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인생 명예를 건 리뷰 배틀이 시작된다. 리니지 데스매치 승자는?

 

리니지 레드나이츠 “리니지는 NC에서 만들어야지” -박정훈 기자

초반 스탯(능력치)을 결정하는 주사위 굴리기. 당시에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마법사 캐릭터를 생성하고 있었고 능력치 18/18/15가 뜬 적이 있었죠. 주변에 있던 친구들은 “야, 이거 축캐릭(낮은 확률로 좋은 능력치를 배분받은)이야!”라며 부러움의 시선으로 저를 쳐다봤습니다.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눈빛들을. 현재 20대 후반~30대 남성들에게 ‘리니지’는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가히 신화적인 존재였죠. 그 ‘전설의 레전드’ 리니지가 모바일 게임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전율이었습니다.

리니지라는 콘텐츠로 두 개의 게임이 거의 동시에 출시됐습니다. 하나는 리니지2의 IP로 게임사 넷마블이 만든 ‘리니지2:레볼루션’, 또 하나는 리니지를 만든 엔씨소프트가 만든 ‘리니지 레드나이츠’죠. 잴 것도 없이 둘 다 다운받아서 플레이를 해봤습니다. 두 게임의 장르가 달라서 어느 쪽이 확실하게 우월하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플레이 후에 생각된 개인적 견해를 말해보라 하면, 저는 레드나이츠의 손을 들고 싶네요.

▲ 출처=엔씨소프트

리니지가 우수한 콘텐츠로 인정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짜임새 있는 세계관입니다. 리니지 게임에 더 가까운 것은 레볼루션이지만 고유의 스토리를 더 잘 구현한 쪽은 레드나이츠인 것 같습니다.

레볼루션은 ‘리니지’라는 간판을 내건, 이전에도 자주 접할 수 있었던 흔한 액션RPG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임으로써 딱히 ‘이게 참 독창적이다’라거나 ‘차별화가 됐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복잡한 게임 인터페이스는 기존의 PC게임을 모바일에 다소 ‘무리하게’ 우겨 넣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큰 1기가바이트라는 용량 때문인지, 특정 구간에서 버벅거림 현상이 매우 심했습니다. 아이폰 6S로 플레이를 해서 그런가 하고 후기들을 찾아보니 갤럭시 S7이나 G5 같은 최신폰에서도 버벅거림이 심하다고 하더군요. 채팅창을 열면 화면의 반을 가려버려 스킬 창을 터치할 수 없는 것은 좀 난감하더라고요.

레드나이츠는 액션 RPG가 아닌 RPG입니다. 주인공과 소환수로 이뤄진 팀을 구성해 스토리를 따라가며 적을 무찌르고,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죠. ‘리니지1’을 플레이해본 유저라면 너무나 익숙한 ‘아인하자드’, ‘켄 라우헬’ 등의 용어가 마구 등장해 몰입도를 높입니다. 스토리 라인도 리니지의 세계관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흥미진진합니다. 주인공 목소리도 우리의 귀에 아주 익숙한 ‘그’의 목소리입니다. 명탐정 코난과 루피가 떠오르죠… 네… 1기가 게임답게 스킬들도 매우 화려합니다. (‘소~드 크래시!’) 무엇보다 레볼루션 같은 버벅거림이 없습니다, 아이폰 6S로도요.

누군가에게 두 게임 중 하나를 추천해야 한다고 하면 저는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추천할 겁니다. 

리니지2 레볼루션 “모바일 MMORPG의 정점” -조재성 기자

넷마블게임즈는 3000명이 넘는 직원 모두에게 100%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습니다. 신작 ‘리니지2 레볼루션’이 미친 듯이 잘 되고 있는 덕분이죠. 얼마나 흥행하고 있냐고요? 역대급입니다. 한국 모바일 게임 역사를 새로 쓰고 있어요. 출시한 지 8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1위를 차지하는 괴력을 보여줬습니다. 첫날 매출은 7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이전 흥행 게임들 기록을 곱절 이상으로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여전히 구글과 애플 앱마켓 매출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적수가 없을 것 같네요.

“아, 부러워 죽겠어요.” 다른 게임사에 다니는 업계 관계자가 그랬습니다. 넷마블 인센티브를 두고 하는 말이었죠. 사실 올해 게임업계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이런 와중에 ‘초대박’이 터지자 업계 사람들 시선은 모두 레볼루션으로 향했죠. 대부분이 레볼루션이 대단한 게임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정점이 레볼루션이라고 했습니다. 언리얼엔진4로 구현한 흠잡을 데 없는 그래픽과 PC 온라인 게임 수준의 넓디넓은 오픈필드 동시 플레이까지. 오는 6일에는 120개 서버에서 동시간 최대 9만60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요새전이 치러진다고 하네요. 벌써 기대가 됩니다.

▲ 출처=넷마블게임즈

리니지가 국민 장수 게임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유저들이 그 안에서 하나의 유사 사회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진짜 세상처럼 사람과 사람이 얽히면서 하나의 거대한 세계가 만들어졌죠. 누군가에겐 진짜 사회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현질’도 이뤄졌습니다. 레볼루션 역시 하나의 가상 사회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신작이 하도 많은 탓에 많은 모바일 게임엔 사회를 함께 꾸려나갈 구성원들조차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레볼루션은 다릅니다. 수많은 유저를 만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현실적 무게를 지닌 세계로 다가옵니다. 실제 돈도 돌고 있습니다. 한 유저는 이 게임에 벌써 2억원을 썼다고 하네요.

레드나이츠요? 제 생각엔 레볼루션이 더 충실하게 리니지의 핵심을 담아낸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유저들에게 거대한 판을 깔아주고 그 안에서 사회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열린 방식이죠. 레드나이츠는 리니지의 세계관을 재해석하는 데 치중했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하는 데 있어 재해석은 중요합니다. 다만 엔씨소프트가 생각하는 리니지의 느낌이 짙게 다가오는 느낌이네요. 일단 리니지 사회 시민들은 레볼루션 쪽에 더 몰려들고 있습니다.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이쪽이 좀 더 높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