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서울광장에 저렴한 가격에 차례 음식과 제수용품을 마련할 수 있는 직거래 장터가 열렸다(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지난 여름 계속 된 호우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자, 전통 재래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대형마트보다 최대 28% 정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재래시장의 추석 물가를 알아보고 제수용품에 따른 적절한 구매 시기를 알아보자.

“조기 1만 4000원에 주면 안 돼요?”
“1만 4000원에요? 1만 8000원짜리 1만 5000원에 드리는데 안 돼요.”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까치산시장. 조기 3마리에 1만 5000원 하는 가격을 두고 주부들이 천원이라도 더 싸게 사고자 흥정하고 있다. 추석맞이 행사로 반짝 할인을 하고 있는 중에도 또 가격 흥정이 일어난다. 최근 농산물 등의 가격이 치솟자 추석맞이를 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재래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25일 농수산물 유통공사가 재래시장 15개(5대 도시)와 대형 유통업체 25개(13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추석 제수용품 26개 품목 가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래시장을 이용한 추석 제사상 차림은 18만 8380원으로 대형 유통업체(25만 9876원)보다 약 28%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오른 만큼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모두 추석 제수용품 가격은 지난 해보다 뛰었는데 재래시장은 평균 약 5000원, 대형마트는 약 1만 1000원 상승했다. 긴 장마와 잦은 폭우로 과일과 채소 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나물류 중 고사리 400g이 재래시장 2912원, 대형 유통업체 9187원으로 가격차가 가장 컸다. 반대로 배추와 무 가격은 대형 유통업체가 재래시장보다 좀 더 쌌다.

과일값 비싸고 나물류, 쇠고기 안정적

추석을 열흘 앞두고 재래시장 물가를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거주하고 있는 강서구 지역에서 가장 상권이 활발한 화곡본동시장과 까치산시장을 찾아보았다. 제수용으로 적당한 사과가 4~5개 5000원, 배 1개 2000원이었으며 최근 인기 있는 복숭아는 4개 5000원, 천도복숭아는 6~7개 5000원이었다.

근처 대형마트에서 제사용 배가 1개 3000원대, 복숭아 1개 2000~2500원대임을 감안해 볼 때 대형마트보다는 저렴한 가격이다.

대추 한 되는 7000원, 햇무 1개 2000~4000원, 고사리(400g) 4000원, 도라지(400g) 5000원, 숙주나물(400g) 2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조기는 3마리에 1만 8000원~2원선이며 북어포는 3800~6800원대였다.

쇠고기는 원산지에 따라 가격 차이가 심하지만 차례상에 올리는 등심은 한우 600g 기준 3만 5000원대였으며 호주산이 8400원, 미국산이 9500원 정도였다. 돼지고기는 목살 600g 기준 국내산 1만 2000원, 캐나다산 6000원 수준. 추석에 빼 놓을 수 없는 송편은 1kg에 8000∼1만원대다.

시장에서 만난 변정숙(43·화곡동)씨는 “올해 추석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실제 시장에 나와 보니 과일과 채소 가격은 많이 올랐지만 차례 상차림에 많이 쓰이는 한우와 호주산이나 캐나다산이 저렴하게 나와 실제 총 재료비는 많이 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 1개에 2000~3000원 하는 가격대가 부담스러워 종류를 줄이고 과일 선물도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과일은 추석 2~3일 전에 구매하면 비용 절감

시장 물가를 알아보며 만난 주부들은 무조건 재래시장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주부 박윤순(54·화곡동)씨는 “재래시장에서는 제수용품이나 소고기, 동태, 사과, 도라지, 조기 등이 저렴해 이용하지만 소금이나 식용유, 설탕은 대형마트가 저렴해 마트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구매 시기도 다르게 잡고 있었는데 “과일 등은 최대한 추석이 임박한 2~3일 전에 구매하는 것이 저렴하고 채소는 신선도 등을 고려해 추석 3~5일 전에 구매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올해 농산물 작황 등을 분석한 추석용품 구매 적기 정보를 보면 사과와 배는 추석이 예년보다 이른 만큼 출하 물량이 늘어나는 시점을 감안해 2∼3일 전에 구매하는 것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와 배추는 각각 2~3일과 3~5일 전에 구매하는 것이 저렴하며 수산물은 가격 변화가 별로 없어 구입 시점이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소고기는 출하 대기 물량이 충분해 추석 3~5일 전에 준비하는 것이 유리할 전망이다.

수도권 직거래 장터 알뜰주부들에 인기

주부들의 제수 마련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직거래장터가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중간 유통 단계가 줄어들기 때문에 직거래장터에서는 시중 가격보다 10~30% 저렴하게 제수를 살 수 있다.

서울 강북구는 오는 9월 7일부터 9월 8일 이틀 구청 광장에서 ‘2011년 추석맞이 우리 농·축산물 및 전통식품 직거래장터’를 운영한다. 경기 양평, 강원 고성, 충남 당진, 전북 익산, 전남 보성, 경북 김천 등 6개 자치단체가 참여해 지역에서 직접 생산, 가공한 농축산물 및 전통식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강서구 역시 9월 5일부터 이틀 동안 구청 앞마당에서 ‘추석맞이 농특산물 직거래장터’를 운영한다. 전북 임실군, 경북 상주시 등 6개 시군에서 직송한 농·특산물(설 제수용품)을 시중보다 10~40% 저렴한 생산자 출하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개장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이다.

경기도 과천시의 경마공원 직거래장터 ‘바로마켓’ 역시 브랜드 소고기, 돼지고기 등이 시중 대비 30% 저렴하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전 11시부터 일몰시까지 운영되는 ‘바로마켓’에서도 농수축산물을 시중보다 약 10∼40%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광진구 중곡 제일골목시장과 송파구 석촌시장 등 10곳에서는 영광굴비, 금산인삼, 찰보리, 포도 등을 산지 직거래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최원영 기자 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