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이 왕복 8차선으로 활짝 열렸다. 인도와 한국을 오가는 하늘 길 말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016년 10월부터 델리 취항을 주 3회에서 매일 운항으로 늘렸다. 대한항공도 12월 1일 주 5일 델리 가는 하늘 길을 새로 열었다. 깜짝 놀랄 변화다.

한국을 찾는 인도인들은 2010년 CEPA(한·인도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5년 동안 꾸준히 늘어 2016년엔 거의 배가 되었다. 연간 16만 인도인의 입국은 중국, 일본, 미국 그리고 동남아 등 특별한 관계 국가를 제외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여느 유럽 국가보다 많다. 또 이들 국가의 입국자는 거의 변동 없지만 인도로부터 입국자는 연 12% 정도로 꾸준히 늘고 있다. 상주 체류 인도인도 늘어 1만명이 넘고 이들 중 10%인 유학생을 빼면 대부분 엔지니어 등 고급 전문 인력이다.

하늘 길은 넓어졌고 통상관계로 한국을 찾는 인도인은 늘고 있지만 속사정은 여전히 좁고 답답하다. 한국인의 인도 입국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e-비자신청에 따른 도착비자제도가 가능해 언제든 넓어진 하늘 길을 통해 즉흥적으로도 인도 방문이 가능해졌는데 인도 기업인의 한국 방문은 아직도 까다롭다. 도착비자제도는커녕 예전보다 영사업무가 과다해 비자발급 소요기일이 늘어났다. 남한 크기의 33배로 넓은 인도에서 비자신청 창구는 단 3곳에 불과하니 불편 또한 크다. 이런 인도에서 숱한 휴일을 피해가며 날짜 맞추어 비자를 발급받기가 수월하지 않다. 그런데다 경제성장 이후 인도 기업인 글로벌 행보가 워낙 바빠지지 않았던가? 중국, 중동, 유럽 등 세계 곳곳으로 다니는 행동반경이 넓어져서 이들과 시간 약속을 정하기조차 무척 힘들어졌다. 그 와중에 한국으로 초대해 상담을 결론짓는 것에는 비자문제까지 더해지니 난관의 연속이다.

지난 11월 조선기자재 관련 상담이 약속된 인도 수입업자가 한국으로 떠날 밤 비행기를 앞두고 당일 오후까지 비자가 나오길 기다리다가 결국 비행기를 타지 못한 해프닝이 있었다. 이 기업인이 앞서 중국 출장을 다녀오는 바람에 주인도 한국대사관 공지에 맞게 미리 신청하지 못한 까닭이다.

일본은 인도인에 대해서 1일비자발급제도와 인도 내 5개 지역 영사업무창구를 두고 있다. 근무일 기준 최소 5일을 요구한 한국의 협소한 창구절차와 비교된다. 한국의 비자 절차에 문제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도통상관계를 고려해 변화가 필요하지 않느냐를 생각하게 한다.

한국인의 인도 입국 편리성을 위해 정상회담을 통해 도착비자를 요구했고 이는 2014년에 실현되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인도인의 한국 방문은 개선된 바 없이 밀리는 영사업무로 더 어려워졌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교류의 증가는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사실 한국 비자를 두고 인도 기업인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불만이 제기되었다. 미국과 일본 등 이른바 선진국으로부터 문제없이 비자를 받아 출장 다니던 인도 기업인이, 유독 한국 비자에서 반려되어 거듭 소명해야 하고 또 갈 때마다 같은 서류를 제출하는 등으로 불편을 넘어 자존심 상한다고들 한다. 이로 인해 반한 감정까지 표출된 사례도 있다.

인도인들이 LG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김응기

인적교류 증가는 왜곡된 국가이해를 바로잡고 통상을 넓히는 긍정적 바탕이다. 따라서 어렵게 통상협정을 마련하는 것 외에 인적교류에서도 손쉬운 장애물은 능동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도 기업인에 대한 조건부 e-도착비자를 실시함으로써 중요 시장인 인도와 비즈니스 소통을 원활히 하는 것이 그중 하나이다. 활발한 인적교류는 인도 기업인의 대한(對韓) 투자를 유치할 바탕이 된다. 인도의 대외투자는 2010년 이후 확대되고 있다. 2016년엔 24억달러 규모로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도 미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 대한 투자는 거의 없었다. 이는 인적교류에 근거한 이해의 정도에 비례한 결과이다.

최근 인도 기업은 제조기술 유치의 일환으로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러한 동향은 해외시장은 물론 자본투자를 원하는 한국 중소기업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국적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큰 통로를 마련했다. 다음은 정부가 뒷받침해 기업교류가 활발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내 상주 외국인 100만명 시대에 들어선 지금, 이들의 체류 자격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하다. 외국인력 도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단순 생산인력은 일정 기간 체류 후 귀국시키는 순환도입정책을 채택해야 하고, 성장에 기여가 큰 전문기술 인력은 중장기 거주를 유도하는 정책을 조화롭게 운영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능력을 지닌 전문직 인도인에 대한 교류정책에 관심을 갖고 필요한 정책을 세워야 할 이유가 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