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28일 중소기업중앙회를 고소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앱 관련 자료 배포와 관련해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 등 2명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며,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접수한 고소장에서 중기중앙회 박성택 회장과 최윤규 산업지원본부장 등 2명을 피고소인으로 특정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이다. 배달의민족은 입장자료를 발표하며“피고소인들이 정보통신망과 출판물을 통해 공공연히 허위사실을 배포함으로써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했다”며 “진실을 위해 끝까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으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피고소인들에 대해 응당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출처=배달의민족

배달앱을 파괴하라?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8일 최근 200개 배달앱 이용 소상공인(치킨, 중식, 패스트푸드 등 취급 업체)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약 48%가 배달앱 사업자로부터 불공정거래 행위를 겪었다고 발표했다. 비슷한 설문에서 불공정 거래 행위를 겪었다고 응답한 수치가 백화점 29.8%, 대형마트 15.1%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다. 불공정 행위 유형으로는 광고비 과다 요구가 27.5%로 가장 많았으며 일방적인 정산절차(26.0%), 판매자에게 일방적 책임 전가(25.0%), 서면계약서 부재(23.5%)가 그 뒤를 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 발끈하고 나섰다. 배달의민족은 19일 "사실 관계에 맞지 않는 일방적 주장으로 인해 회사의 명예가 심각하게 실추되고 사업에도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었다는 판단이며, 이에 중소기업중앙회를 허위사실 유포 및 영업 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등 강력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반발했다.

테크앤로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동시에 배달의민족은 22일 중기중앙회의 설문에 반하는 자료를 적극적으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전국 18만 여 배달의민족 등록업소 중 통계 가치가 있는 2만5000개 치킨 업소를 전수 조사한 결과, 올해 가장 많은 치킨을 판 10곳을 모두 중소형 동네 치킨집이라고 강조했다. 그 중심에 배달의민족이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스마트폰을 통해 음식을 주문해 먹는 일반 이용자들이 크게 늘어나며 배달앱이 배달음식 업소의 가장 효율적인 광고 수단으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28일, 배달의민족은 중기중앙회를 겨냥해 '고소'라는 칼을 뽑아든 셈이다.

▲ 출처=배달의민족

누구 말이 맞을까?
중기중앙회의 설문조사 발표와 배달의민족의 반박, 이어진 소송까지. 그 파열음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일단 중기중앙회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의 방법론을 고안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배달앱 자체를 '악(惡)'으로 규정하고 의도된 수단으로 교묘한 여론전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료의 허술함이다. 서두에 소개한 '경기전망 및 경제환경 조사'의 경우 약 2779곳의 중소기업을 모집단으로 삼은 설문조사지만 배달앱 조사는 고작 200개 업소에 불과하다. 현재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에 등록된 업소가 18만개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설문조사의 공신력은 크게 떨어진다.

자료의 방향성과 실제 내용이 매치되지 않는 부분도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 자료에는 설문조사 대상 업소 200개 중 106개 업소가 배달앱 가입 후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배달앱이 갑질적 차원이 아닌, 실제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조사다. 마지막으로 중기중앙회는 수수료 문제를 지적했으나 배달의민족은 현재 수수료를 받지 않는 상태다.

빈약한 설문조사 모집단에 앞뒤가 맞지않는 결론, 사실관계가 틀린 설문조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설문조사 자체의 문제도 있다. 중기중앙회의 설문조사 문항은 크게 '일반현황, 배달앱 이용현황, 배달앱에서 불공정 행위 경험, 배달앱 가맹점 지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 '배달앱에서 불공정 행위 경험'를 따로 떼어내 설문을 실시한 대목은 처음부터 결론을 정하고 여론몰이를 시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A가 나쁘냐? 좋으냐?'라는 질문이 아니라 'A는 나쁜데, 어떻게 나쁘냐?'라는 조항만 부각됐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설문조사로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조사는 정부 차원의 감시기능을 위해 실시한 것"이라며 "쿠팡과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가 제공하는 판매장려금도 불공정 거래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을 명확하게 밝힌것처럼 이번 조사도 일종의 공정한 감시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모집단이 부실하다는 지적에는 "추가적인 정책 수립은 정부가 할 일이며, 중기중앙회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일종의 모니터링 수준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당한 후폭풍에 비교하면 다소 안일한 태도지만 일종의 '몸 풀기' 설문조사였다는 해명이다.

합리적 의심, 의도가 있나?
중기중앙회와 배달의민족는 일반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전망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이 예상보다 강력한 대응을 천명한 지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의미없는 깎아내리기'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재 배달의민족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서 중기중앙회의 의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중기중앙회는 왜 허술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배달앱을 공격하고 나섰을까?

가장 단순한 분석은 중기중앙회의 순수한 의도다. 중기중앙회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홈페이지에 있는 소개에 따르면 중기중앙회는 '300만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1962년 설립된 경제단체로서 중소기업의 경제적 지위 향상과 국민 경제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는' 곳이다. 박성택 회장 명의로 '중소기업인의 경영의욕을 고취하고,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을 개선하는데 열과 성을 다하겠다'는 글도 보인다.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한 곳으로 이해된다.

지난 13일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은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범중소기업계를 아우르는 가칭 위기극복위원회 설립 가능성을 타진하며 비선실세 논란과 관련된 비장한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중소기업이야말로 피눈물이 난다"는 말이다. 비선실세 논란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남긴 '피눈물 난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인용한 멘트다. 그 만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으며, 절박함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관점에서 중기중앙회의 설문조사를 순수한 의도로 해석한다면, 골목상권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우리경제의 주축인 영세 사업자의 비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설문조사의 포인트가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일 수 있지만, 허술함의 가면을 쓴 진짜의도가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대기업 불공정행위,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이 제안한 주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당시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전속고발권을 감사원장과 조달청장, 중기청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의미있는 일이지만 보기에 따라 중소기업청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자는 뜻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연관된 업무에 대한 정부 부처의 의지가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중기중앙회의 행보에 이입되고, 이를 전개하기 위한 정지작업의 차원에서 배달앱 관리 및 감독에 대한 시도가 벌어졌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입법이 내부적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결국 이번 무리한 설문조사도 권한의 강화를 노린 의도라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참고로 현재 중기중앙회와 중기청은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법제화 통한 대기업 이행력 제고 및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리적 의심을 뒷받침하는 징후는 더 발견할 수 있다. 27일 중기중앙회는 소셜커머스 업체와 관련된 불공정 거래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10곳 중 8곳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불공정 거래를 경험했다는 분석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배달앱 설문조사와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의 방식도 유사하며 불공정 거래 경험을 조사의 축으로 삼은 대목도 같다. 심지어 200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모집단의 숫자와, 수수료를 핵심으로 내세운 점도 완벽하게 일치한다. 물론 지식재산권에 대한 사항이 추가되는 등 나름의 차이점은 있지만 배달앱 설문조사와 비교하면 대동소이하다. 이 역시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O2O 기업 전반의 업체들을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치밀한 정지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하게 만든다.

중기중앙회는 이러한 의혹을 일축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번 설문조사에 대해 "간담회 등의 자리에서 배달앱에 대한 현장의 건의사항을 취합했으며, 이 부분에 대한 현황을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당한 중기중앙회의 활동이라는 뜻이다. 나아가 골목상권 업계가 느끼는 배달앱 등에 대한 불공정 행위가 다른 곳과 비교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부연했다.

입법 등을 통한 중소기업청의 권한 강화 등에 대한 지점에서는 약간의 가능성을 열었다. 하지만 메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중기중앙회는 "현재 통신판매중개업자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중기중앙회는 골목상권의 애환을 파악하고 조사하는 것이 주요사업이며, 그 과정에서 이번 설문조사를 이해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중기중앙회가 소셜커머스 및 배달앱 등에 대한 규제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비슷한 자료를 계속 뿌리고 있다'는 지적에는 "같은 연구용역에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설문조사 발표에 따른 배달의민족 등의 반발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중기중앙회는 "이번 설문조사를 IT영역에 대한 중앙(권력)의 공격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며, 현황조사에 따른 일반적인 조사활동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 출처=픽사베이

기술의 발전, 상생의 가치
중기중앙회의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해당논란은 O2O 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 상황에서 배달의민족 등이 중기중앙회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범 O2O 전선을 짤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기중앙회의 행보에 대해 배달의민족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나 수수료 부분에서 다소 미온적인 행보를 보이는 요기요-배달통은 불확실해도, 소셜커머스와의 합동전선 구축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아가 중기중앙회의 연이은 설문조사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통계학적 검토 및 중기중앙회의 어두운 단면을 부각시키는 여론전 카드도 수면 아래에서 병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다. 이번 논란이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이다. 순수한 의도를 전제로 최소한의 골목상권 비전을 확보하려는 중기중앙회의 노력을 무조건 무시하면 곤란하고, 그렇다고 배달앱의 존재를 무조건적인 파괴대상으로 삼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정확한 데이터, 확실한 사실관계만 증명되면 그만이다. 배달의민족이 업무방해까지 운운하며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기술의 발전에 따른 패러다임의 변화가 골목상권 논쟁을 끌어내는 극적인 장면은, 최근 모바일 및 O2O 업계 전반에서 벌어지는 파열음의 가장 극단적 미장셴이다. 게임은 공정해야 하며, 그 위에서 대승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