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사람은 먹고 살아야 한다. 이 때문일까. 음식료 업종은 여타 업종 대비 안정성 측면에서 늘 주목을 받는다. 음식료 업종은 현재 인구 구조적 변화와 대기업들의 HMR 시장의 본격 진출이 맞물리며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2016년 1월 4일=100 기준 [출처:한국거래소]

지난해 12월 27일 기준 음식료 업종 지수는 연초 대비 25.8% 하락했다. 작년 한 해 글로벌 음식료 업황의 펀더멘탈을 결정짓는 소비, 곡물 가격 및 제품 가격 간 스프레드 등에 큰 변화가 없었던 점과 MSCI 세계 음식료 업종 지수가 연초 대비 1.5% 상승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유독 하락 폭이 컸던 이유에 대해 의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은 한국 음식료 업종의 주가가 유난히 큰 폭으로 하락한 이유를 지난 2015년 업종 내 생성된 버블이 지난해 들어 해소되는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음식료 업종의 코스피 대비 상대 주가수익비율(PER)은 2.05배에 달해 역사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직전년도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이 주가 배수를 상향시키는 요인이었는데, 실제 이 이익 증가는 매출액 증가가 아닌 재료 하락에서 기인했다.

통상 재료비 등락으로 인한 이익 증감은 변동성이 심해 업체의 주가 배수를 움직이는 요인은 아니다. 하지만 2015년에는 영업이익 증가가 구조적인 외형 성장에 기인한 것으로 오인되며 주가 배수가 높아지고 주가가 급등했다.

2016년에는 소맥 이외의 재료비 하락이 크지 않아 업체의 전년 대비 이익증가가 크지 않았다. 따라서 낮은 주당순이익 성장이 높은 밸류에이션 지표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는 평가다.

현재 음식료 업종의 상대 PER은 1.49배로, 이전 대비 저평가됐음은 물론 버블 국면은 지났다는 판단이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음식료 업종의 PER은 1.2~1.3배 수준”이라며 “최근 단행된 대형 음식료품의 가격 인상이 실적 전망에 반영되면 상대 PER은 과거 평균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17년 음식료 업체의 영업 외부환경은 2016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곡물가격도 보합에서 강보합 정도로 안정되고, 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의 고성장 속에 신제품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곡물 중에는 원당 가격이 겨울철 라니냐 현상으로 상승할 위험이 있으나, 이미 가격이 한 단계 오른 수준에서 추가적인 상승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음식료, 2017년 이슈는 가격인상

이경주 연구원은 2017년 음식료 업종에서 주목해야 할 첫 번째 요소로 품목별 가격 인상 여부를 꼽았다. 2016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맥주, 탄산음료, 라면의 가격이 인상됐는데 이들 품목은 해당 업체의 매출액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가격 인상으로 인한 이익 증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과자, 아이스크림, 가공 식품 등의 가격은 곡물 가격 안정 및 경쟁 심화 등의 환경을 고려했을 때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고급 신제품 출시로 인한 상품 믹스 개선 효과는 기대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제품 가격 인상보다는 이익 증가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가격을 인상한 품목 중에서는 라면, 음료, 맥주 순으로 이익 증가 효과가 예상되는데 농심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라면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이로 인한 매출액 증가 효과는 약 700억원이다.

통상 경쟁사가 3개월의 시차를 두고 가격을 올린다는 점에서 농심은 해당 기간 동안 점유율 방어를 위해 마케팅비 지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매출액 증가 효과가 이를 상쇄하며 최소한 300억원 이상, 30%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LG생활건강도 콜라, 환타 등 음료의 가격을 지난해 11월 5% 인상했다. 이에 따라 2017년 초에는 롯데칠성이 음료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이익 증가 효과는 2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맥주 가격을 약 6% 인상함으로써 롯데칠성 역시 2017년에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7년 6월로 예정된 맥주 2공장 완공 이후 마케팅비가 다소 증가할 수 있겠으나, 이러한 음료와 맥주 가격 인상으로 비용 상승을 충분히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

 

HMR, 대기업의 시장진출로 경쟁력 강화

2017년 한국 HMR 시장은 전년 대비 35% 성장한 2조7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2016년 이 시장은 33%의 고성장을 이뤘다. 이는 1인 가구 증가라는 인구 구조적 변화 외에도 식품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경쟁력 있는 HMR 제품이 계속 출시되며 저가 외식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2017년에는 많은 식품 대기업이 HMR 전용 공장을 세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가동율이 높아지는 한편, 시장 선점을 위한 신제품 출시 및 프로모션 강화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식품 대기업들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HMR 히트 제품 목록에도 지난해보다 CJ제일제당 등 식품 대기업의 이름이 많이 오르고 있다. 이는 자체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코크와 같은 PB 제품은 많은 매대를 차지할 수 있는 강점이 있으나, 가격 면에서는 식품 대기업 제품보다 높다.

이경주 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식품 대기업이 성장하는 HMR 시장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전망”이라며 “그 다음은 자체 HMR 브랜드를 보유한 대형 유통체인, 마지막으로 이러한 PB 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중소형 식품사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중소 식품사는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운가 경쟁력에서 밀리는 데다 낮은 가격으로 유통업체에 납품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 영업이익/(CAPEX+유가증권투자) 전망 [출처:한국투자증권]

일반적으로 음식료 업체의 주가는 영업이익보다 잉여현금흐름(FCF)의 증감에 따라 움직이는데, 특히 자본적지출(CAPEX) 등 투자가 축소되는 구간에 있는 업체의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2017년 음식료 업종에 투자할 때는 FCF 동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HMR 공장 등 CAPEX 투자가 늘어나는 회사들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FCF의 개선과 밸류에이션을 고려해 농심, 매일유업, 대상, KT&G, 롯데칠성 순으로 투자가 유망하다고 진단했다.

농심은 가격인상, 고급라면 및 생수 투자가 끝나 FCF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매일유업은 유기농 제품이나 커피우유와 같은 고수익 사업의 성장과 원유 관련 손실 축소로 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대상은 인도네시아에 전분당 공장과 열병합 발전소가 내년 초부터 가동돼 전형적인 투자 회수 구간에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꼽았다. 또 KT&G는 금리 상승에 연동해 배당 증가, 경쟁사가 출시하는 전자담배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점을 긍정적 요인으로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