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한다고 27일 밝혔다. 최근 이 사실을 전경련에 전달했으며, 내년부터 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며 관련 활동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초 전경련 해체의 시발점으로 여겨지던 삼성그룹이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가운데 나온 결단이라 시선이 집중된다.

전경련은 비선실세 논란에 휘말리며 대표적인 정경유착의 창구로 인지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폐지 담론이 거세게 일어났던 것이 사실이다. 기업의 효과적인 경제활동을 위한 필수적인 협의체로 운영되었으나 구악의 대상으로 규정되는 분위기였다.

그런 이유로 전경련 폐지 담론은 지난 6일 기업 총수 청문회에서 선명하게 부각된 바 있다. 당시 전경련을 해체해 구시대의 매듭을 끊어야 한다던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발언이 있었고 그룹 총수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바 있다.

▲ 출처=캡처

흥미로운 점은 LG그룹의 행보다. 6일 청문회에서 구본무 회장은 전경련 해체 주장에 대해 “전경련은 기업인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전경련으로 대표되는 정경유착의 악몽은 끊어야 하지만 이를 쇄신의 기회로 삼아 일종의 싱크탱크로 존속해야 한다는 뉘앙스가 강했다. 지난 15일 열렸던 전경련 쇄신인 마련을 위한 회원사 사장단 회의에 10대 그룹 중 LG그룹만 유일하게 참석한 것도 이러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LG그룹은 결단을 내렸다. 26일 전격적인 탈퇴를 선언하며 일종의 선긋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엇갈리는 삼성과 LG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사실 6일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전경련 해체의 시작을 삼성에서 찾으려 했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전략실 해체와 더불어 사실상 전경련 탈퇴를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LG그룹이 26일 전격적인 전경련 탈퇴를 선언했음에도 삼성그룹은 다소 미온적인 반응이다. 삼성그룹은 전경련 탈퇴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이 당시 청문회에서 밝힌 그대로"라는 입장을 보이는 한편,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전경련이 자체 쇄신안을 마련해 각 그룹에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LG그룹이 26일 전격적인 탈퇴 의사를 밝힌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15일 전경련의 쇄신안 마련을 위한 회의에 참석했던 것이 '마지막 결단'을 내리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LG그룹의 이러한 전격전은 최순실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분위기를 반증한다는 말도 나온다. 지배구조개선 및 사업장 이슈 등 나름의 '민원'이 있었던 다른 그룹과 달리 LG그룹은 비선실세 무풍지대로 여겨질 정도로 연결고리가 없었으며, 이런 상황에서 진흙탕에 스스로를 가둘 필요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경련의 싱크탱크 변신 등 나름의 쇄신안이 성공적으로 마련될 경우, 6일 청문회에서 구본무 회장이 제시한 제안과 맞아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LG그룹이 일정정도 나름의 가능성을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LG그룹은 "전경련의 싱크탱크 변화를 가정한 사안에는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