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보험연구원

2016년의 보험업계는 ‘다사다난’했다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알리안츠생명 등 생명보험사 매물이 쏟아져 나와 인수합병이 진행되면서 업계 판도가 뒤바뀌는가 하면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로 금융당국과 보험사간 팽팽한 신경전도 나타났다. 당국이 추진한 ‘보험 경쟁력 강화 로드맵’으로 신상품 개발 활성화가 나타난 가운데, 보험료가 인상되는 효과도 동반했다.

2017년에는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확정에 따라 자본확충의 필요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저축성보험 비과세 축소로 인해 상대적으로 변액보험 판매가 확대될 전망이다. 인터넷 보험판매사이트 ‘보험다모아’의 활약에 힘입어 온라인시장에서의 보험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산업 성장률 1% 감소 전망

최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산업 성장률은 2016년 3.2%를 기록했으며 내년에는 이보다 낮은 2.2%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산업 성장 둔화는 저금리 기조 지속이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 보험산업 성장을 이끌었던 저축성보험 등이 저금리 장기화로 오히려 보험사의 경영에 부담을 주게 되면서부터다.

특히 최근 세법개정안에서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혜택이 축소되면서 상품 자체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17년 2월부터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한도를 일시납은 1인당 총보험료 2억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축소됐다. 또 기존에 비과세 한도가 아예 없었던 월납입식은 150만원 이하 까지만 세금을 걷지 않기로 했다. 보장성보험 가운데 연금으로 전환이 가능한 보험 역시 저축성보험 비과세 한도가 적용된다.

저축성보험의 경우 은행 예‧적금 상품과 달리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떼고 적립하게 된다. 사업비를 공제해도 이자소득에 있어 비과세가 주어져 은행상품과 경쟁이 가능했지만,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라리 적금을 가입 하는 것이 이자수익이 높아진다.

따라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다면 2017년에는 저축성보험 판매가 자연스레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높다면 사업비를 제하고 이자소득세를 내도 수익이 나기 때문에 저축성보험을 판매해도 무리가 없다”며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저축성보험은 팔면 팔수록 보험사에게도 손해, 소비자들에게도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 상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명보험사들은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로 투자를 진행하는 변액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변액보험 판매 실적은 증가하는 추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약 1조2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이상 증가했다.

생보사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채권이나 주식 등에 투자를 진행하기 때문에 일반 저축성보험에 비해 역마진 우려가 낮다”며 “IFRS17 도입 문제와 맞물려 보험사 체질개선을 추진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출처=생명‧손해보험협회

보험 경쟁력 강화 로드맵…신상품 출시 확산

특히 금융당국이 추진한 ‘보험 경쟁력 강화 로드맵’으로 신상품 출시가 확산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10월 보험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편익을 강화하기 위해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의 주요 골자는 보험 상품에 대한 사전적 규제 철폐해 경쟁을 촉진하고 새롭고 다양한 상품·가격 출현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를 통해 보험업계에서는 다양한 신상품이 개발됐다. 한방진료를 보장하는 한방보험과 더불어 전기자동차가 가입할 수 있는 전기차 보험, 운전습관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 해주는 UBI보험 등이 출시됐다.

실제 보험상품 독점 판매권인 ‘배타적사용권’ 취득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에는 생명보험 3건, 손해보험 5건이었으나, 2016년 12월 기준 생명보험은 8건, 손해보험은 7건을 기록했다.

온라인 판매 활성화를 통해 인터넷보험 저변이 확대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보험 가격을 한눈에 비교해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는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가 출범한 이후 급성장했다는 평가다.

올해 8월까지 국내 손보사의 사이버마케팅(CM) 채널 원수보험료는 1조397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0.1% 급증했다. 생보업계의 CM 초회보험료 역시 손보에 비해서는 미미하지만 증가세를 보이는 추세를 나타냈다.

이같은 ‘로드맵 효과’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보험연구원 김석영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보험산업이 금융개혁으로 인한 제도 변화를 따라가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소 몇 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되므로, 시간을 가지고 시장의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출처=NH투자증권

IFRS17 대비 위해 자본확충 필요성 강조

장기적으로는 IFRS17에 대한 대응으로 자본확충의 필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IFRS17은 부채평가방식 부문에서 현재의 시장가격(시가)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기존에는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과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의 비율이 계약 시점과 종료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가평가가 도입되면 현재 시장금리를 반영하게 된다. 저금리가 지속되면 보험료를 통한 보험사 이익이 줄고, 과거 팔았던 고금리 상품으로 인해 보험사가 지불해야 할 부채 규모가 커지게 된다. 금융당국은 국내 보험시장 전체의 부채가 약 96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들의 부채가 확대되면 지급여력비율(RBC)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RBC는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높을수록 소비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이 많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내년 초 RBC비율은 올해 9월말에 비해 4~17%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금리 인상 기조가 정착된다면 장기적으로는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5년 금리는 9월 말 대비 56bp 상승했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자본, 이익 민감도를 적용해보면 RBC 변동(하락)은 4%~17%로 판단된다”며 “연말 신용 리스크에 대한 신뢰수준 상향 등의 제도 강화를 감안하면 RBC에 대한 부담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증자, 이익 유보를 통해 RBC를 개선할 수 있는데, 16년말에는 자본 확충보다는 자산의 매각(수익증권 등)을 통해 이익을 늘리면서 RBC를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며 “2017년 장기금리 상승이 4분기 대비 완만하게 진행된다면 RBC(또는 배당)에 대한 부담은 한결 가벼워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