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전통한복의 불편함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1. 입기 어려움(입는 순서, 입는 방법, 고름 매는법, 스타일링 등)

2. 고가의 가격(사람들이 지적하는)

3. 관리의 어려움(고급 본견감-실크-은 수분에 매우 약하다)

4. 착장의 빈도(입을 일이 없다는 것. 그런데 1, 2, 3의 이유로 있어도 잘 입지 않는다)

한복의 구성요소에는 불편함만 있는 것은 아닐진대, 한복을 구입해서 입는 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제한된 형태의 한복만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많은 한복 디자이너들은 한복이 가진 아름다움과 전통적인 미를 세련된 ‘요즘’ 디자인과 적절히 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한복을 자유롭게 디자인하고 있다.

흔히, 전통한복이라 하면 저고리와 치마가 나뉜 형태나 궁중복식을 생각하기 쉬운데, 한복은 수많은 디자인이 존재한다. 현재 우리가 한복이라고 생각하는 형태의 한복은 소위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일상복으로서 역사 속 한복은 의례용, 작업용, 평상복용으로 다양한 형태와 옷감으로 만들어 입어 왔다. 소수의 왕가의 사람들과 양반들은 옷을 입는 것에 예의나 형식, 품격을 중시했던 것에 반해, 서민들은 한복을 입을 때,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일제의 ‘비상시 국민생활개선기준’을 통해 만들어진 몸뻬의 그림자는 광복 이후 ‘국민생활검소화’ 시책으로 이어졌다. ‘검소한’ 복장으로 한복보다 양옷을 표준화하는 지침이 공표되었다. ‘불편한 한복’이 아닌 ‘양옷’을 입자는 TV 캠페인 광고를 할 정도였다. 일제가 입지 못하게 한 한복은 이후 국가 시책으로 인해서 더욱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영향인지, 1960년대까지는 한복을 ‘개량’한다는 ‘개량한복’적 입장이 강했다. 사람들은 한복을 ‘불편한 옷’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한복의 큰 장점보다는 적은 단점에 더 집중했다. 하지만 이후, 한복의 기능성이나 실용적인 부분과 더불어 편한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 디자인했다는 부분은 현재 ‘생활한복’이라는 부분과 의미를 같이 한다(김미진 외, 2005). 하지만 이 두 가지 한복은 분명히 다른 점이 있으므로 그것을 짚어보자.

1. 개량한복: 선교 초기의 교회 여성(일명 전도 부인), 신여성, 여학생 등 여성들의 한복 착장의 어려움과 기능성을 강조한 통치마저고리형의 한복.

2. 생활한복: 1984년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시작된 ‘우리 옷 입기 운동’과 민족적 정신계승과 이념을 강조한 일상 생활복.

+비교: ‘한복’을 이르는 용어는 매우 다양하다. 우리옷, 현대한복, 변형한복, 겨레옷, 생활복, 실용한복 등. 1997년 논문(구미지, 1997)에서는 생활한복 및 변형한복들을 개량한복이라는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생활한복을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거나 ‘특정’ 관심사의 사람들만 입는 옷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한복에 대한 오명은 특히 1980년대 이후 20~30년간이나 지속되어 왔고, 한복의 부흥기는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일부 한복 디자이너들은 한복의 독특한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고 판매를 하기도 했다. 그 오랜 노력이 최근 들어서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한복계의 변화는 2014년도에 방점을 찍는다. 바로 철릭원피스와 허리치마를 조합한 ‘차이킴’의 실용한복인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이 형태의 한복스타일을 세컨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던 이 업체는 10~20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수많은 카피브랜드를 양산했다. 그런데 해당 브랜드의 타깃층은 10~20대가 아니었다. 30~40대를 겨냥했던 아름다운 한복스타일의 옷은 한복여행+실용적 한복입기 수요와 절묘하게 맞아 들어가면서 ‘젊은’ 층의 폭발적인 관심사로 이어졌다. 누가 입어서 입어야 하는 옷이 아니라, 촌스럽고 불편한 옷이 아니라, -한복의 특징(장단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옷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예쁘기까지 했다. 디자인 개발에 대한 감가상각적인 약간의 고가비용은 차치하고라도 이 옷은 입기 편했고, 관리가 쉬웠으며, 어디에서도 입을 수 있었다.

어쨌든 한복, 특히 생활한복의 붐은 2014년에 시작하여 2015년, 올 2016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허리치마’는 올해도 생활한복의 인기를 이어갔다.

허리치마는 한복의 복식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항간의 누군가는 평범한 블라우스와 함께 입은 허리치마를 ‘한복’으로 보아야 하는지, 전혀 다른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혼동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시대의 의복변화와 흐름을 보았을 때, 꼭 ‘완벽한’ 전통한복만 입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전통한복도 나름대로 그 역할이 있겠고, 생활한복도 기능적 특성이 있다. 크게 놓고 보았을 때, ‘한복’이라는 큰 틀에 넣을 수 있다면 굳이 ‘내가 아는 전통한복’이 아니라고 색안경을 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허리치마는 한복인가 아닌가? 허리치마는 한복이다. 블라우스와 함께 입는 허리치마는 한복룩이다. 한복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현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역사가 되고 전통이 된다. 후대에, 지금 우리가 사는 사람들이 입었던 한복 중에서 허리치마와 일상복의 매칭 또한 한복의 한 모습으로 소개될 것이다. 전통한복과 더불어, 한국인들의 한복사랑과 멋들어진 요즈음의 일상한복 코디는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참고 논문

구미지(1997). 한복개량에 대한 사적 고찰. 기초과학연구10(1), pp 123-131.

김미진, 김혜영, 조우현(2005). 근대이후 여성 생활한복의 특징 및 변천. 한국의상디자인학회지7(2), pp137-158.