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철강기업들의 공급 과잉으로 철강 산업의 부진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국내 철강 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상이한 행보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철강 시장은 공격적인 설비투자로 인해 지난 2000년 중반부터 공급과잉으로 전환됐다. 이로 인해 현재 국내 철강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철강 시장은 지속적인 철강 설비 확충으로 2014년까지 증가세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불황으로 인해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에 국내 철강 생산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4%에서 올해 3분기 누적기준으로 4.3% 수준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또한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철강 산업의 전망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올해부터 중국 철강 업체들의 구조조정으로 설비 폐쇄 규모가 70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실제 생산량은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에 향후 철강 업황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국내 철강기업의 원재료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재료의 가격 변동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강점탄 가격의 폭등과 같은 단기간의 원재료 가격 변동도 철강기업들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철강의 공급 과잉이 완화되는 국면이 오더라도 국내 철강 기업들의 실적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포스코는 과감한 저수익 비핵심사업의 구조조정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과정을 지속하고 있다. 포스코의 계열사 자산 구조조정는 목표 총 149건이며 이중 올해 3분기까지 총 98건인 66%를 완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올해 3분기에는 철강 유통사업 개편의 일환으로 포스코 AST를 포스코 P&S에 합병했고, E&C 사업군 내에서는 해외법인 두 곳을 매각·청산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해 7월 구조조정을 발표한 이래로 올해 3분기까지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으로 2318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포스코는 남은 41개사의 구조조정과 10건의 자산 매각을 내년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한편 포스코는 중국 법인과 관련해 총 22개의 철강 법인과 19개의 무역·물류·부동산 개발 법인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법인들의 실적은 지난해 무더기 적자를 기록했다. 포스코 계열사 철강 법인들은 지난해 중국 중·소 법인들의 저가물량 공세로 인한 경쟁 심화에서 밀려나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중국 법인들을 관리하고 있는 지주회사의 손실 규모는 약 287억원에 달했다.

아울러 포스코의 중국 법인 가운데 가장 자산 규모가 큰 장자강 포항 스테인레스 스틸 법인의 지난해 매출이 2014년 대비 18% 감소해 전체 1164억36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나머지 철강 법인들의 적자 규모도 지난해 최고조에 이르렀고 일부 법인들은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포스코의 지난해 연결 실적도 적자 전환됐고 당시 손실 규모는 약 962억원에 달했다.

중국의 철강 법인들의 손실에 이어 중국에 진출한 철강부문 이외의 포스코 계열사까지도 지난해 손실 규모가 늘어나 있었다. 무역업을 영위하고 있는 포스코 대우의 중국 법인 계열사는 중국 내수 감소로 인해 실적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장자강 BLZ Pohang International Trading과 Dawoo China 법인을 제외하고 세 곳의 포스코 대우 중국 법인 계열사의 실적이 적자 전환됐다.

이밖에 포스코 계열사인 부동산 개발 및 임대업에서의 중국법인 실적도 지난해 급격히 떨어졌다. 이어 제지 사업도 5년간 계속된 순손실로 올해 말까지 자산을 청산하는 등 폐쇄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포스코 중국법인 전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일각에서는 사업부 강화를 위한 방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포스코가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남아있는 중국 법인의 손실이 지속된다면 국내 연결 실적에도 계속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지의 철강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중국의 내수 회복 등 대외적인 변화에 기다리기보다는 자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으로 중국에서 자동차 소재로 쓰이는 냉연 강판 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와의 과도한 의존 구조로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어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자동차 중국 법인의 실적이 부진해 이와 연계된 현대제철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현대제철의 국내 연결 매출이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이어 오고 있으며 순이익 규모도 지난해 감소했다. 아울러 최근 현대자동차의 중국시장에서의 부진으로 중국 현지 담당 경영진을 모두 교체하는 등 중국에서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와 달리 주요 거래업체인 현대자동차와의 연계로 인해 중국의 내수와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현대자동차의 실적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향후 현대자동차의 판매량에 따라 현대제철 중국법인의 실적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현대제철 중국법인의 실적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