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오늘 하루에만 두 분이 계약하고 가셨어요.”

다사다난했던 병신년(丙申年)의 끝자락. 프랑스의 자동차 브랜드 푸조는 유난히 시끌벅적한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3008 출시를 앞두고 한껏 분위기를 타고 있는 것. 올 한 해 신차가 없어 비교적 암울한 시기를 보냈던 터라 내부적으로 기대감이 상당한 상황이다.

27일 오후 서울 시내에 있는 푸조·시트로엥 전시장을 직접 찾았다. 유난히 찬바람이 거세게 불던 날. 고객이 없어 한산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겨갔다.

“지난해 차를 너무 많이 팔았죠”

전시장 초입부터 많은 차량들이 세워져 있었다. 고객에게 인도되기 전 틴팅 등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눈에 띄는 자동차는 대부분 2008과 3008.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성시대’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3008의 경우 구형 모델의 재고가 완전 소진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상태였다.

“어서오세요.” 팀장급으로 보이는 영업사원이 다가와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신형 3008과 2008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자 자연스럽게 차량 쪽으로 발걸음을 유도했다.

▲ 시트로엥 C4 칵투스 내부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그는 간략하면서도 핵심을 명확히 짚어내며 조곤조곤 설명을 이어갔다. 사진을 찍거나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 때는 말을 아꼈다. 고객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배려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직원의 친절함에 서서히 마음이 열렸다. 파워트레인 등 단순한 정보 뿐 아니라 브랜드·모델의 역사, 유럽 자동차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충분한 듯 했다.

“푸조 2008과 시트로엥 칵투스에 관심 가지시는 고객이 많습니다. 요즘 푸조가 많이 힘들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올해 차가 안 팔리는 게 아니라 지난해 차를 너무 많이 팔았던 거에요.” 올해 유난히 찬바람이 불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한 영업사원의 답변이었다.

푸조 브랜드는 2015~2016년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2015년 판매량은 7000대. 전년(3118대) 대비 124.5% 급성장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반면 올해 1~11월에는 3408대의 차량을 출고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6678대) 대비 49% 하락한 수치다. 2016년 한 해 힘든 시기를 보냈던 셈이다. 

▲ 자료사진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그 중심에 있는 차는 2008이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 소형 SUV 열풍을 일으키며 선전했다. 2015년 한 해 4048대가 팔리며 브랜드 전체 판매의 58%를 책임졌다. 2016년 들어 신차 효과가 시들해지고 경쟁 차종이 많아지며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올해 1~11월 1792대가 팔리는 데 그쳐 실적이 반토막났다. 2008의 분위기에 따라 푸조 브랜드 전체 성적표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한불모터스는 2008과 칵투스에 꽤나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었다. 내비게이션 제공, 가격 할인 등 종류도 다양했다. 기자 역시 기본 가격보다 11% 가량 저렴한 조건으로 2008의 견적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

다만 존재감은 여전했다. 차를 둘러보는 동안 다른 고객들도 현장을 찾고, 문의 전화도 가끔 걸려왔다. “아직 2008을 구매 리스트에 넣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2017년의 복병은 따로 있었다. 영업사원 역시 2008보다 3008에 더 큰 기대를 안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3008에 대해 본격적으로 묻기 시작하자 영업사원의 말이 점점 빨라졌다. 이미 오전에만 두 명의 고객이 차량을 계약하고 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푸조는 지난 22일부터 전국 전시장에서 신형 3008의 사전 계약을 받고 있다.

▲ 푸조 신형 3008 / 출처 = 한불모터스

이 차는 지난 10월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된 이후 약 2개월여만에 유럽 시장에서 4만3000대 이상 계약(12월9일 기준)된 대박 모델이다. 프랑스 현지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국내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격이 3990만원 정도 수준으로 책정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내년 또 한 번 희망이 보이고 있어요.”

푸조 전시장 내부는 2017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부진했던 2016년의 기억을 털어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형신차' 3008의 행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