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끌려 나온 증인들은 대부분 모르쇠와 거짓 증언으로 일관했다. 이런 중계방송을 보면서 지난 시대의 마지막 그림자를 보는 듯했다. 21세기는 모든 진실이 기록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가 없다. 거짓으로 감싸려 해도 곧 드러날 수밖에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청문회 중계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은 증인들과 함께 위증교사 혐의를 받던 청문위원의 사적인 관계를 밝힐 만한 증거자료들을 실시간으로 청문회장에 제보했다. 그 덕분에 전혀 뜻밖에도 ‘고령향우회’가 청문회 위증의 연결고리임이 밝혀지고 말았다. 한 줌도 안 되는 지인들이 청문회 증인, 범법자 변호인, 증인을 심문하는 집권당 간사위원, 게다가 국무총리 지명자까지 서로 얽혀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청문회 중계방송은 민의를 반영한 공개정치의 중요성을 일깨워줬고, 이젠 사회지도층이 거짓과 위선으로 세상을 호도하기 쉽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잘 깨닫게 해준다.

미국 정보기관이 수집해 놓은 세계 각국 정보를 언론기관에 누출한 전직 미국 CIA 컴퓨터 전문가였던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 사건은 미국 첩보망이 전 세계의 국가정보를 철저히 수집해 왔다는 실체를 확인시켜주었다.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해온 대한민국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첩보 대상이다. 미국의 정보기관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주변 인물들의 동태를 파악했을 것이며 그녀와 한국 정부를 다루는 방법을 충분히 분석한 상태로 외교적 실리를 취해 왔을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눠보면 상대의 실력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달변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런 걸 모를 리가 없다. 그는 한미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 때마다 우물거리던 박 대통령의 미숙한 답변 태도를 즐겼을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자존심이 상했던 외교적 순간들이 자꾸만 뇌리에 스친다. 언론 통제로 자세히 비쳐지지 않았을 뿐이지 변기나 화장대 사건 등 내밀히 살펴보면 국격이 훼손될 만한 오점 투성이었을 것이다.

 

국격이 망가져도 아무도 파헤치지 않았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북한, 일본 등은 이미 막강한 정보망을 가동해 대한민국 최고 통치력을 완벽히 분석해 두었다고 본다. 한국 정부와 정상회담을 해본 국가들도 모두 박 대통령의 지적 수준을 감지했을 것이다. 상대에게 모든 패를 읽히는데 외교가 잘될 리가 없다. 전 세계 외교가에 이미 소문이 나 있을 것이지만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다. 정보력이 강한 기업도 이를 몰랐을 리 없다. 실세를 꼭 집어 수백억씩 로비를 하지 않았던가? 국민들만 몰랐을 뿐 대통령 비서진은 물론이고 장관들 그리고 정부 공무원들은 모두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통치행위들을 이상하다고 감지했을 것이다. 직속 비서진이나 각료진과 독대하지 않는 통치자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해온 지도자라고 존경한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는 일부 인사들을 보면서 머리에 쥐가 났다. 이들은 교활하게도 통치력의 빈 공간을 제 마음대로 휘저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몇 명의 거머리 같은 자들에 의해 피 빨려 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를 감시해야 할 언론의 직무태만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언론기관은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지 않고 정부가 편집해주는 대통령 관련 기사를 그대로 전파하고 정권에 굴종했다.

급속한 기술발달 덕분에 우리는 엄청나게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가정과 직장에서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건강, 교통, 통신, 일거리를 처리하는 방법들이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쉽고, 효과적이며 생산적으로 변해왔다. 특히 거의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접속되므로 국내외가 한 울타리 속 같이 느껴진다. 대한민국 대통령 소식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뭘 하는지 상세하게 전해 들으면서 부러워하며 살고 있다. 각종 문헌정보는 거의 실시간으로 상세하게 전달받고 있다. 예전에는 최소한 1년쯤 지나야 확인할 수 있을 만한 새로운 연구 성과를 인터넷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태양을 감싸 도는 혜성-67P 위에 착륙선 필레(Philae)를 보내 혜성의 현지 상황을 중계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아미노산을 조립하여 전혀 새로운 단백질을 탄생시키는 경이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세상 사람들끼리 나누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들은 예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콘텐츠를 생성시키고 인류문명에 새로운 맥락을 삽입시키고 있다.

빅 데이터 기술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맥락기술이다. 데이터가 내용을 구성하고 쌓인 내용을 기반으로 줄거리 즉 맥락을 밝혀내는 기술이다. 빅 데이터가 우리를 감시하는 건가? 그렇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일부 희생하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맥락들이 만들어진다면 다수에게 혜택들이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개인정보가 수집되고 있는지 대중이 충분히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그 정보로 어떤 맥락을 만들어 내는지 고민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가 데이터를 투명하게 활용한다면 고객과 시민이 안심하고 정보를 공개할 것이다. 노출을 꺼리는 이유는 개인정보를 비열한 목적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개인정보는 개인의 권익 증진, 사회 안녕 및 질서유지, 그리고 범죄 예방 등 사회정의 실현의 목적에만 활용되어야 한다.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술발전의 혜택들이 상당 부분 개인정보의 희생 위에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채택하는 새로운 기술들은 모두 정확한 용도나 의미를 되새겨서 가치를 다시 매겨야 할지 모른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제공하는 개인 정보 데이터로 기업들이 무슨 일을 도모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사실 개인정보의 상실은 최근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가정에 전화선이 들어오면서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전화 내용을 감청할 수 있었다. 무선전화가 상식이 된 현재도 모든 통화내용이 감청될 수 있고 저장될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는 신분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도입되었지만 이젠 역으로 우리의 모든 활동이 태그되는 꼬리표 역할을 한다. 자신도 모르게 신용카드 번호가 공급업자들 간에 공유되고 있으며 온라인에 저장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약관에 동의하는 순간, 난해한 법률 용어 속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지도 못한 채 우리의 사생활을 헌납하게 된다. 페이스북은 우리가 누구와 예전부터 아는 사이인지 정확하게 짚어낸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모든 동선(動線)과 일상을 매순간 감지하고 저장하고 있다. 우리가 누구와 자주 만나는지,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 또 함께 자는지도 다 알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생활은 인터넷 데이터 속에 파묻히고 있다. 우리의 모든 일상은 이 세상에 새로운 맥락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첨단기술들을 활용하면 편리한 세상을 경험할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가 미처 생각하는 못하는 데이터 흔적을 남긴다. 인터넷 정보검색, SNS 활동, 스마트폰 활용 등으로 인해 생성되는 사생활 데이터는 끊임없이 수집되고 분석될 수 있다. 기업들은 정보기관들처럼 모든 개인들의 사생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개인의 사생활 정보는 맞춤서비스로 탈바꿈하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사생활 데이터의 노출이 많을수록 맞춤형 서비스의 질이 풍부해진다. 정부도 국가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개인의 활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는 한 공공의 목적을 위해서 개인정보를 부득이 활용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개인정보가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다고 여긴다. 분명한 점은 보안과 사생활은 상호 갈등요소이며 서로가 타협되기 힘든 관계이다.

 

데이터 노출이 많을수록 더 편리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어떤 데이터를 축적하는지 잘 모른다. 사생활은 주관적이다. 매우 복잡하고 유동적이며 세밀하다. 개인이 외부에 노출하고픈 정도가 모두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위력을 잘 알지 못하거나 간과하여 자신이 노출하고 싶지 않는 정보까지 모두 저장하고 있다. 최순실은 국내외를 다닌 기록이 고스란히 태블릿 속에 저장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모양이다.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기업이나 정부는 각자에게 어떤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소상하게 알려줘야 한다. 또한 위험한 정보는 사전에 본인에게 노출되는 위험성을 경고해줘야 한다. 예를 들면 주소가 보이는 집 앞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 경우 삭제를 권고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언제든지 노출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정보수집 조건을 변경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모범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나의 활동(My Activity)’에 모든 인터넷 활동을 저장해 두고 있으며 사용자가 선택적으로 항목을 지정해서 데이터 수집을 차단하거나 수집된 정보를 모두 삭제할 수 있다. 페이스북도 활동기록(Activity Log)’에 모든 활동이 저장되어 있으며 개인의 의사에 의해서 삭제할 수 있다.

앞으로 개인이나 기업은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커다란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감시하면서 어떤 일이 앞으로 벌어질지 미리 알아채고 경고를 해줄 수 있다. 디지털 비서는 데이터의 깊숙한 맥락을 이해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줄 것이다. 인공지능 비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기술혜택을 제공해줄 것이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 수집 장치가 쉬지 않고 작동해야 한다. 데이터는 삶의 일부가 된다. 데이터 분석의 혜택은 사생활 노출과 미묘한 대립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진실을 추구하는 활동이라면 모든 디지털 활동이 편리하겠지만 범죄활동에는 디지털 시스템이 독이 될 것이다. 새 시대의 가치를 진실된 활동에서 추구해야만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