되려면 중국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되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자본의 해외 유입과 유출에 여전히 제동을 걸고 있다.

“21세기는 중국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의 예상도 실현되기 힘들다. 중국은 ‘소프트파워’가 부족하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이 보장하고 있는 오늘날의 국제 정치 및 경제 질서야말로 중국의 이익을 가장 잘 보장해주는 체제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