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를 대표하는 포털사가 ‘요청이 있을 경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에서 특정 검색어를 삭제하거나, 아예 노출에서 제외할 수 있는 조항을 유지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일각에서 음모론처럼 제기하던 실검 조작설의 구체적 증거가 나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그 여파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장을 바탕으로 내적인 생태계 전략을 꾀하던 네이버는 물론, 다음과 카카오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O2O 및 LBS(위치기반서비스) 등의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있는 카카오에게 치명적인 상처로 보인다. 생태계의 중심은 플랫폼이며, 플랫폼의 기본적 작동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네이버도 진화에 나섰다. 네이버는 “실검에 대해 인위적으로 추가하거나 제외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단 100% 기술적 제어가 불가능해 외부에 공개한 기준에 따라 모니터링을 통해 검색어 노출을 제외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공개한 기준은 내부 기준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 등에 따른 회사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기준으로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의 승인을 받은 공개된 운영원칙이라는 설명이다.

▲ 캡처. 출처=네이버

문제가 있어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급하게 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항에 대해서는 “이는 공개된 기준 중 6번째 항목인 '법령이나 행정/사법 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대한 것”이라며 “해당 규정은 법령에 따라 행정기관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삭제결정)을 하거나, 법원 판결문에 따라 삭제가 필요한 경우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네이버는 기준에 의거해 제외 조치된 모든 검색어를 외부 기관인 KISO에 100% 전달하고 있으며, 실급검 운영 뿐 아니라 연관검색어, 자동완성어 등의 검색어 서비스들의 투명성과 조치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 내용을 담은 <네이버 ‘노출 제외 검색어’에 대한 검증 보고서>도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소 놀라운 일이지만, 일정정도 생각의 여지는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검의 경우 외부적 요인으로 결정되는 사례가 많은 상황에서 실검의 주체가 원하지 않는 정보의 왜곡 등은 분명 지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운영기준 6번째 항목의 표현이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갑자기 변했다는 의혹도 네이버의 주장처럼 “KISO에 수정사항 보고를 준비하기 위해”라고 해석하면 표면적으로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네이버와 다음이 실검에 개입하고 있으며, 그 재량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없다는 것이 새롭게 대중에 각인되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애플 백도어, 구글의 사생활 침해 등의 논란이 벌어지며 세계적인 ICT 보안 현안이 화두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이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려 각각 ‘기술 기반 기업’, ‘다음과 모바일의 시너지’라는 미래동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그 여파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기술 기반 플랫폼을 지향하는 상태다. 기술을 통한 스몰 비즈니스 방법론이 생태계 창출의 기본인 상황에서, 해당 플랫폼의 원천적인 정체성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자체로 ‘카운터 펀치’ 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