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적어도 두 번 이상 다시 읽혀지는 이야기들, 그리고 볼 때마다 그 느낌이 새롭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이러한 콘텐츠들이 사람들을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흡입력의 필수 조건은 탄탄한 서사구조다. 일반적으로 이야기가 서사구조를 가지기 위해서는 비교적 긴 호흡으로 기승전결을 한 단계씩 전개해 나가면서 많은 에피소드들을 전달한다. 여기에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더해지면 그것은 바로 하나의 세계관을 이룬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각광받는 콘텐츠들의 가치는 바로 이 ‘세계관’에 있다. 오늘의 콘텐츠 인사이드는 전설적 추리 작가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의 ‘셜록 홈즈’와 중국 4대 기서(奇書) 중 하나인 삼국지(三國志)의 세계관 이야기를 소개한다.      

셜록홈즈 시리즈 “진짜 살아있는 것만 같은 현실감”

추리 소설로 이름을 날린 명 작가들로는 <검은 고양이>의 에드거 앨런 포,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의 아가사 크리스티, 그리고 <셜록 홈즈>의 아서 코넌 도일(1859.5.22.~1930.7.7.)이 있다. 3명의 작가 모두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사랑을 받은 작품들을 써 냈지만 그 중에서도 만화, 영화 등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가장 많이 재해석된 작품은 단연 셜록 홈즈 시리즈다. 

▲ 드라마 <셜록> 시즌 4. 출처= BBC One

영국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한때 원양어선의 의사로도 활동했던 코넌 도일은 병원을 운영하면서 때때로 소설을 써서 투고하는 등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당시의 작품들은 사람들로부터 그다지 주목받지는 못했다. ‘셜록 홈즈’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작품을 통해 소개된 것은 영국에서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발행되는 잡지 ‘비튼의 크리스마스 연감(Beaton's Christmas Anual)’ 1887년호에 실린 <주홍색 연구>였다. 이후 두 번째 작품인 <네 사람의 서명>이 인기를 얻으면서 코넌 도일은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이후 미국과 영국의 문학 잡지들을 통해 셜록 홈즈 단편들이 연재됐고, 수많은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양산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는다. 이러한 셜록홈즈의 인기 요인은 19세기 말 영국과 미국의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의 ‘현실성’을 꼽을 수 있다. 인종차별주의가 극에 달했던 당시 미국의 분위기를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이라는 작품에서는 실제로 존재하는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단체 ‘KKK단’과 얽힌 에피소드로 풀어내는가 하면 작중에 등장하는 셜록홈즈의 집주소 ‘베이커 스트리트 221번지B’는 실제 영국의 베이커 스트리트 일대를 배경으로 삼기도 했다. 여기에 의학·과학(작가 본인의 지식 영역인 듯한)·무술·외국어 등 다양한 능력을 가졌지만 괴팍한데다 코카인 중독자인 주인공 셜록 홈즈의 인간적 매력은 마치 영국 어딘가에 ‘실제로 살아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영화 <셜록 홈즈>. 출처= 네이버 영화

당시 셜록홈즈에 대한 인기를 반증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코넌 도일은 셜록 홈즈를 자신의 작품에 등장시키지 않기로 마음먹고 24번째 단편 <마지막 사건>에서 홈즈가 악당과 함께 폭포에 빠져 죽는 것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백 통에 달하는 독자들의 항의 편지가 빗발치자 코넌 도일은 독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1905년 <셜록 홈즈의 귀환>에서 셜록 홈즈를 부활시켰다.

셜록 홈즈는 당대의 일반적인 추리 소설과 다르게 유럽과 미국 등을 넘나드는 큰 스케일과 마법이나 요술이 아닌 과학적 지식으로 위기의 순간을 헤쳐 나가는 스토리텔링을 전개한다. 이러한 방식은 셜록 홈즈를 텍스트에서 영상 콘텐츠로 되살리게 된다. 셜록 홈즈는 이후 많은 감독들에 의해 영화화가 이뤄졌고, 마블 <아이언맨>으로 세계적 스타가 된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홈즈 역을 맡은 셜록 홈즈 1,2 시리즈는 흥행에 성공하며 현재 속편인 3편이 제작 중이다. 한편, 영화가 아닌 시즌제 드라마로 셜록 홈즈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드라마 <셜록>은 시즌 4까지 만들어지게 되며 홈즈 역을 맡았던 배우 베네딕트 컴배비치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다. 

치밀한 구성과 현실적 배경, 매력적인 캐릭터로 셜록 홈즈는 19세기말 첫 등장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독자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명탐정으로 남아 있다.   

 

삼국지 “인간 군상의 이야기, 그리고 역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국지는 진나라의 학자 진수(陳壽, 233~297)가 지은 <삼국지(三國志)>에 기록된 위(魏), 촉(蜀), 오(吳) 3국의 역사를 바탕으로 전승된 이야기들을 후에 작가 나관중(羅貫中, 1330(?)~1400)이 재구성한 장편 소설이다. 원래 이름은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 줄여서 삼국지연의다. 

▲ 게임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 출처= NEXON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각 기록자마다 조금씩 다른 관점이다. 진수의 삼국지를 정사(正史)라고 해서 이를 사실에 가장 가까운 역사 기록으로 보는 이들이 있지만, 사실 유비가 세운 촉(蜀)나라에 의해 집안이 몰락한 진수가 개인적 원한을 기록에 반영한 색채가 짙기 때문에 그 관점이 유독 촉나라에 대해서 냉정한 특징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삼국지의 이야기는 촉한(蜀漢)의 유비를 한나라를 정통으로 계승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속 이야기다. 어쨌든, 삼국지는 실제 있었던 일들과 실제 있었던 사람들을 등장인물로 한 역사 기록이자 대하소설이다. 

실제 한 나라가 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세워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그려낸 이야기이기 때문에 스케일이 매우 크다. 이를 테면 작중 가장 큰 전투인 ‘적벽 대전’에서는  황하를 배경으로 100만명이 넘는 군사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삼국지가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역사의 흐름을 대처하는 모습 속에 드러나는 드라마틱한 요소다. 이를테면 유비의 장수 조운(趙雲)이 수만명이 포진한 적진을 뚫고 유비의 아들 유선을 구해내고 통곡하는 장면, 관우(關羽)가 유비에게 돌아가기 위해 조조의 장수 일곱 명을 베고 탈출하는 장면, 유비의 못다한 유업을 이루기 위해 제갈량(諸葛亮)이 위나라 정벌을 위한 출사표를 제출하는 장면 등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속에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하나둘씩 역사 속으로 스러져가는 영웅들의 말로에는 인생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다. 

▲ 게임 <삼국지 13> 출처= gamecity.ne.jp

삼국지가 다른 콘텐츠들과 구별되는 점은 영상매체 보다는 게임으로 많이 구현됐다는 점이다. 일본의 게임 자작사 코에이(KOEI)는 1985년부터 2016년까지 총 12가지의 삼국지 게임을 출시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마니아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삼국지를 모티브로 한 액션게임 삼국무쌍(三國無雙)시리즈는 총 28개의 비디오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지를 모바일 게임의 단골 소재로 사용하는 등으로 재해석했다.

혹자는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며, 삼국지를 열 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논쟁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만큼 삼국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와 인생을 바라보는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콘텐츠로써의 삼국지는 영상을 포함한 만화, 게임 등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될 수 있는 수많은 요소들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