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데 대해 외압 의혹이 확대되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으며 불신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소득의 재분배라는 사회적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소득상한액’이다. 일각에서는 소득상한액을 두고 고연봉자, 재벌들의 편의 봐주기라고 질타한다. 하지만 소득대체율 상수가 1을 넘는 상황에서 소득상한액을 무조건 인상할 경우, 재분배 기능과는 다른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소득상한 인상은 소득대체율 상수가 1에 가까워지는 것을 고려해 결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어떻게 계산되는 것일까. 국민연금의 계산법은 1.395×(A+B)×(1+0.05n/12)로 A는 은퇴직전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3년 평균소득액, B는 가입자 본인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평균소득액, n은 20년을 초과 가입한 년도로, 예를 들어 30년을 가입했다면 n은 10이 된다.

수식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B와 n은 개인의 노력에 달린 반면, A는 전체 국민의 노력에 달렸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소득의 재분배 효과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사회적 기능은 그 출범의 취지와도 맞물린다. 국민연금은 1986년 국민연금법을 공포, 시행하면서 출발했는데 당시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던 20~50대가 국민연금 납부자의 중심에 있었다. 이들은 1960년 이전 세대이며 현재 국민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주체들은 1950년 이전세대다.

이들은 농업사회에서 태어나 산업사회로의 구조적 변화를 경험한 세대로 노후준비에 취약했다. 또 “부모를 반드시 모셔야 한다”는 인식이 세대가 지나면서 점차 약해진 것도 문제였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출발점은 이들 세대의 구조적변화에 따른 노후 공백을 막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내가 낸 돈에 이자를 붙여 노후에 받는 것”인데 실제로 국민연금은 “내가 낸 돈의 절반과 후세대가 낸 돈의 절반을 받는 것”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후세에 부담을 주는 제도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민연금 출범은 구조적 변화에 따른 공백을 막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또 국민연금은 후세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금운용을 통해 조금이라도 수익을 올리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수식의 맨 앞에 있는 1.395는 소득대체율 상수로 국민연금 출범 당시에는 2.4에 달하기도 했다. 그만큼 구조적 변화의 공백을 막는 것이 상당히 중요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방증한다.

일각에서는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해 이 상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연금의 최종 목적인 적립 후 부과방식이 아닌 완전부과방식, 즉 적립이 없는 국민연금에 있기에 상수는 낮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무조건’ 소득상한 인상은 독(毒)

수식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연금은 사회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A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A를 계산할 때, 421만원의 ‘소득상한액’이 존재한다. 쉽게 말해 월 1억원 혹은 더 나아가 10억원을 버는 고액 연봉자도 월 421만원의 소득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국민연금으로 내는 금액도 제한된다.

▲ 국민연금 계산법 사례 (A는 임의 금액, 소득상한 421만원, n=0 기준)[단위:만 원, %]
▲ 국민연금 계산법 사례 (A는 임의 금액, 소득상한 500만원, n=0 기준)[단위:만 원, %]

국민연금의 사회적 분배 기능으로 보면 A를 제한하는 것은 그만큼 국민연금의 사회적 기능을 저해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반면, 소득상한액을 둔 이유는 고소득 반영시 연금의 부익부 빈익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수식만 본다면 소득상한을 인상할 경우 A가 높아져 연금의 양극화보다는 전체 연금급여액이 인상되는 효과를 보고 그만큼 저소득층이 수혜를 보는 반면,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덜 수혜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소득상한을 인상하면 고소득자가 보험료를 많이 내므로 소득계층 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이 개선됨과 동시에 연금급여액이 올라간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소득상한 인상 시 문제점은 국민연금의 기금재정이 빠르게 악화된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은 B계산시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수치를 쓴다. 또 소득대체율 상수가 1보다 크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이다. 이렇듯 소득상한을 인상해 A값이 상승하면 전체 연금액은 높아져 부의 재분배 기능은 더욱 확대되겠지만 정확히 말해 물가상승률은 제외하더라도 소득대체율 상수가 연금의 양극화를 부추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강조하며 소득상한을 인상하는 것은 긍정적 요인보다 부정적 요인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측의 일방적인 주장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양측 의견의 충돌은 다름 아닌 현재 소득대체율 상수가 1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소득상한 인상은 전체 연금지급액을 늘려 저연금 납부층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며 이는 국민연금의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소득대체율 상수가 1이 아닌 이상 고소득자 또한 수혜를 보게 된다. 또, 전체 연금지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기금재정이 불안해진다.

추가적으로 국민연금은 소득의 4.5%를 기업에서 지불하기 때문에 소득상한이 올라갈 경우, 기업의 부담이 확대된다는 점도 문제다.

따라서 소득상한 인상을 논하기 위해서는 단순 ‘재분배’를 중심으로 논할 수 없다. 소득대체율 상수가 1에 얼마나 가까워지는 가를 중심으로 여타 지표와 함께 고려해 종합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즉, 소득대체율 상수가 1에 가까워질수록 소득상한을 인상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의 최종목적 중 하나가 부의 재분배에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