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셜 커머스 위기론은 롤러코스터를 닮았다. 정신없이 출렁이기 때문이다. 막강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에 준하는 실력을 보여주는가 싶었으나 내실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라는 추상적 개념은 엿보이지만 '진짜 실력일까?'라는 본질적 질문에 대한 답은 구하기 어렵다. 약간 다른 말이지만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옐로모바일과도 닮았다. '뭔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아직은 잘 모르겠네'

▲ 출처=쿠팡

특히, 쿠팡의 위기
우선 전제해야할 점이 있다.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로 꼽히는 쿠팡과 티몬, 위메프는 엄밀한 의미에서 소셜커머스가 아니라는 점. 태생부터 소셜커머스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왜일까?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는 2005년 야후의 장바구니 공유 서비스인 쇼퍼스피어가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이를 그루폰이 비즈니스 모델로 꾸렸으며 말 그대로 SNS를 활용해 일정 수 이상의 구매자가 모이면 파격적 할인가로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소위 핫딜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SNS를 통해 발생시키는 입소문 등을 바탕으로 삼아 높은 할인율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개념이 쿠팡과 티몬, 위메프에 통용될 수 있을까? 이들은 소셜커머스 형태의 딜을 유지하고 있으나 본질적으로 SNS가 아닌 자체 플랫폼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소셜커머스는 입 소문을 통해 제품의 마케팅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데, 각 소셜커머스의 방송 광고가 출렁이고 유명배우가 등장해 홍보에 나서는 순간부터 정체성은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최근 오픈마켓의 기조를 잡아가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 오히려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참고로 진정한 의미의 소셜커머스는 현재 사실상 사라졌다. 거칠게 말하면 망했다.

그렇다면 국내 소셜커머스 3인방의 정체는 뭘까? 독특한 전자상거래 기업 정도로 이해하면 편하다.

물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처럼, 변종 소셜커머스의 미래가 밝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나쁘다. 특히 쿠팡의 존재감에 시선이 집중된다. 올해 2조원 매출을 넘보고 있다지만 영업손실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소프트뱅크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받은 상태고 손정의 회장의 극찬을 받는다고 하지만 시장의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구매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물류창고를 건설하는 한편, 로켓배송은 물론 아이템 마켓 도입 등으로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네이버와 결별한 후 방문자 수가 급감, 소셜커머스 업체 중 3위로 밀려나기도 했고 말 많은 로켓배송은 인력채용과 배송 기준 금액 인상 등으로 혼란스럽다.

쿠팡의 위기를 성급하게 말하기에 아직 이른 감도 있다. 쿠팡의 꿈은 아마존 방식의 플랫폼 로드맵에 있으며, 진짜 승부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쿠팡은 현재 안전펜스가 마련된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하늘을 보며 "나는 왕이 될 것이다"를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진짜 왕이 될 수 있고, 추락해도 안전펜스에 걸려 목숨만은 간신히 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믿었던 투자자의 돈으로 만들어진 안전펜스까지 무너져 죽을 수 있다.

경우의 수를 따져도 아직은 위기에 가까운 쿠팡,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내리는 진단이 있다. 바로 서비스의 강점에 매겨지는 의문이다. 로켓배송은 '따스한 배송'을 목표로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관련 ICT 및 물류 노하우도 능수능란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은 여전하다. 해당 서비스가 킬러 콘텐츠가 되기에는 여러가지로 어렵기 때문이다. 환하게 웃는 쿠팡맨과 물류창고 등장에 힘입어 상품이 빠르게 배송되면 좋고, 쿠팡맨이 택배 상자에 기발한 그림을 그려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가 '왜 쿠팡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될 수 없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드넓은 시베리아 벌판도 아니고, 기존 배송 인프라도 잘 구비되어 있다. 쿠팡이 내세우고 있는 강점이 다소 희석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서 쿠팡은 두 가지 측면의 승부수를 던진다. 빅데이터와 오픈마켓 진출이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지만 장단점이 있어 보인다. 먼저 빅데이터. 현재의 쿠팡맨은 빅데이터 기반으로 구축된 전용 앱에 고객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배송에 활용하고 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 가이드를 앱에 공유하고 저장해 새로운 쿠팡맨도 앱에 남겨진 정보를 기반으로 수월하게 배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온디맨드에 가까운 마법도 부릴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저귀를 매달 25일 즈음에 구입하는 가구가 있다면, 해당 날짜가 될 경우 미리 기저귀를 인근 물류창고에 보관하는 방식 등이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서비스가 고도화되면 최고의 가치를 자랑하겠지만 실제적 활용도에 의문부호가 달린다. 게다가 이러한 방식은 현재 왠만한 전자상거래 기반의 기업들이 하고 있거나, 혹은 시도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오픈마켓 진출은 어떨까. 소셜 딜을 사실상 종료하고 아이템 마켓을 통해 오픈마켓에 진출한 지점은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선택이다. 하지만 기존 오픈마켓과의 경계가 흐릿해지며 오히려 할인율에 있어 밀리는 분위기도 연출되어 눈길을 끈다. 그나마 변종이라고 해도 소셜커머스의 흔적을 쥐고 있을 때와는 달리, 이제 쿠팡은 기존 플레이어들이 자리를 잡은 오픈마켓의 후발주자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의 원인은 모두 표면적인 요소들이다. 쿠팡의 진짜 위기는 사용자 경험 전략의 실패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일까? 서비스 고도화에 대한 부분이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통해 키우고자 했던 방향성은 말 그대로 로켓처럼 빠른 배송이었다. 이는 일차적 사용자 경험으로는 손색이 없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분명한 한계를 보여준 장치다.

빠른 배송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지만 대한민국은 드넓은 시베리아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마케팅적 한계일 수 있으나, 쿠팡은 쿠팡맨의 따스한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패착이다. 빠른 배송과 쿠팡맨의 따스한 친절함은 경쟁자와 비교해 상대적 우위를 보장하는 장치임에 분명하지만 이 역시 생명력이 짧기 때문이다. 이는 쿠팡맨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무렵부터 제기된 문제제기다. 로켓배송의 단가가 올라가고 인력채용 문제가 불거지는 순간부터 쿠팡이 당초 원하던 지향점은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대안은 없을까? 단순하게 생각해 끈끈한 생태계 전략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쿠팡의 로켓배송만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서비스의 고도화다. B2C 모델 전부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빠른 배송이 필요한 영역을 찾아 이를 특화시키는 전략은 나름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특화된 전략을 오픈마켓의 기조로 풀어간다면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 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편리해서 좋지만,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생태계'가 아니라 '절대 떠날 수 없는 생태계' 창출을 위해 모든 사업적 함의를 모으라는 주문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며, 어쩌면 쿠팡도 꿈꾸는 미래일 수 있다는 점도 밝힌다.

▲ 출처=각사

카카오는? 배달앱은? O2O는?
쿠팡이 직면한 위기는 결국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태계를 조성함에 있어, 언제든지 객체가 이탈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대체불가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해법을 가능하게 만든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어 보인다. 원천 기술 기반의 자사 중심 생태계 전략과 생태계 객체로의 편입, 그리고 사용자 경험의 고도화 추구다. 원천 기술 기반의 자사 생태계 전략은 말 그대로 강력한 기술을 개발해 생태계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의 전매특허이자 오픈소스의 방향성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기술의 틈을 허용해 '내 구역'으로 다양한 객체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며 최근 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을 표방한 네이버도 비슷한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다.

생태계 객체로의 편입은 중심이 아닌 주변부를 자처해 생태계의 구성원이 되는 방식이다. 자체적인 기술로 자사 중심 생태계 전략을 추구하면서 일부 이종 생태계로 영역을 확장하는 방법도 포함된다. 스마트홈에 있어 LG전자가 단적인 사례다. 자체적인 가전 제품 역량을 바탕으로 스마트홈을 꾸리는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는 스마트씽큐 등을 통해 자체 생태계를 꾸리면서도 자신의 인프라를 아마존 에코에 연결하기도 한다. 주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 온디맨드 기업 등 강력한 플랫폼은 없지만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이 눈여겨 보는 포인트다.

사용자 경험의 고도화 추구는 사실 모든 기업들이 해야하는 공통적 사항이다. 애플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플은 iOS라는 특유의 폐쇄적 생태계를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체화해 하드웨어 디바이스로 묶어, 이를 효과적으로 판매하는 영리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경험은 애플의 손에서 일종의 브랜딩을 거치며, 결국 '모든 것'이 된다. 애플의 포로가 되는 셈이다. 쿠팡의 입장에서 원천 기술 기반의 자사 중심 생태계 전략을 오픈마켓의 현장에서 펼치는 한편, 생태계 객체로의 편입은 상황에 맞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인 사용자 경험의 고도화 추구는 필수적이다. 웨어러블의 문제와 닮았다. '그래서, 왜 사용해야 하는데?'

사실 이 문제는 쿠팡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구하는 카카오와 배달앱 등 기존 O2O 기업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안이다. 카피하기 쉬운, 따라가기 쉬운 서비스가 킬러 콘텐츠일 수 있을까? 소프트웨어의 사용자 경험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술 상향 표준화의 기조를 만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동시에 높아졌다. 이 대목에서 기술을 키워 강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사실 꿈같은 일일 수 있다. 차라리 사용자 경험을 고도화시켜 '왜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확실하게 찾는 것이 중요하다.

"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가? 왜 배달앱을 사용해야 하는가? 왜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불러야 하는가?" "편리해서, 빨라서, 안심할 수 있어서"의 답변은 일차적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니까, 배달앱을 사용해야 하니까,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불러야 하니까"라는 답이 나와야 한다. 그 답으로 가는 길은 무엇일까? 편리함을 넘어선 당위성. 업의 본질을 간파하는 오프라인 사용자 경험의 추구에 있다. 쉬운 힌트는 생태계. 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다 여럿이서 고민하면 훨씬 수월한 법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쿠팡은 물론 카카오와 기타 O2O 기업들은 미래가 없다. 기존 시장의 플레이어와 정당하게 싸워라. 골목상권을 빼앗는다는 비판이 나온다면 받아들여라. 반칙만 하지 않으면 된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달려가는 '가교'에만 집중하지 말고 더 치열하게 오프라인을 알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당위성을 찾아야 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카카오와 백종원이 골목에서 싸우면 누가 이길까? 그 답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