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혁명으로 정밀의료가 각광받으면서 의료기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은 처방의약품 시장의 절반 규모다. 2016년 기준 약 460조원으로 2020년까지 연평균 5.2% 성장할 전망이다. 의료기기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IT 기술의 발달로 첨단의료기기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고령화 및 기대수명 증가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역시 시장이 크고 있지만, 해외에 비하면 수입 제품 의존도가 높은 편이어서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미국이 최대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은 미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일본이다. 대부분 선진국 위주이지만 시장 규모로는 중국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을 리드하는 상위 20개 중 12개가 미국 기업이다. 매출 기준으로 보자면 전체 시장에서 상위 10개 기업이 37% 비중을 차지한다. 의료기기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글로벌 1위 기업은 미국의 메드트로닉(Medtronic)이다. 아일랜드 의료기기 업체인 Covidiesn을 합병하며 1위로 올라섰다. 심혈관 관련 의료기기에서 시장 점유율이 독보적이다. 미래 먹거리로 인공췌장과 수술로봇 플랫폼에 투자하고 있는데 수술로봇은 2018년 이후 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 2위 기업인 존슨앤존슨(Jonson & Jonson)은 정형외과, 안과, 심혈관 등 다양한 분야에 제품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향후에는 구글과 합작해 Verb Surgical이라는 수술 로봇 기업을 설립, Digital Surgery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맞춤형 의료기기 수요 증가 ‘성장 동력’

맞춤형 의료기기 수요의 증가는 시장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메드테크(MedTech)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기 산업은 대략 15개 분야로 나눠볼 수 있다. 시장 비중으로 보자면 2015년 기준 체외진단이 48.4%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는 심장학(42.1%), 진단영상(38.9%), 정형외과(34%)가 뒤를 잇는다. 향후 성장률로 보자면 신경학과, 내시경, 안과, 치과, 체외진단 시장이 각각 7.6%, 6.8%, 5.8%, 5.7%, 5.6%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가장 높은 시장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체외진단 시장은 2020년 약 83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조기 진단, 예방,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이고 개인 맞춤형 의료에 대한 수요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개인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체외진단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에서는 2015년 기준 Roche가 시장점유율 18.6%, Siemens 10.0%, Abbott Laboratories과 Danaher 각각 9.6%로 대규모 다국적 기업들이 대부분 선점하고 있다.

의료기기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심장·심혈관 관련 의료기기 시장은 2022년 약 72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주로 자율신경을 자극해 내부 장기 기능을 조절하거나 치료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의료기기 극소형화 흐름에 따라 기술력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고령화 추세에서 심혈관계 질환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시장 규모는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29.2%로 1위를 차지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심장질환 환자의 사망률이 암과 뇌혈관질환 다음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있는 업체들을 보면 상위 10개 기업이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세계 1위 의료기기 업체인 Medtronic의 시장점유율은 24.3%로 2위 업체인 Boston Scientific(11.8%)이나 St. Jude Medical(12.0%) 대비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세 번째로 큰 진단영상 의료기기 시장은 2022년 약 59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조기 진단 수요가 높아지고 고해상도 생체영상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2022년까지 연평균 3.7%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일본, 유럽의 소수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2015년 기준 유럽의 Siemens가 시장 점유율 25.7%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미국의 GE가 20.9%를 차지하고 있다. 또 상위 10개 업체가 시장의 91.1%를 차지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국내보다 해외에 거는 기대

국내 의료기기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그리 크지 않은 시장이다. 시장 규모로는 작지만 성장률로는 지난 2011~2015년 제조업 성장 대비 약 4배 성장했다. 국내 시장 규모는 글로벌 9위 수준으로 2016년 기준 약 5조534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연평균 5.1%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성장률로는 글로벌 시장과 비슷한 속도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도 크게 늘었다. 2009년 1754개에서 2015년 2992개로 연평균 9.3% 증가했다. 국내 업체들의 특징은 주로 생산액 기준 10억원 미만의 영세 업체가 94%를 차지하고 있고, 2015년 기준 오스템임플란트, 삼성메디슨, 지이헬스케어코리아 등이 시장 내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주로 치과 관련 의료기기 시장에 많이 분포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수요의 62%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일부 고가 장비에서는 국산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모습이다. 의료기기 시장의 경우 수요처가 한정돼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국내 의료기기 시장 성장의 핵심은 수출이다. 2011년 1조8000억원에서 2015년 3조원으로 연평균 13.4%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주요 수출국은 미국, 중국, 독일이다. 2015년에 특히 크게 증가했는데 전년 대비 각각 수출액 18.2%, 30.3%, 14.3%의 성장을 보였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가 구축된 시작점으로 판단되며 향후 높은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양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12월 기준으로 국내 상장 의료기기 종목은 49개로 최근에는 제약·바이오산업 투자 심리 악화와 함께 동반 하향 조정된 상태”라며 “높은 산업 성장률과 고령화 가속화에 따른 의료기기 수요 확대로 2014년 3분기 이후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 지수 대비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다가 최근 조정받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의료기기의 경우 파이프라인을 강조하는 신약 종목과는 다르게 실적으로 주가 방어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해외 시장 진출 가속화나 시장 점유율 확대를 통한 실적 개선이 되는 종목 위주로 선별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주의 깊게 지켜볼 만한 기업으로 꼽은 곳은 아이센스, 오스템임플란트, 바텍이다. 아이센스는 자가혈당측정기와 혈액전해질 분석기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임플란트 전문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의 6%를 점유하고 있다. 바텍은 국내 치과용 촬영기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