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카드 홈페이지 캡처 화면

사회초년생 김모씨는 최근 신용카드 발급을 위해 하나카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첫 신용카드인 만큼 주변에 조언을 구했다. 다양한 상품을 추천 받았다. 그 중 하나카드 상품이 눈에 들어왔다. 혜택 내용이 본인 소비패턴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사이트에 들어간 순간 기대감은 당혹감으로 바뀌었다. 사용 중인 웹 브라우저로는 하나카드 홈페이지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게시됐다. 김씨가 사용했던 웹 브라우저는 크롬브라우저였다.

크롬 유저, 온라인 카드발급 불가

그는 "웹 환경 유연성이 금융권을 중심으로 강조되고 있다고 들었다"며 "그 와중에 크롬으로 카드발급이 안 될 거라 예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간 사용해온 까닭에 업무 방식과 작업 환경이 크롬에 맞춰져 있다. 웹 브라우저 특성상 다른 프로그램으로 갈아타기는 쉽지 않다"며 "경쟁(카드)사 사이트는 크롬 활용에 문제가 없어 타사 카드상품을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29일 현재 하나카드, 씨티카드 등 일부 카드사 사이트는 크롬으로 서비스를 온전히 이용할 수 없다. <이코노믹리뷰>는 크롬을 활용해 하나카드 사이트에 접속해봤다. 김씨의 말마따나 '하나카드 오픈웹 이용안내'라는 팝업 창이 나타났다. '하나카드 홈페이지는 고객님의 현재 브라우저에서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하나카드 오픈웹을 대안으로 제시 받았다. 오픈웹에서는 이용·포인트한도 조회, 이벤트 확인 등 한정된 메뉴만 활성화돼 있었다. 카드상품 조회·발급 등은 불가능했다.  

▲ 씨티카드 홈페이지 캡처 화면

씨티카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구글사에서는 15.9월 중 업데이트 예정인 크롬브라우저(버전 45)에서 NPAPI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당행에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신규 크롬브라우저에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팝업 창으로 안내하고 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사파리, 오페라, 파이어폭스 등 다른 웹 브라우저을 권고했다.

반면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등 경쟁사 사이트는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내년 상반기 웹 환경 개편 예정"

일부 카드사 사이트에서 크롬 브라우저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는 작년 9월 크롬 개발사인 구글이 NPAPI(Netscape Plugin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NPAPI는 웹 브라우저가 웹페이지에서 보안강화나 동영상 재생 등 특정 기능을 실행하도록 돕는 확장프로그램(플러그인)이다. 쉽게 말해 마이크로소프트(MS)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액티브 엑스(X)와 유사하다. 해당 프로그램은 웹 환경이 고도화 될수록 보안문제나 오류에 취약해졌다.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셈이다. 구글이 서비스 중단을 결정한 배경이다.

▲ 웹브라우저 국내 점유율(출처=스탯카운터)

구글 사용자는 증가하고 있다. 금융소비자 사이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업 스탯카운터(StatCounter) 조사 결과 11월 현재 국내 웹 브라우저 점유율은 크롬이 53.75%로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 12월 27.41%, 2015년 12월 32.37% 등으로 상승세를 그려왔다. 익스플로러 장기 독주 체재는 올해 4월 기점으로 점복됐다. 11월 현재 익스플로러 점유율은 35.77%다.

양사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웹 환경을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크롬 같은 브라우저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아직 안돼 있다"며 "다양한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고객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개편 작업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씨티카드 관계자 역시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웹 환경) 전면 재 구축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